"우리 물건은 꼭 보내달라"…中企, 원자재 확보 전쟁 인맥 총동원
나프타 재고 바닥 눈앞…화장품부터 자동차까지 영향
생산비 인상 가능성…소비 심리 위축 등에 따른 실적 악화 우려
- 신현우 기자
(서울=뉴스1) 신현우 기자
"4월 우리 주문 물량은 차질이 없는 거죠? 물건 안 들어오면 공장 문 닫아야 합니다"
최근 석유화학 회사에는 이런 문의가 끊이질 않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나프타(납사) 수급에 차질이 발생했다는 소식에 포장재와 화장품 용기를 만드는 중소기업에 비상이 걸린 탓이다. 물량 확보를 위해 갖은 인맥을 총동원해 수소문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나프타 재고가 바닥나면 라면 봉지·화장품부터 타이어·자동차까지 연쇄적인 생산 차질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석유화학 업계 관계자는 화장품에 들어가는 프로필렌글리콜(PG)이 나프타 분해 부산물인데, 수급 문제 발생 가능성이 커지자 중소기업 대표들이 줄 서서 물량 확보에 나서고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중동 전쟁 전 톤당 600달러 수준이던 나프타 실물 가격은 현재 1100달러를 돌파했다. 문제는 호르무즈 해협 차단이 장기화할 경우 돈이 있어도 살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업계가 보유한 나프타 재고는 2~3주 분량에 불과하다. 이르면 한 달 뒤 나프타분해시설(NCC) 가동이 줄줄이 멈출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실제 지난달 80% 수준이던 NCC 가동률은 최근 60%대 후반으로 추락했다.
원유를 정제해 만드는 나프타는 석유화학 산업에 필수적인 기초 원료로 꼽힌다. 이를 활용해 NCC에서 에틸렌·프로필렌 등을 생산한다. 특히 에틸렌은 플라스틱·합성섬유·합성고무·화학제품 원료로 '산업의 쌀'로도 불린다.
석화 업계 관계자는 "NCC 최소 가동률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나프타를 구하는 것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일부 제조업체들이 나프타 분해 부산물인 원재료 확보 경쟁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NCC 중단 시 연쇄 타격이 예상된다. 자동차, 전자제품, 건설 자재, 타이어 등 제조업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고 라면, 과자, 음료, 화장품 등 각종 포장재 확보에도 빨간불이 켜질 수 있다.
먼저 에틸렌·프로필렌 원료 부족으로 플라스틱·고무 부품 가격이 급등하거나 공급 불안 발생 시 이를 원재료로 하는 완성품의 생산 축소 및 지연 가능성이 커진다.
이 경우 플라스틱·고무 소재를 주 부품으로 활용하는 자동차 산업 전반에 영향이 갈 것으로 분석된다. 관련 업계도 상황 장기화 시 수급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원료 공급 차질에 따른 부품 생산 문제는 완성차까지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런 부분을 고려해 다양한 공급망을 확보하는 것인데, 자칫 문제가 확산할 경우 셧다운 가능성이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부산물인 뷰타다이엔 공급이 끊기면 타이어 회사에서도 생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뷰타다이엔은 타이어에 들어가는 합성고무를 만들기 위한 주요 재료다. 특히 타이어 제조원가에서 합성고무 등 원재료 가격이 절반가량 차지하는 만큼 생산비 인상도 예상된다.
타이어업계 관계자는 "타이어를 만들 합성고무 원재료 확보 문제와 함께 원유 가격 급등에 따른 에너지 비용 상승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경기 침체로 인한 소비 심리 위축이 실적 악화로 이어질 수 있어 걱정"이라고 했다.
합성섬유를 기반한 섬유업계도 영향권이다. 나프타 수급 문제로 에틸렌·모노에틸렌글리콜(MEG) 등 폴리에스터 원료 비용이 급등하면서 폴리에스터 중심의 가공·의류 업체들이 원가·납기 리스크에 직면할 상황이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나프타가 합성섬유 생산 기초원료로 제조자개발생산(ODM) 기업이나 일부 패션 기업에 영향이 있을 수 있다"며 "사태 지속 시 원가 부담은 상승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hwsh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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