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이어 환율까지 급등…'올 게 왔나' 정유·항공·철강·식품 '비상'
원자재 구입 비용 증가…인상폭 가격 전가도 어려워
업계 "유가·환율 변동성 점검…재무 리스크 관리"
- 박기호 기자, 양새롬 기자, 문대현 기자, 배지윤 기자
(서울=뉴스1) 박기호 양새롬 문대현 배지윤 기자 = 미국·이란 전쟁 여파로 국제 유가에 이어 달러·원 환율이 급등하자 우리 기업들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유가의 경우 특정 산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환율은 영향을 받지 않는 기업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현대자동차 등 주요 기업들은 올해 최대 복병으로 '고환율'을 지목했던 상황이라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도 읽힌다.
이에 기업들은 환헤지 대책을 점검하고 해외투자 일정도 재점검하고 있다.
4일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일 오후 3시 30분 주간 종가 대비 10.1원 오른 1476.2원을 기록했다. 달러·원 환율은 간밤 서울 외환시장 연장거래 시간대에 한때 심리적 마지노선인 1500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기도 하다. 이번 환율 급등은 미국·이란 전쟁으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된 영향이다.
고환율로 정유를 비롯해 항공 등 외화 결제 비중이 높은 업종을 비롯해 과거 환차익으로 이익을 봤던 수출 기업까지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원가 부담이 커지며 마진 축소를 우려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우리 기업의 해외 투자가 급증하면서 비용 부담 역시 체감하고 있다.
미국·이란 전쟁으로 원유 수급까지 빨간불이 들어온 정유업계는 비상이다. 정유업계는 원유를 달러로 국내로 들여와 정제 후 제품을 수출하는 구조인데 달러 강세는 원가 부담 증가를 야기한다. 정유업계는 미국·이란 전쟁으로 단기적으로는 정제마진 개선 효과를 누리고는 있지만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되면서 원유 수급에 대한 불안감이 커진 데다 환율마저 상승하면서 불확실성이 확산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중동 지역에서 원유의 70.7%를 수입하고 상당수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해야 한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유가 급등에 환율까지 오르면서 정유사들의 원유 도입 부담 자체가 커졌다"며 "원유 수급이라도 원활해서 수출까지 잘 되면 환율 상승 타격을 상쇄할 수 있겠지만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처음으로 봉쇄된 지금은 비상상황"이라고 전했다.
항공업계도 환율 변동성을 점검하고 있다. 대한항공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환율이 10원 변동할 경우 약 480억 원의 외화평가손익이 발생한다. 또한 캐시 플로(현금 흐름)는 약 160억 원의 변동이 생긴다. 이에 따라 통화·이자율 스와프 계약 등을 통해 차입구조를 관리하고 있다. 한 대형항공사(FSC) 관계자는 "유가와 환율 변동성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헤지 등을 통한 재무 리스크 관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비용항공사(LCC)는 FSC보다 고환율에 취약하기에 부담이 더 크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LCC의 경우 항공기 리스가 많기에 비용 부담도 (FSC보다) 클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원재료 상당 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국내 식품업계 역시 환율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밀, 옥수수 등 주요 수입 원자재 가격 부담이 증가하면서 수익성에 악영향이 우려된다. 게다가 최근 정부가 물가 안정에 집중하고 있기에 인상폭을 가격에 전가하기도 쉽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고물가·고환율·고유가라는 삼중 변수에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겹치면서 식품업계 경영 불확실성이 한층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도 원료 의약품 조달 부담 증가로 울상이다. 환율이 오르면 수입 원료 가격이 즉각 상승하지만, 이를 제품 가격에 반영하기는 쉽지 않다. 건강보험 약가 체계와 정부의 가격 관리 구조상 원료비 인상분을 곧바로 전가하기 어려운 까닭이다.
따라서 환율 상승이 장기화할 경우 수익성 악화는 물론 일부 품목에서는 채산성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제네릭(복제약) 비중이 높은 중소 제약사일수록 환율 부담을 흡수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크다.
해외 투자 비중이 높은 배터리 업계 역시 고환율에 힘겨워하고 있다. 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어떤 업종이든 환율이 상승하면서 원가가 올라갔을 것"이라며 "배터리 업계는 미국 등 해외 투자가 많기에 환율이 인상되면 배터리 업계에 좋지 않다"고 전했다.
우리 기업들은 올해 경영 활동 최대 변수로 '환율'을 꼽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올 초 발표한 '기업이 바라본 2026 경제·경영 전망'에 따르면 올해 한국경제의 성장을 제약할 주요 리스크 요인으로는 '고환율 및 변동성 확대'(47.3%)가 1위를 차지했다. 뉴스1이 지난해 12월 실시한 조사에서도 올해 경영 활동 최대 변수로 '환율 변동성'이라는 응답이 34.9%로 다른 현안보다 우선했다.
한편 한국은행은 "간밤 달러·원 환율이 1500원을 넘기도 했으나, 과거와 달리 달러 유동성이 풍부하고 우리나라의 대외차입 가산금리와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도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역시 최근 환율 변동성에 대해 경각심을 갖고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goodda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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