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태료도, 쿼터제도 가능"…K-제조업, 美 '301조' 폭탄 우려

"수출 80%가 제조업서 나오는데"…美 몽니에 韓 제조업 발동동
"조사 외 품목도 관세 가능" 美 입맛대로…더 커진 '관세 리스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켄터키주 헤브론에 위치한 버스트 로지스틱스를 방문하며 손짓을 하고 있다. 2026.3.11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최동현 박기범 기자 =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 제조업의 '공급과잉'을 명분으로 무역법 301조 조사를 개시하면서 산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은 총수출의 84%를 제조업으로 일으키는 '제조업 강국'이다. 미국의 새로운 관세 무기가 한국 경제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이유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가 꺼내든 '무역법 301조'는 국가별로 보편적으로 부과했던 상호관세와 달리, 특정 산업 또는 특정 품목만 콕 찍어 관세를 매기거나 페널티를 부과할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선 상호관세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관세 불확실성'이 커진 셈이다.

"제조업 과잉생산이 문제"…韓 허파 찌른 트럼프

12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11일(현지시각) 한국을 포함한 16개 경제 주체를 대상으로 추가 관세 부과를 위한 사전 절차인 301조 조사를 개시했다. 사실상 미국 연방대법원의 위헌 결정으로 무력화된 상호관세(IEEPA 근거)의 '대체 관세' 도입 준비에 나선 것이다.

무역법 301조는 미국의 무역을 제한하거나 부담을 주는 외국 정부의 부당하거나 불합리하고 차별적인 행동, 정책, 관행에 관세 부과 등을 통해 대응할 권한을 행정부에 부여한다. USTR은 한국을 조사 대상에 포함한 이유로 '제조업 과잉생산'을 지목했다.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이날 오전 백브리핑에서 "(301조 조사 개시는) 제조업 분야의 공급과잉을 주제로 한 것"이라며 "서면 의견제출 기간이 이달 17일부터 4월15일까지이기 때문에 업계와 협의해서 정부의 공식 의견서를 제출할 계획"이라고 했다.

전자기기, 자동차 및 부품, 기계, 철강, 석유화학, 조선 등 USTR이 '과잉생산'이라고 지목한 업종들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트럼프 행정부가 자의적 판단으로 교역 상대국이나 특정 산업을 압박하려는 수단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를 예로 들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모두 공장(가동률을) 100%로 돌리고 있지만 (공급이) 시장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쇼티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며 "제품을 창고에 쌓아두고 박리다매로 시장 질서를 왜곡하는 과잉생산은 한국 제조업의 체질과 동떨어진 얘기"라고 토로했다.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이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국무역보험공사에서 열린 중동 수출기업 지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3.11 ⓒ 뉴스1 이광호 기자
"과태료도, 쿼터제도 가능" 美 몽니에…불확실성 증폭

무역법 301조는 관세에 국한하지 않는 사실상 '페널티 제도'라는 점도 업계 고민을 키우는 대목이다.

미국 행정부의 판단에 따라서 징벌적 과태료나 보복관세, 쿼터제 등 어떤 형태로든 제약이 현실화할 수 있다. 나아가 301조에 근거한 페널티가 상호관세와 품목관세 중 어떤 성격을 띨지도 모호하다. 업계에서 "301조는 미국의 요술 방망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한 무역업 전문가는 "(301조는) 특정국이 미국의 상업적 이익을 침해하거나, 미국 기업의 서비스 또는 상품을 차별하는 경우 그 피해에 대해 미국이 페널티나 보복관세를 취하는 방식"이라며 "관세뿐 아니라 다른 형태로도 제재를 취할 수 있다"고 했다.

다른 전문가는 "무역법 301조는 제재 범위가 상대국 자체일 수도, 특정 산업일 수도 있다"며 "심지어 교차보복도 가능하다. 예를 들어 한국산 김치를 대상으로 (301조 조사를) 벌였더라도 (보복관세는) 화장품에 부과할 수도 있다. 관세 불확실성이 증폭된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이날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대미투자특별법을 필두로 한미 간 전략적 경제협력의 중요성을 설득한다는 방침이다.

여한구 본부장은 "수출에 있어서 우리 주요 경쟁 대상국들에 (비교했을 때) 결코 불리하지 않은 대우를 유지할 수 있도록 협의해 나가겠다"며 "항상 긴장을 놓지 않고 국익이 극대화될 수 있는 협의를 긴밀하게 상시적으로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dongchoi8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