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제재 속 독자 행보…中, '엔비디아급' GPU·EUV 국산화 가속

중국의 엔비디아 '무어스레드' "블랙웰 수준 AI GPU 개발"
ASML 독점 EUV 장비, 中 시제품 개발…"독자 생태계 쉽진 않아"

중국 무어스레드 개발자 콘퍼런스 MUSA 2025 현장(MUSA 2025 홈페이지 갈무리). ⓒ 뉴스1

(서울=뉴스1) 박주평 기자 = 중국 기업들이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시제품을 개발하고 엔비디아의 최신 제품과 비슷한 성능의 인공지능(AI) 그래픽처리장치(GPU) 출시를 예고했다. 미국의 강력한 제재 속에서도 반도체 장비부터 설계, 메모리, 제조까지 독자적인 반도체 생태계 구축이 현실화하는 모양새다

중국의 엔비디아 '무어스레드', 블랙웰 수준 차세대 GPU 발표

24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의 팹리스(반도체 설계) 무어 스레드는 자체 개발자 콘퍼런스 'MUSA 2025 서밋'에서 차세대 아키텍처 '화강'(Huagang) 기반의 새로운 GPU 2종을 공개했다.

무어스레드는 엔비디아 부사장 출신인 장젠중이 지난 2020년 창업한 회사다. 당시 미·중 무역갈등이 심화하면서 중국의 GPU 국산화 필요성이 대두되던 시기였다. 공동 창업자 저우위안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비롯해 엔비디아 출신 전문가 다수가 합류해 고성능 GPU를 설계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총 4세대의 자체 설계 GPU 아키텍처를 선보였다.

무어스레드가 이번에 선보인 GPU는 게이밍 GPU 루샨과 AI용 GPU 화산 2종이다.

특히 무어스레드는 AI용 GPU 화산의 성능을 엔비디아 최신 GPU 블랙웰 시리즈와 비교했다. 연산 성능이 블랙웰 B200과 유사하고, 전체 대역폭도 동일하다고 발표했다.

화산은 듀얼 칩렛 설계를 채택하고, 8개의 고대역폭메모리(HBM)를 탑재할 것으로 알려졌다. 무어스레드는 미국의 수출제재 명단에 오른 기업으로, 중국 창신메모리(CXMT)의 HBM을 채택할 전망이다.

생산도 중국 최대 파운드리 기업 SMIC가 맡을 가능성이 크다. SMIC는 현재 7nm(나노미터)급 공정을 가동 중이며, 화웨이의 최신 스마트폰 칩과 AI 칩도 생산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설계, 메모리, 제조까지 중국의 자체적인 AI 반도체 생태계가 구축되는 셈이다.

초미세 공정 필수 EUV 노광장비 시제품 구현

중국은 초미세 공정 구현에 필수적인 EUV 노광장비 역시 독자 개발에 나서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미 시제품을 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EUV 노광장비는 네덜란드 장비 기업 ASML이 독점 생산하고 있다. 극자외선 빔을 사용해 사람 머리카락보다 수천 배 얇은 회로를 실리콘 웨이퍼에 새겨 넣는다. 장비 하나당 수천억 원을 호가하지만 TSMC,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유수의 반도체 제조 기업들이 EUV 장비를 구매하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화웨이가 EUV 장비 없이 기존 DUV(심자외선) 장비로 7나노 공정을 구현했지만, 이는 EUV 제조 과정 대비 수율이 턱없이 낮을 것으로 추정된다. 7나노 공정보다 미세한 5나노, 3나노 공정은 EUV 장비 없이는 불가능하고, 이 때문에 중국이 자체적인 EUV 개발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은 2028년 EUV 장비 시제품으로 만든 칩을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는데, 실제 EUV 장비 상용화에 성공할 경우 중국의 첨단 반도체 제조 경쟁력이 단숨에 향상될 수 있다.

다만 중국의 독자적인 반도체 생태계 구축을 낙관하기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AI GPU가 한국산 HBM을 쓰지 않아도 엔비디아 수준의 성능을 구현할 수는 있다"면서도 "그러나 과연 엔비디아 수준의 전력 효율성을 달성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AI 인프라가 대대적으로 확산하면서 전력 수요가 급증하자 최근에는 성능 못지않게 AI 반도체의 전력 효율이 중요한 경쟁력이 되고 있다. 고성능 HBM을 탑재하지 않고 데이터센터 전용 공조시스템 등 없이는 전력 효율을 발휘하기 어렵다는 관측이다.

EUV 역시 네덜란드 ASML이 수십 년에 걸쳐 개발한 기술 집약적 장비인 만큼, 중국이 구현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른 관계자는 "디스플레이 등 다른 산업이 성장했을 때와 달리 미국이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강력하게 견제하고 있다"며 "자본과 시간을 투입한다고 기술을 빠르게 발전시키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jup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