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칼럼] 반도체 산단 지방 이전이 어려운 이유
- 박기호 기자

(서울=뉴스1) 박기호 기자
"용인에만 매달리지 말고 이제는 판을 바꾸자. 대한민국 반도체의 새 심장은 전남광주특별시가 되겠다." (강위원 전남도 경제부지사)"새만금을 반도체 산업의 핵심 전략 거점으로 육성해 국가 반도체 산업 전략에 반영해야 할 것이다." (전북 부안군의회)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용인 반도체 산업단지의 지방 이전 요구가 잦아들지 않고 있다. 지역에선 서명운동도 한창이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나오는 이전 요구는 수도권 집중 완화, 지역 균형발전이라는 명분도 그럴듯해 보인다. 반도체 공장만 유치하면 인구 부족에 따른 지역 소멸부터 고질적인 세수 부족 문제까지 모두 해결할 수 있기도 하다. 하지만 반도체 산업을 이해하고 있는 이들은 용인 반도체 산단의 지방 이전은 말이 안 된다고 지적한다. 균형발전 담론을 떠나 용수 문제, 인력 문제, 생태계 집적도 등을 고려할 때 현실적으로 불가하다는 것이다.
반도체 산단의 핵심 입지 조건인 수자원 문제에 있어서 용인을 대체할 수 있는 곳이 없다. 반도체 제조 공정과 공정 가스 정화 과정에서 세척 및 불순물 제거에 상당량의 물이 필요하다. 클린룸의 온도와 습도 조절 등에도 필요하다. 당장 용인에 조성 중인 두 곳의 반도체 클러스터를 위해 2031년부터 하루 31만 톤 규모의 용수를 공급할 계획이며 2035년부터는 일일 기준 107만 2000톤을 제공할 예정이다. 여주보를 통해 확보한 공업용수까지 합하면 용인 지역 공업용수만 하루 133만 7000톤이다. 4대강 유역 가운데 공급 여건이 가장 뛰어난 한강 수계를 활용한 덕분이다. 이에 반해 현재 이전 지역으로 거론되는 지역의 용수 능력은 현저히 떨어진다. 이전론이 가장 거센 새만금 지역만 해도 금강 수계인 용담댐 용수에 의존해야 한다. 용담댐에서 가용할 수 있는 공업용수는 18만 톤가량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공장의 지역 이전은 기업의 인재 확보도 어렵게 한다. 기업 입장에선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인재를 확보하려면 이들이 선호하는 거주 여건을 제공할 수밖에 없다. 과거 문재인 정부에서 용인시를 반도체 클러스터로 지정한 여러 배경 중 하나로 정주 여건 등도 고려했다. 고학력 엔지니어들 사이에선 삼성전자가 있는 평택까지가 근무 한계선(반도체 인력 남방 한계선)이라고 한다. 용인과 같은 수도권인 평택마저 교통 문제 등으로 기피 지역 1순위라는 반응도 제법이다. 물론, '반도체 인력 남방 한계선'이라는 웃픈 현실은 극복해야 하지만 반도체 인재를 둘러싼 글로벌 빅테크와의 전쟁은 지금 당장 업계의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반도체 산업은 집적을 통한 생태계를 갖춰야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반도체 제조는 수백 가지 공정이 연속적으로, 상호의존적으로 연결돼 있다. 각종 부품부터, 장비, 원자재 등이 물리적으로 인접해야 한다. 그래야 이송 시간도 단축하고 공정 편차도 최소화하며 피드백에 대해 개선도 할 수 있다. 당장 장비가 고장이 나거나 원자재가 필요하면 인근 공장을 활용해야 한다. 공용 인프라를 통한 비용 절감도 필요하다.
반도체 업계에선 지방선거를 앞두고 제기된 이전론이 황당하다는 분위기지만 불똥이 튈까 속으로 끙끙 앓고만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수출은 사상 처음 7000억 달러를 넘겼다. 반도체는 1734억 달러로 전체 수출액의 4분의 1을 책임졌다. 25일 코스피가 꿈의 육천피를 달성했는데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업종의 탄탄한 실적과 기대감이 큰 역할을 했다. 이런 시점에 우리 스스로 반도체 기업의 경영 불확실성을 키워 핵심 산업의 경쟁력을 갉아먹을 필요가 있을까.
goodday@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