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계 "기업 참여 국가 R&D, 공개 대상 제외해야…기밀 유출 우려"
'국가연구데이터법 제정안 우려' 정부·국회에 제출
기업 80% "중요 정보 포함"…57% "비밀 노출 우려"
- 박종홍 기자
(서울=뉴스1) 박종홍 기자 = 경제계가 국가 연구개발(R&D) 연구데이터의 등록 및 공개 의무화를 골자로 하는 국가연구데이터법 제정안에 대해 기술 유출, 사업화 기회 축소 등이 우려되는 만큼 기업이 참여하는 과제는 법 적용대상에서 제외해달라고 요구했다.
대한상공회의소와 한국경제인협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6단체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논의 중인 '국가연구데이터 관리 및 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안'에 대한 건의서를 국회와 정부에 제출했다고 27일 밝혔다.
현재 국회에는 정부 지원금이 투입된 국가 연구개발과제의 연구데이터 공개를 규정하는 3개의 법안이 계류 중이다. 지난해 11월 28일 열린 과방위 소위에서는 3개 발의안을 통합한 제정안이 논의됐다.
통합 제정안에는 기업이 수행하는 연구개발과제 중 정부 지원 비중이 50% 이상인 경우에는 연구데이터를 통합플랫폼에 등록·공개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연구데이터란 연구 결과뿐만 아니라 연구 수행 과정의 실험, 관찰, 조사, 분석 등 중간 결과물까지 포함된 개념이다.
경제계는 "국가연구데이터 통합 관리 및 활용을 촉진하기 위한 제정안 취지에 공감하고 기초연구 결과를 공개하는 방향에는 찬성한다"면서도 "기업이 수행하는 국가 연구개발과제의 데이터가 공개될 경우 핵심기술의 해외 유출과 사업 기회가 침해받을 가능성이 있고, 이는 기업들의 국가 연구개발과제 참여를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 우리나라 산업기술의 해외 유출건수는 검찰 송치 건수 기준으로 2021년 9건에서 지난해 33건으로 해마다 증가했다.
경제계는 또한 "현재 연구데이터의 공개 예외 대상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지만 신기술, 신소재나 미세한 공정 개선 등을 시험하고 개발하는 R&D 특성상 예외 범위를 사전에 규정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연구결과 중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범위만을 명확히 분리하는 것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경제계는 해외사례와 비교해도 현재의 입법안은 과도하다고 비판했다. 경제6단체는 "미국과 EU, 일본의 국가 연구개발 데이터 공개 규정을 보면, 연구데이터 공개 대상이 논문 등 학술 출판물 중심이거나 상업적 활용 또는 연구책임자의 결정에 따라 비공개가 가능하도록 설계돼 있다"고 밝혔다.
대한상의 소통플랫폼을 통해 국가 연구개발과제 참여 경험이 있는 294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한 결과, 연구 산출물을 공개할 경우 사업 참여가 축소할 것이란 우려가 높았다.
응답 기업 79.6%는 '기업 수행 국가 연구개발과제에 기업의 핵심 영업비밀, 경영전략 등 중요 정보가 포함돼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유출시 피해가 우려되는 중요 정보가 포함돼 있다"고 응답했다. 16.7%의 기업은 "공개 가능한 정보들 위주로 포함됐다"고 답했고, "중요 정보가 전혀 포함되지 않았다"는 기업은 3.7%에 그쳤다.
응답 기업 65.7%는 '연구데이터 공개가 의무화될 경우 향후 국가 연구개발과제의 참여의향'에 대해 "참여하지만 예전에 비해 축소할 것"이라고, 2.0%는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공개 의무와 관계없이 참여할 것"이라는 응답은 32.3%였다.
가장 우려되는 사항에 대해 기업들은 '기술정보 및 영업비밀 노출'(57.2%), '중요 기술 및 정보의 해외 유출 위험'(38.9%), '특허권 확보 어려움'(34.5%), '거래관계에서 비밀유지계약 위반 가능성'(28.5%) 등을 꼽았다.
경제계는 이런 우려를 감안해 기업이 수행한 국가 연구개발과제의 연구데이터는 등록과 공개 의무 적용 대상에서 원칙적으로 제외할 것을 건의했다. 일괄 제외가 어려울 경우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동의한 데이터에 한해 공개하는 방식으로 전환할 것을 요청했다.
김현수 대한상의 경제정책팀장은 "국가 연구개발과제 참여를 통한 기술혁신과 국가 산업 경쟁력 제고라는 정책 목표가 훼손되지 않도록 공공 R&D로 생산된 연구데이터 수집 및 공개 의무화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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