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봉쇄 직격탄 석화업계…현 상태면 3월말~4월 중순 셧다운
가동률 낮추며 버티기 '모드'…에틸렌 품귀에 조선소까지 멈출 판
"언제 공장 가동 중단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
- 박기호 기자
(서울=뉴스1) 박기호 기자
공장 가동률을 극한으로 낮추고 최대한 버티기 전략을 쓰고 있는데 현재 상황이라면 나프타 공급 부족으로 이르면 3월 말부터 셧다운이 되고 남은 기업들의 (셧다운) 마지노선도 4월 중순이 될 것입니다. 이미 여러 업체가 고객사에 에틸렌 공급 불가항력(Force Majeure) 가능성을 고지했는데 언제 중단해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정말 위험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미국·이란 전쟁 영향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서 석유화학 업계에선 연쇄적인 가동 중단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 석화업계의 핵심 원료인 나프타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는 개별 기업이 보유한 비축 물량을 활용하고 있지만 일부 업체는 한계치가 보름 앞으로 다가왔다. 업계는 가동률을 극한으로 낮춰 최대한 시간을 벌면서 공장 중단 사태만은 저지하기 위해 필사적이다. 석화업계의 가동 중단으로 에틸렌 공급이 중단되면 우리나라 제조업 전반을 뒤흔드는 공급망 쇼크가 발생할 것으로 우려된다.
한 석화 업계 관계자는 16일 뉴스1과의 통화에서 "대부분의 업체가 이미 고객사에 불가항력 가능성을 선언했는데 조만간 현실화할 수 있다"며 "에틸렌 공급이 중단될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계속될 경우를 가정하면 3월 말부터 일부 석화 업체가 셧다운될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된 후 (나프타 비축량을 토대로) 조사했을 때 석화 업체들이 버틸 수 있는 기간이 2주였다"며 "셧다운은 막아야 하기에 가동률을 낮춰서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 전 중동에서 한국으로 오는 수송선을 감안하면 일부 기업은 3월 말, 남은 기업도 4월 중순이 마지노선"이라고 설명했다. 4월 중순까지 버티는 기업의 경우 정유사를 계열사나 관계사로 두고 있는 기업 정도라고 한다.
석화업계는 원유의 부산물인 나프타를 분해해 산업의 쌀로 불리는 '에틸렌'을 생산한다. 하지만 나프타 공급이 사실상 끊겼다. 국내에서 사용하는 나프타의 절반은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데 54%가 호르무즈 해협을 이용한다.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면서 나프타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
또한 석화업계는 나프타의 절반가량을 국내 정유사들로부터 공급을 받는 구조인데 원유 반입이 쉽지 않으니 국내 조달 역시 난항을 겪고 있다. 우리나라는 중동 지역에서 원유의 70.7%를 수입하며 상당수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해야 한다.
이미 업계는 가동 중단 사태를 대비해 고객사에 제품 공급 이행이 지연될 수 있다고 통보한 상태다. 여천NCC를 시작으로 롯데케미칼, LG화학 등은 고객사에 불가항력' 가능성을 고지했다. 불가항력은 전쟁 등 통제 불가능한 외부 요인으로 계약 이행이 어려울 때 책임을 면제받는 조치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한 군사 행동에 돌입하고 이달 초 호르무즈 해협이 사상 처음으로 봉쇄된 후 현재까지는 비축 물량에 기댔지만 이제는 한계치에 달했다. 통상적으로 업체들은 나프타를 약 2주 치 정도만 비축해 왔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한 달 치 정도의 원료를 비축했지만 유가 급등락을 경험하면서 리스크를 줄여야 했고 재고자산에 대한 부담으로 2주 치 정도만 비축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현재 모든 석화 업체는 가동률을 최대한 낮췄다. 기존 석화업계의 공장 가동률은 65~75%가량인데 현재는 이보다 10% 정도 낮췄다고 한다.
업계는 전쟁 종식만을 바라면서 중동 상황만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그나마 기댈 수 있는 곳은 정부 비축분이다. 다만 이 역시 긍정적이지 않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 비축량 중 얼마나 석화업계로 올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전했다.
업계의 시나리오 중 최악의 상황은 공장 가동 중단이다. 업계 입장에선 공장이 멈추면 추후 재가동에 많은 비용이 발생하고 폭발 등의 안전 문제도 우려된다고 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조금만 이대로 가면 석화업계는 정상적인 생산은 못하고 숨만 붙어있는 상태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에틸렌 공급이 중단되면 우리나라 제조업 전반에도 후폭풍이 불 수밖에 없다. 당장 전방 산업을 중심으로 비상이 걸렸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산업협회는 정부에 선박 건조에 필요한 절단용 에틸렌 물량 확보에 대한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에틸렌은 선박 철판 가공·절단 과정에서 사용되는 필수 소재다.
일부 조선업체는 기존의 석유화학 제품 거래처 외 업체에도 접촉, 에틸렌 공급 가능 여부를 문의했다고 한다. 플라스틱 업계 역시 공급 중단 위기 상황에 처하면서 물량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goodday@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