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도 中도 '경제 압박' 심화…韓, G7·호주와 연대한 '집단 대응' 나서야"
빅터 차 美 조지타운대 석좌교수, 최종현학술원 특별강연
"中, 관세·통상 '경제적 압박' 심화…美, 동맹국과 연대해야"
- 최동현 기자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관세와 통상 정책을 외교·안보·경제의 전략 무기화하는 '경제적 압박'이 미국과 중국 양측에서 더욱 심화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은 G7(주요 7개국) 등 동맹국 간 안보·경제 연대로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이 8일 나왔다.
미중이 자국보호주의를 표방하며 상대국을 압박하는 체제를 공식화한 현재엔 '전략적 모호성'이나 공급망 다변화(de-risking)는 더 이상 실효적인 수단이 아니라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 무기화'를 버리고 '경제 동맹'에 합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지정학·외교정책 담당 소장이자 조지타운대 석좌교수는 지난 6일 서울 강남구 최종현학술원에서 열린 특별강연에서 최근 출간한 저서 '중국의 무역 무기화'를 소개하며 이같이 밝혔다.
차 교수는 '경제적 강압'을 상대국의 주권적 정치 선택을 바꾸기 위해 무역과 투자를 수단으로 활용하는 행위라고 정의한다. 차 교수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 1997년 이후 최소 600건 이상의 경제적 강압 사례를 통해 18개국, 470개 기업을 압박해 왔다.
미국 기업이 278곳으로 가장 많았고, 일본(59곳), 한국과 대만(각각 33곳)도 주요 대상에 포함됐다. 특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집권 이후 경제적 강압 사례가 급증했다는 게 차 교수의 분석이다.
중국의 공세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으로 차 교수는 중국의 '구조적 취약점'을 역식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엔 국제무역정보센터(UN Comtrade) 2024년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중국은 589개 품목에서 수입 의존도가 70%를 넘고 있으며 이 가운데 259개 품목은 의존도가 90%를 상회한다.
특히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디스플레이 패널의 경우 중국의 수입 의존도가 94%에 달했다. 미국산 비고리형 탄화수소, 일본산 산업용 로봇과 은분(태양광 패널 핵심 소재)도 중국이 단기간에 대체하기 어려운 고의존 품목이다.
차 교수는 해법으로 '집단적 회복력(collective resilience)' 개념을 제시했다. 개별 국가가 디리스킹에 나서더라도 중국은 다른 공급망을 공격, 무력화하는 전략을 구사한다. 이에 나토(NATO)의 집단방위 논리를 경제 영역에 적용해 중국이 한 국가를 압박할 경우 유사 입장국들이 공동으로 보복 조치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차 교수는 '집단적 회복력'의 구체적 요령으로 동맹·파트너국들이 서로의 취약 품목(고의존 품목)을 분담해 한 가지씩 대응 카드(억지 수단)를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각국이 모든 품목을 방어하려 들 필요는 없다"며 "각자가 하나의 핵심 취약 품목을 맡아 공동 억지력을 구성하는 방식이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했다.
차 교수는 G2이자 한국의 최대 시장인 미국과 중국이 모두 '경제적 압박' 전략을 구사하는 환경에선 한국의 전통적인 외교 전략인 '전략적 모호성'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고 봤다.
그는 최석영 전 외교부 경제통상대사와의 대담에서 "과거에는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공식이 회자했지만, 이제는 더 이상 지속 가능한 선택지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장기적으로는 미국 중심 공급망을 선택하는 방향성이 분명해지고 있다"면서도 "희토류 등 일부 핵심 품목에서는 여전히 중국 의존이 남아 있으며, 이것이 구조적 리스크로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핵심 광물 공급망에 대해선 "한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들이 공급망 확보 협력에 나서는 것은 사실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불가피한 대응"이라고 봤다.
차 교수는 중국의 경제적 압박 전략에 초점을 맞췄지만, 이런 논리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에도 판박이처럼 적용된다.
그는 미국도 트럼프 행정부에 들어 통상을 전략적 압박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인정했다. 실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4월 전 세계에 관세를 부과했는데, 이후 1년 내내 한국 산업계의 최대 리스크로 '미국 관세'가 꼽힐 만큼 업계 전반에 미치는 파장이 광범위한 실정이다.
차 교수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동맹국에 관세를 부과해 압박하는 자세를 버리고, 동맹국과 연대체를 결성해 대(對)중국 공동 압박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이 집단적 회복력을 실행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으로는 G7을 중심으로 호주 등 중견국과 결합하는 구상을 제시했다.
차 교수는 "미국이 동맹국들을 겁주거나 압박하는 방식은 전략적으로 옳지 않다. 중국의 전략에 오히려 힘을 실어주는 결과를 낳는다"면서 "집단적 회복력은 중국에 대한 억지 수단일 뿐 아니라, 미국 스스로의 전략적 신뢰를 회복하는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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