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사태, 유가·환율 악재 겹겹인데"…삼성전자 노조, 파업 카드?

노조, 쟁의권 확보 절차 돌입…총파업 시 생산 차질 우려
중동 현지 위험성·생산 비용 부담↑…국내외 암초 수두룩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의 모습. 2025.7.17 ⓒ 뉴스1 신웅수 기자

(서울=뉴스1) 김진희 기자 = 삼성전자(005930) 노조가 협상 결렬을 선언하고 쟁의권 확보 절차에 돌입하면서 총파업 전운이 감돌고 있다.

이란 사태로 국제 유가와 환율이 급등하는 등 불확실성이 증폭된 상황에서 파업 변수까지 더해지는 '이중고'에 직면한 셈이다.

"국내외 비상인데"…삼성전자 노조, 쟁의권 확보 절차 돌입

삼성전자 노조 공동교섭단은 4일 "2차 조정회의는 전날 밤 11시 55분 최종적으로 조정 중지 결론이 났다"며 "현 시간부로 공동투쟁본부 체제로 전환해 쟁의권 확보 절차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노조는 조합원을 대상으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실시한 후 재적 조합원 과반수 찬성과 전체 조합원 과반수 참여 요건 충족 시 파업, 부분 파업 등 쟁의행위를 할 수 있게 된다.

공동교섭단은 이날 쟁의 대책을 최종 점검한 후 5일 라이브 방송을 통해 조정 중지 사유 및 쟁의찬반투표를 포함한 쟁의 대책 계획을 공표할 예정이다.

노사는 성과급 및 임금 체계 등을 둘러싸고 3달여간 교섭을 이어왔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공동교섭단에는 6만명이 넘는 삼성전자 최대 노조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초기업노조)를 포함한 노조 3개 단체가 포함돼 있다. 노조 3단체가 총파업에 나설 경우 대규모 인력이 빠져 생산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란 사태로 대내외적으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국내 기업 다수가 비상 대응체계를 운영하고 있다"며 "특히 최근 한국 경제를 지탱하는 반도체 산업에서 총파업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닥뜨린다면 여파가 상당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군 공습으로 훼손된 이란 수도 테헤란의 한 빌딩 앞에서 주민이 이란 국기를 들고 서 있다. 2026.03.02 ⓒ 로이터=뉴스1
이재용 회장 직접 챙긴 중동, 경영 불확실성 확대…"예의주시"

삼성전자는 이란을 비롯한 중동 지역에 다수 진출한 상태다. 스마트폰, TV, 가전 등 소비자 제품을 중심으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에는 Samsung Gulf Electronics Co. Ltd. 법인도 있다. 사우디 리야드에 중동·북아프리카(SEMENA) 법인을 두고 네옴시티 등 스마트시티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이스라엘에서는 반도체 연구소를 운영 중이다. 현지에는 주재원이 근무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미국의 이란 공습 이후 이란과 이스라엘에 근무 중이던 한국인 직원들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와 이집트, 요르단 등 인근 국가로 대피시켰다. 현지인 직원은 재택근무 체제로 전환했다.

중동 지역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직접 챙길 정도로 전략 시장으로 꼽힌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삼성물산, 삼성E&A 등은 수십조 원 규모 스마트시티·원전·신재생에너지 프로젝트에 수주 및 투자하기도 했다.

이란 사태로 해당 프로젝트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판단도 삼성 내부에서 제기된다.

전쟁 장기화 시 유가 폭등으로 기업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국의 원유 수입 중 약 70%는 중동산이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나서면서 직접적인 타격이 우려되는 이유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유럽이 에너지 부족으로 큰 위기를 맞은 바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AI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함에 따라 반도체 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력 사용량이 증가하면서 비용 부담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지자 삼성전자 주가는 전날 20만 원대에서 17만 원대로 떨어지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현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긴밀하게 대응 중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정부와 소통하며 중동 지역 사업소 현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jinny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