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은 기계가 아니라 서비스"…운영이 승부 가르는 '로봇 2막'

성능 경쟁서 가동률 싸움으로…'서비스형 로봇' 모델 주목
AI와 데이터가 가르는 승부…"로봇 2막의 주인공은 운영 역량"

세계 최대 IT(정보기술)·가전 전시회 'CES 2026' 개막 이틀차인 7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에 로봇이 진열돼 있다. 2026.1.8/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서울=뉴스1) 원태성 기자 = 로봇 산업의 경쟁 축이 급격히 이동하고 있다. 과거 로봇 시장의 성패가 속도, 정밀도, 내구성을 앞세운 하드웨어 성능에 달려 있었다면, 이제는 로봇을 어떻게 관리하고 현장에서 얼마나 안정적으로 활용하느냐가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했다. 단순히 '잘 만든 기계'를 납품하는 시대를 지나, 로봇 도입 이후의 운영 안정성과 유지보수, 실시간 데이터 최적화 역량이 시장의 판도를 가르는 '로봇 2막'이 본격화한 것이다.

성능 경쟁서 가동률 싸움으로…산업 기준 충족이 성패 가른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국제로봇연맹(IFR)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휴머노이드 로봇을 비롯한 차세대 로봇이 기존 자동화 시스템과 경쟁하기 위해선 단순한 동작 구현을 넘어 사이클 타임(Cycle Time), 에너지 효율, 유지보수 비용 측면에서 엄격한 산업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로봇이 실험실을 벗어나 실제 산업 현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기계적 완성도를 넘어, 운영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서비스 역량이 필수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포한다.

초기 로봇 시장은 누가 더 정밀한 하드웨어를 만드느냐를 두고 다퉜고, 산업용 로봇은 반복 정밀도, 물류 로봇은 이동 속도가 기술력을 증명하는 척도였다. 하지만 현장에 로봇 보급이 일반화되면서 고객사들의 판단 기준은 '가동률'과 '경제성'으로 옮겨가는 추세다. 제아무리 성능이 뛰어난 로봇이라도 현장에서 멈추거나 유지비가 과도하면 도입 효과가 반감되기 때문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 주목받는 것이 바로 '서비스형 로봇(RaaS, Robotics as a Service)' 모델이다. RaaS는 로봇을 일회성 장비로 판매하는 방식이 아니라, 운영·관제·유지보수·소프트웨어 업데이트까지 포함해 구독이나 서비스 형태로 제공하는 구조로, 고객 입장에서는 초기 투자 부담을 줄이면서 가동률과 총소유비용(TCO)을 함께 관리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IFR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RaaS 시장은 연평균 15% 이상의 고성장을 기록하며 약 150억 달러 규모를 바라보고 있다. 기업들은 초기 도입 비용(CapEx)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IFR이 강조한 유지보수 비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멈추지 않는 운영'이라는 서비스 가치를 구매하기 시작한 셈이다.

고가반 로봇 활용 AGV 차체 라인 (현대차·기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11.6/뉴스1
LG·현대차·네이버 주목 '지능형 관제 플랫폼'

국내 주요 대기업들의 전략 변화는 이런 시장의 흐름을 여실히 보여준다. 하드웨어 조립을 넘어 로봇의 두뇌가 될 '운영 플랫폼' 구축에 방점을 찍고 있다.

LG CNS는 대형 물류센터를 중심으로 자율주행 물류 로봇(AMR)과 함께 클라우드 기반의 통합 관제 시스템을 패키지로 공급한다. 단순히 로봇을 배치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중앙 관제센터에서 수백 대 로봇의 상태를 실시간 모니터링하며 최적의 동선을 설계한다. 2026년 현재 LG전자의 인공지능(AI) 지능형 관제 설루션은 실제 현장에서 에너지 효율을 30% 개선하고 품질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성과를 입증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보스턴다이나믹스를 필두로 휴머노이드와 물류 로봇을 개발하는 동시에, 실제 도심 환경과 공장에서 지속 가능한 '운영 시나리오'를 검증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로봇이 인간의 작업 공간에 투입되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돌발 변수를 데이터화하고, 이를 실시간으로 제어하는 기술이 하드웨어 성능보다 우위에 있다는 판단이다.

네이버랩스 또한 로봇을 철저히 '플랫폼 서비스'로 접근한다. 사옥과 실증 단지에서 배송·안내 로봇을 운영하며 축적한 데이터는 클라우드를 통해 로봇의 지능으로 환류된다. 현장에서 수집한 이동 경로와 이용자 반응 데이터를 기반으로 소프트웨어를 끊임없이 개선하는 '지속적 학습(Continuous Learning)' 체계가 네이버의 핵심 경쟁력이다.

AI·데이터가 가르는 승부…"로봇 2막의 주인공은 운영 역량"

로봇 2막의 경쟁력을 결정짓는 마지막 조각은 AI와 데이터다. 자율주행 로봇은 축적된 이동 데이터와 장애물 정보를 학습해 스스로 효율을 높이고, 서비스 로봇은 고객 응대 패턴을 분석해 더욱 정교한 대화와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과정에서 경쟁 우위는 하드웨어 사양이 아닌 현장에서 발생한 데이터를 얼마나 빠르게 소프트웨어 개선으로 연결하느냐에서 판가름 날 것으로 예상된다.

제조 현장도 예외는 아니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글로벌 제조사들은 협동로봇 도입 시 공정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지원 능력을 최우선 순위로 둔다. 생산 라인이 바뀔 때마다 전문 엔지니어 없이도 로봇의 동작을 신속하게 수정하고 최적화할 수 있는 '운영의 유연성'이 곧 생산성으로 이어지는 까닭이다.

결국 로봇 산업의 미래는 '얼마나 많은 로봇을 팔았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로봇을 잘 돌아가게 하고 있는가'로 평가받게 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로봇 시장의 1막이 기술 과시의 장이었다면, 2막은 철저한 운영의 싸움"이라며 "현장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끊임없이 서비스를 고도화하는 기업만이 로봇 대중화 시대의 진정한 승자가 될 것"이라고 했다.

kha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