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배터리, 작년 4분기도 '한겨울'…올해 실적 반등 엇갈린 전망
LG엔솔·삼성SDI·SK온 4분기 적자…전기차 수요 둔화 직격
'ESS 전환' 전환 본격화…로보틱스 새로운 먹거리 될까
- 박기범 기자
(서울=뉴스1) 박기범 기자 = 국내 배터리 업계가 지난해 4분기에도 극심한 실적 부진을 피하지 못했다. 전기차 수요 정체가 장기화한 데다, 미국과 유럽 정책 환경까지 급변하면서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의 한파가 이어졌다는 평가다.
다만 에너지저장장치(ESS)와 로보틱스 등 신시장 성과에 따라 올해 실적 회복 시점은 기업별로 엇갈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373220)은 지난해 4분기 연결 기준 실적을 잠정 집계한 결과, 매출액 6조1415억 원 영업손실 1220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액은 4.8% 감소하고, 영업손실은 45.9% 줄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에 힘입어 1분기 3747억 원, 2분기 4922억 원, 3분기 6013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2분기와 3분기에는 AMPC를 제외하고 각각 14억 원, 2358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기도 했다. 연간 영업이익은 1조3462억원으로 집계됐으나, AMPC를 제외하면 1300억 원의 적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삼성SDI(006400)와 SK온도 상황은 녹록지 않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SDI의 작년 4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6.7% 줄어든 3조5035억 원, 영업손실은 3076억 원으로 예상된다. 삼성SDI는 4분기 내내 적자를 기록하며 지난해 연간 영업손실이 1조7000억 원대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SK온은 비상장사로 별도 컨센서스가 집계되지 않으나 업계에서는 4분기 3000억 원대의 영업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실적이 부진한 것은 우선 전기차 배터리 출하량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데다, 고정비 부담이 이어진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미국과 유럽 등의 정책 환경 변화가 실적에 직격탄으로 작용했다.
미국에서 지난해 9월 말 대당 최대 7500달러에 달하던 전기차 구매 세액공제가 종료되면서, 4분기 미국 전기차 판매량은 전 분기 대비 40% 이상 급감했다.
유럽연합(EU)의 정책 변화도 부담 요인이다. EU는 2035년부터 사실상 내연기관차 판매를 전면 금지하려던 기존 방침을 완화·철회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조정했다. 이에 따라 전기차 전환 속도가 당초 예상보다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런 정책 환경 변화 속 글로벌 완성차(OEM)들의 투자 조정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 완성차 브랜드 포드는 LG에너지솔루션과 체결했던 9조 6000억 원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납품 계약을 해지하고, SK온과의 합작 사업도 구조를 분리했다. 업계에서는 올해 미국 전기차 판매량이 2025년보다 16%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배터리 3사는 전기차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ESS를 핵심 생존 전략으로 삼고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전력망 안정화와 데이터센터 수요 증가에 따라 ESS 시장은 빠르게 성장 중이다. 미국 ESS 시장 규모는 2023년 약 80GWh에서 2030년 130GWh 수준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다올투자증권은 LG에너지솔루션의 지난해 4분기 ESS 매출이 1조 원을 넘어섰을 것으로 추정했다. KB증권은 삼성SDI가 2025년 4분기부터 ESS용 NCA 배터리 양산을 시작하고, 2026년 이후 ESS용 LFP 배터리 생산을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하며 중장기 실적 개선 가능성을 제시했다.
특히 이들 기업은 미국 내 ESS 생산 시설을 확충한 만큼 향후 매출 증대와 함께 미국 정부로부터 받는 AMPC가 다시 확대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다만 ESS 시장 규모가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한 만큼, 단기간 내 수익성 반등을 이끌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주목받는 로보틱스 산업은 또 다른 기회 요인으로 꼽힌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전기차 대비 배터리 탑재 용량은 작지만, 고출력·고안전성 배터리가 필요해 고부가가치 시장으로 평가된다. 증권가에서는 휴머노이드 로봇 출하량이 향후 10년간 매년 두 배씩 증가해 2035년 260만 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업계 관계자는 "ESS와 로보틱스 등 비전기차 영역에서 누가 먼저 성과를 내느냐에 따라 K-배터리 기업들의 실적 회복 시점이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pkb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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