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 개정안 통과…"자사주 유일한 경영권 방패, 기업 우려 증폭"
'자사주 소각 의무화' 3차 상법 개정안 국회 통과
국내 상장사 3분의 2 자사주 보유…롯데·SK 자사주 비율 높아
- 김진희 기자
(서울=뉴스1) 김진희 기자 = 기업의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는 '3차 상법 개정안'이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국내 기업들의 경영권 방어에 비상이 걸렸다. 국내 기업들이 이른바 '기업 사냥꾼'의 적대적 공격에 노출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에는 경영권 방어 제도가 없어 자사주가 주가 부양·주주환원 수단을 넘어 경영권 방패 기능을 해왔다. 관련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우려가 나왔던 이유다.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골자로 한 3차 상법 개정안이 발의된 지 석 달 만에 더불어민주당 등 범여권 주도로 25일 국회 문턱을 넘었다. 여야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본회의를 열고 상법 일부 개정안을 재석 176명 중 찬성 175명(기권 1명)으로 의결했다.
상법 개정안은 기업이 자사주를 취득할 경우 1년 이내 소각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내용이다. 이미 보유한 자사주는 법 시행 후 6개월의 유예기간을 둬 최대 1년 6개월 이내에 모두 소각해야 한다.
다만 임직원 보상, 우리사주 제도 실시 등 일정한 사유가 인정돼 이사 전원이 서명·날인한 보유처분계획을 매년 주총에서 승인받는 경우는 예외로 했다. 이마저도 주총 의결을 거쳐야 한다.
민주당은 자사주를 소각하면 유통 주식 수가 줄어 주당순이익(EPS)이 증가해 실질적으로 주주의 이익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은 국내 기업이 헤지펀드 등 기업 사냥꾼의 적대적 공격에 노출될 수 있다며 전날 필리버스터에 들어갔다.
실제 자사주는 경영권 방패 역할을 해 왔다. 삼성물산(028260), SK(034730) 사례가 대표적이다.
2003년 영국계 헤지펀드 소버린자산운용이 SK를 공격했을 당시 SK가 보유한 자사주 10.41%를 우호 세력인 하나은행·신한은행 등에 매각해 경영권을 방어했다. 2015년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삼성물산을 상대로 딴지를 걸었을 때도 자사주가 경영권 방어의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자본시장연구원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상장사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1723개(66.2%) 기업이 자기주식을 보유한 것으로 집계됐다.
자기주식 비율이 10% 이상인 기업은 전체의 8.4%, 20% 이상인 기업은 2.3%였다.
주요 기업으로는 지난해 6월 기준 △롯데지주 27.37% △SK 24.8% △두산 16.7% △LS 13.87% △삼성화재 13.44% △HD현대 10.5% 등이 자사주(우선주 포함) 보유 비율이 10%를 넘었다.
재계는 자기주식 소각 의무화로 주가 부양 저해는 물론 경영 불확실성 증가라는 다양한 부작용이 초래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자사주 소각 의무화는 경영권 위협을 넘어 경영 위기를 불러온다는 주장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국의 경우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는 장치가 사실상 없기 때문에 자사주는 '완충재'로 작용해 왔다"며 "뚜렷한 대책 없이 이마저 강제해 버리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지적했다.
특히 자금 여력이 충분한 대기업과 달리 중소·중견기업의 위기감은 더욱 크다.
중소·중견기업은 자사주를 재무구조 개선, 운영자금 확보, 성장동력 재원, 교환사채(EB) 발행 등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하고 있어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자금 여력이 불충분한 기업은 자사주가 신규 성장 동력을 마련하는 자금 조달 방편이 될 수 있다"며 "자사주 소각 의무화라는 제약으로 성장 동력이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인수합병(M&A) 등의 과정에서 취득한 특정 목적 자사주 문제는 향후 추가 논의를 통해 보완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jinny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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