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비탄력적 호황' 내년까지…"가격 올라도 수요 안 꺾인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 12일 웨비나 진행…'칩플레이션' 현상 심화
"中 빠른 추격 변수…2028년 D램 시장 두 자릿수 매출 점유 전망
- 원태성 기자
(서울=뉴스1) 원태성 기자 =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과거의 순환적 사이클을 벗어나 '구조적 공급 부족'에 따른 장기 호황 국면에 진입했다는 진단이 나왔다. 인공지능(AI) 인프라 구축을 위한 폭발적인 수요가 시장을 장악하면서 가격 급등이 수요 감소로 이어지지 않는 이례적인 '비탄력적' 상황이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황민성 카운터포인트리서치 팀장은 12일 '메모리 가격 급등과 정보기술(IT) 시장 영향'을 주제로 진행한 온라인 웨비나에서 "현재 메모리 시장은 가격이 올라도 수요가 줄지 않는 드라마 같은 상황"이라며 "공급 부족 사태가 의미 있게 해소되는 시점은 신규 공장 증설 물량이 쏟아지는 2027년 하반기나 되어야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AI 데이터센터 구축을 위한 서버용 D램과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가 시장 전체를 압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올해 1분기 메모리 가격은 전 분기 대비 최대 180%까지 급등하며 시장의 예측을 뛰어넘었다. 특히 춘절 연휴를 기점으로 공급업체가 계약을 취소하거나 가격을 대폭 올리는 공급자 우위 시장이 뚜렷해졌다.
엔비디아를 필두로 한 GPU 업체와 하이퍼스케일러들이 메모리 확보를 위해 가격을 불문하고 물량을 싹쓸이하면서 상대적으로 스마트폰이나 PC 등 범용 제품에 들어갈 물량은 씨가 마르는 '칩플레이션'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이런 수급 불균형은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경쟁 구도도 변화시키고 있다.
황 팀장은 "과거에는 매출 규모를 중심으로 경쟁했다면 올해는 '이익률(마진) 경쟁'이 핵심 화두"라며 "현재 원가 경쟁력 면에서 다소 우위에 있는 SK하이닉스와 이를 따라잡기 위해 총력을 다하는 삼성전자의 이익률 싸움이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HBM 차세대 제품 경쟁도 변수다. 황 팀장은 "HBM4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의 약진이 예상된다"면서도 "시장 점유율 자체는 SK하이닉스가 여전히 우위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중국 업체의 빠른 추격이 변수로 지목된다.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와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 등 중국 기업들이 정부 보조금을 바탕으로 구형 메모리 시장에서 빠르게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황 팀장은 "중국 업체들이 2028년경 D램 시장에서 두 자릿수 매출 점유율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을 제외한 나머지 시장에서 이들의 약진이 국내 업계에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공급사들이 가동률을 극대화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생산성 한계와 천문학적인 설비 투자비용 탓에 단기간 내 공급 과잉으로 돌아설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평가다.
황 팀장은 "90년대 초 PC 광풍 당시 가격을 따지지 않고 메모리를 사들였던 상황과 지금의 AI 혁명이 매우 흡사하다"며 "하이퍼스케일러들의 구매 의지가 꺾이지 않는 한 내년까지도 가격 하락이나 수급 안정화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결국 메모리 가격 상승은 스마트폰과 PC 등 완제품 제조사의 원가 비중을 절반 가까이 끌어올려 중소형 업체들의 경영난을 가중시킬 것으로 보인다.
황 팀장은 2분기부터는 이익을 내지 못하는 세트 업체들이 속출할 수 있으며 이러한 상황이 역설적으로 대형 제조사 위주로 시장이 정리되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kha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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