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가격제 이어 5부제·수출 통제까지…정유업계 "문 닫을 판"

[고유가·고환율 뉴노멀]②민간도 5부제 검토…"석유 소비 20% 감소"
정부 '가격·수출 통제'에 민간 수요도 감소…정유업계, 패닉

유조선들이 호르무즈 해협 인근 걸프만을 항행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김진희 기자 = 정부가 원유 자원 안보 대응 수위를 종전 '관심'(1단계)에서 '주의'(2단계)로 한 단계 격상하면서 정유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석유 최고가격제'(가격상한제)가 시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공공부문부터 차량 5부제 등이 시작된다. 필요한 경우 수출 금지 조치도 시행될 예정이다.

정유 업계 입장에서는 공급과 수요 모두 타격을 입게 되는 셈이다. 연초 기대했던 실적 턴어라운드(회복)는 '물 건너갔다'는 분위기다.

그나마 정부가 정유 업계의 손실을 보전하겠다고 약속한 점은 다행스러운 대목이다. 정유사들이 손실을 100% 보상받기는 힘들겠지만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을 전망이다.

원유 위기 경보 '주의'로 격상…5부제, 석유 소비 "20% 감소"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부는 지난 18일 오후 3시부터 원유에 대한 자원 안보 위기 경보 단계를 '주의'로 격상했다. 지난 5일 '관심' 경보 발령 이후 13일 만에 격상된 것이다.

자원 안보 위기 경보는 '관심-주의-경계-심각' 4단계로 운용된다. 국가자원안보특별법 제23조에 따라 위기 상황의 심각성, 국민 생활과 국가 경제에 미치는 파급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된다.

이번 격상 조치로 공급 확대와 수요 관리 방안이 동시에 강화될 예정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수요 관리 차원으로 5부제 또는 10부제 등 차량 부제 시행 검토를 지시한 바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석유 제품을 사용해 굴러가는 차량만 놓고 보더라도 차량 5부제를 시행하면 약 20% 감축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시내의 한 주유소의 모습. 2026.3.17 ⓒ 뉴스1 이호윤 기자
정유 업계, 수출 통제 시 손실 불가피…생산량·국내외 가격 차 관건

정유 업계는 패닉 상태다. 차량 부제가 실시되면 국내 유류 소비가 줄어드는 데다가 정부 압박이 점점 거세져서다.

정부는 앞서 석유 제품에 대해 최고 가격제를 도입하고 매점매석을 금지한 데 이어 수출 통제 카드도 만지작거리고 있다.

최고 가격제 시행으로 석유제품의 해외 판매 가격이 더 높아지면 정유사들이 손실을 피하기 위해 국내 공급을 줄이고 수출을 과도하게 늘릴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석유 최고 가격제가 시행된 지난 13일부터 이미 정유사의 수출 물량은 전년 동기 수준으로 제한됐다.

정유사는 내수보다 수출 비중이 더욱 크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4대 정유사 수출 비중은 △HD현대오일뱅크 85% △GS칼텍스 71% △에쓰오일(S-OIL) 56% △SK에너지 51% 등이다.

통상적으로 정유사들은 내수를 공급하고 남은 물량을 해외에 수출한다. 정부는 이번에 지난해 내수 공급량의 90%를 공급하고 나머지 10%만 수출하도록 제한했다.

관건은 생산량이다. 원유를 제대로 들여오지 못할 경우 정유 업계는 공장 가동률을 부득이하게 조정해야 하기 때문에 생산량도 줄어들 수 있다. 수출 여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제 유가와 국내 석유 제품 간 가격 차이도 정유 업계에 불리하게 작용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현재 국제유가와 국내 가격 간 괴리가 큰데 산술적으로 계산해도 수출 물량을 내수로 돌리면 손실이 상당하다"며 "남은 석유 제품 물량을 국내에 최고 가격제 내에서 팔지, 수출할지, 보유할지는 기업 판단이자 전략"이라고 말했다.

정부, 손실 보전 방안 마련 나서…정유 업계 "글쎄"

정부가 정유사 손실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보전 방안을 마련하기로 한 것은 다행스러운 대목이다.

석유 최고가격 지정제의 법적 근거가 된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 제23조에는 가격을 통제받은 사업자의 손실을 국가가 보전해 줄 수 있다는 규정이 포함돼 있다.

정부는 정유업계 손실 보전을 위해 필요한 재정 소요까지 시뮬레이션 작업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유 업계의 손실 요인이 다양하고 복잡한 만큼 구체적인 안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다만 정유업계 손실을 완전히 메우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정유 업계의 손실을 보전해 준다고는 하지만 회사마다 입장이 다르고 손실을 보는 원인도 제각각이어서 모든 것을 포함한 방안을 마련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jinny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