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호 석유화학 구조 재편' 여수 산단 DHL…중동發 파고에 기대·우려 공존
한화·DL·롯데 통합법인' 출범…NCC 통합·고부가 전환 추진
중동 전쟁 변수에 '셧다운 그림자'…"재편 효과 반감" 우려
- 원태성 기자
(서울=뉴스1) 원태성 기자 = 석유화학 산업 구조조정 프로젝트로 대산 1호가 승인된 지 약 한 달 만에 여수에서 두 번째 사업 재편안을 제출하면서 에틸렌 약 138만 톤 규모의 생산량을 추가 감축할 수 있을 전망이다. 다만 1호 프로젝트가 성사됐을 때와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중동발(發) 전쟁 리스크 속에서 추진되며 불확실성이 짙어졌기 때문이다. 최근 중동 전쟁 확전 양상에 따른 나프타 수급 대란과 셧다운 위기가 겹치면서 사업 재편 효과보다는 산적한 과제와 불안 요소에 대한 우려가 분출되는 양상이다.
20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화솔루션, DL케미칼, 롯데케미칼은 각 사 이사회를 거쳐 여수 산단 석유화학 구조조정을 위한 '여수 1호 프로젝트(재편 2호)' 계획서를 이날 최종 제출됐다.
재편안의 핵심은 한화와 DL의 합작사인 여천NCC의 2·3공장을 폐쇄하고, 남은 1공장과 롯데케미칼의 여수 NCC 공장을 통합해 신설 법인 'DHL(가칭)'을 설립하는 것이다.
업스트림에선 롯데케미칼 여수 NCC를 분할해 여천NCC와 통합하고 이를 기반으로 신설 법인을 설립할 계획이다. 기존 여천NCC 2·3공장을 폐쇄하고 1공장 중심으로 재편하는 동시에 롯데케미칼 설비까지 묶어 생산 효율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다운스트림에서도 구조조정이 병행된다. DL케미칼의 PE, 한화솔루션의 여수 PE·석유수지, 롯데케미칼 기초소재 사업 등을 신설 법인에 통합해 사업을 일원화한다. 범용 제품 중심 구조를 줄이고 일부 설비를 조정하는 대신 의료용 LDPE(저밀도 폴리에틸렌), 자동차·전선용 기능성 POE(폴리올레핀엘라스토머) 등 고부가 제품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전환하는 것이 목표다.
정부는 기업활력법에 따라 이 계획을 심사한 뒤 세제·금융·R&D·규제 완화 등을 포함한 맞춤형 지원 패키지를 제공할 방침이다. 대산 1호와 마찬가지로 채권 만기 연장과 신규 자금 지원도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극적으로 2호 재편안이 도출됐지만 중동발 전쟁 여파 등에 따른 우려도 나온다.
가장 큰 변수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우려와 원유·나프타 공급 차질로 국내 석화 업계 전반에 원료 수급 불안이 확산되면서, 구조조정 효과를 논하기도 전에 공장 가동 자체가 위협받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나프타 확보가 어려워질 경우 NCC 가동률이 40~50% 수준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일부 기업은 이미 불가항력 선언 가능성을 고지했고 가동률을 60% 수준까지 낮추며 '버티기 운영'에 들어간 상태다. 재고가 2~3주 수준에 불과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4월 이후 연쇄 셧다운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구조개편을 통해 설비를 줄이기도 전에 외부 변수로 생산이 멈출 수 있는 셈이다.
재원 문제도 변수다. 여수 재편안은 대산에 비해 신규 투자 규모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중동 리스크로 업황 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 금융 지원 집행이 지연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유가와 나프타 가격 변동성이 커질수록 기업의 현금흐름 추정이 어려워지고, 채권단 역시 보수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
정부의 추가 감산 요구와 지역 사회의 반발 역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정부가 제시한 국가 전체 감축 목표치를 맞추기 위해 여수 산단에 추가적인 설비 폐쇄를 압박하면서 고용 불안과 지역 경제 위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또한 대산 1호 프로젝트에 비해 여수 참여 기업들의 스페셜티 전환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이유로 신규 자금 지원 규모가 축소될 것이라는 전망도 기업들에겐 부담이다.
업계 관계자는 "재편안 합의는 고무적이지만 원료 수급난과 수익성 악화라는 이중고 속에 진행되는 만큼 정부의 전폭적인 금융·세제 지원 없이는 자칫 '동반 부실'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kha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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