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배터리 등 첨단산업아카데미 지정 추진
[첨단산업 인재혁신②]
교과서 대신 장비, 학교 대신 현장…산업이 직접 가르친다
- 이재상 기자
(서울=뉴스1) 이재상 기자
"대학을 졸업해도 현장에 투입하려면 1년은 다시 배워야 합니다"
기술 변화가 빠른 첨단산업 분야에서 자주 들리는 기업 인사 담당자의 하소연이다. 이론 중심의 대학 교육과 실제 산업 현장의 간극은 해소되지 않은 채, 인재 미스매치 문제는 더욱 심화하고 있다.
이 간극을 줄일 방법으로 '첨단산업아카데미'가 주목받고 있다. 올해부터 시행된 '첨단산업 인재혁신 특별법(이하 특별법)'을 계기로, 첨단산업아카데미는 기존의 개별 교육사업을 넘어 산업계 주도의 인재 양성 제도로 공식화됐다.
첨단산업아카데미는 산업별 협회나 단체가 중심이 되어, 다수의 기업이 연합 방식으로 실무 인재를 양성하는 플랫폼이다. 산업 현장의 요구를 교육에 즉시 반영하고, 실습 중심 커리큘럼을 통해 현장 투입이 가능한 인재를 기르는 것이 핵심이다.
현재 산업통상부는 한국반도체산업협회, 한국배터리산업협회,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를 ‘첨단산업아카데미’ 운영기관으로 지정하기 위한 절차를 추진 중이다. 아카데미로 지정되면 각 협회는 법적 근거를 갖추고 인재 양성을 위한 활동을 운영하게 된다.
반도체 아카데미는 '현장성' 강화를 목표로 한다. 반도체 관련 18개 기업이 참여해 2027년까지 3720명의 인재를 양성할 계획이다.
칩 설계, 장비 운용, 패키징 등 실제 공정 환경을 기반으로 한 실습 위주의 교육이 마련된다. 산업통상부와 교육부가 함께 추진하는 반도체특성화대학(원)과의 연계도 논의되고 있다.
배터리 아카데미는 소재부터 재활용까지 배터리 산업 전 주기를 아우르는 '밸류체인 완결형' 교육 모델을 준비 중이다.
주요 전지 기업은 물론 소재 기업도 참여해 2028년까지 3340명의 인재를 양성할 예정이다. 특히 지역별 테크노파크 등과 연계한 거점 캠퍼스를 운영해 지역 인재 양성에도 기여할 전망이다.
디스플레이 아카데미는 '초격차 기술' 유지에 방점을 둔다. 디스플레이 주요 기업이 참여하며, 2029년까지 3900명의 인재를 양성할 계획이다.
충남테크노파크 디스플레이혁신공정센터 등 기존 인프라를 적극 활용해 패널 생산부터 양산 성능 평가까지 전 공정을 경험할 수 있는 실습형 교육 체계를 갖춘다.
첨단산업아카데미는 단순한 교육기관이 아니다. 산업계가 직접 인재를 양성하는 국가 전략 플랫폼이자, 실무 중심 인재를 제때 공급하는 시스템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구직자는 현장에 기반한 역량을 쌓고, 기업은 교육비용과 시간을 절감할 수 있어 산업계 전반의 효율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대한민국의 산업 경쟁력을 이끌 인재는 이제 산업이 직접 길러내는 시대'로 첨단산업아카데미는 그 변화를 상징하는 출발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alexe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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