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산 1호' 승인 임박…'전기료 인하' 빠진 듯, 석화 재편 기준선
'합작법인 하반기 출범' 대산 1호 윤곽…정부 '지원' 수위 주목
여수·울산 '눈치싸움' 여전…'조건부 지원' 마중물 될지 관건
- 원태성 기자
(서울=뉴스1) 원태성 기자 = 국내 석유화학 산업 재편의 가늠자가 될 '석유화학산업 사업재편 1호 프로젝트' 승인이 이번 주 이뤄질 전망이다. 다만 정부가 마련한 지원 패키지에서 업계가 가장 절실하게 요구해 온 '전기요금 인하'가 빠진 것으로 알려지면서 지지부진한 구조조정 협상의 동력을 살릴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석화 업계는 중국발 공급 과잉과 수요 둔화로 벼랑 끝에 몰린 상황을 헤쳐 나가기 위해서는 전향적인 금융·세제 지원이 필요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조만간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의 나프타 분해 설비(NCC) 통폐합 방안을 담은 '대산 1호 프로젝트'를 승인하고 세부 지원안을 발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최근 정부세종청사 기자실에서 진행된 간담회에서 "대산 프로젝트가 가장 먼저 진행되고 있어 이달 말쯤 구체적 발표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번 재편안은 롯데케미칼 대산 공장을 물적 분할해 HD현대케미칼과 합병하고, 양사 지분을 50:50으로 나누어 에틸렌 생산량을 약 110만 톤 감축하는 운영 효율화 방안을 골자로 한다. 두 회사의 통합법인은 올해 하반기 출범한다.
재편 방안의 윤곽이 드러나는 만큼 정부의 지원 패키지도 함께 제시될 예정이다. 정부는 그간 예고한 대로 금융·세제 지원과 연구개발(R&D) 확대, 인허가 간소화, 인프라 개선 등을 포함한 종합 지원책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책금융과 채권단 지원을 결합해 자금 부담을 덜고, 고부가 제품 전환을 유도하는 방향이 유력하다.
다만 업계가 가장 직접적인 지원으로 요구해 온 전기요금 인하는 이번 패키지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는 NCC 가동 특성상 전력비 비중이 높아 전기료 인하가 실질적인 원가 절감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주장해 왔지만, 형평성 논란 등을 감안해 정부가 이를 반영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 경우 관건은 '보상 수준'이다. 전기료 인하가 빠질 경우 금융·세제 지원의 조건과 규모가 이를 상회하는 수준으로 설계되지 않으면 재편 참여 유인이 약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전기료 인하는 상징성과 체감 효과가 컸던 카드"라며 "다른 지원책이 그 이상의 실질적 혜택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대산이 속도를 내는 것과 달리 여수와 울산 산단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여수는 여천NCC의 감축 규모를 두고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 간의 입장차가 여전하다. 울산은 에쓰오일의 대규모 투자 프로젝트인 '샤힌 프로젝트'가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상업 가동을 앞둔 신규 설비(연산 180만 톤)가 기존 설비 감축 노력을 상쇄할 수 있다는 우려에 기존 업체들이 감산 합의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울산의 사업 재편 안에는 구체적인 에틸렌 감축 수치조차 담기지 못한 상태다.
문제는 시간이다. 나이스신용평가 등 시장 전문가들은 설비 셧다운과 파이프라인 재배치 등 복합적인 작업을 고려할 때 지금 당장 재편에 착수해도 실질적인 경영 지표 개선은 2027년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설비 셧다운과 통합 운영 효과가 실적에 반영되기까지는 수년이 소요되는 만큼, 지금이 구조 재편의 '골든타임'이라는 지적이 잇따른다.
정부는 충분한 재편 계획을 제출한 기업에만 지원하겠다는 '조건부 지원' 원칙을 세운 상태다. 이는 단순한 유동성 공급을 넘어 고부가 제품 전환과 설비 통합을 유도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구조적 체질 개선을 수반하지 않는 지원은 없다는 신호를 분명히 하겠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조건부 지원이 석화 단지 전반의 체질 개선을 이끌 '마중물'이 될 수 있을지에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산 1호가 성공적으로 안착하면 후속 단지도 속도를 낼 수 있지만 지원이 기대에 못 미치면 협상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다"며 "이번 발표가 사실상 전국 석화 재편의 기준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kha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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