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로봇청소기, 덩치 더 커졌다…삼성·LG, '강력 보안'으로 승부수
中 '글로벌 점유율 50%', 美 아이로봇 흡수로 영향력 더 커져
삼성·LG, CES 2026서 신제품 출시…中 약점 '보안' 반격 준비
- 원태성 기자
(서울=뉴스1) 원태성 기자 = 중국이 한때 시장을 주도했던 미국 아이로봇(iRobot)까지 인수하면서 로봇청소기 시장 주도권을 확대하고 있다. 이번 인수로 중국 업체의 글로벌 로봇청소기 시장 점유율은 60%를 돌파한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005930)와 LG전자(066570)는 내년 초 CES 2026에서 나란히 신제품을 내놓으며 정면 도전에 나선다. 중국 업체의 약점인 '보안' 기능을 대폭 강화해 반전을 노린다는 전략이다.
19일 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미국의 아이로봇은 최근 중국 선전 PICEA 로보틱스와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
한때 로봇청소기 '룸바'로 시장을 개척하며 미국을 대표하던 소비자 로봇 기업이 중국 OEM 품에 안기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 업체의 영향력은 한층 더 커질 전망이다.
이미 글로벌 로봇청소기 시장은 중국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로보락·에코백스·드리미 등 중국 브랜드는 공격적인 가격 정책과 빠른 신제품 출시 주기로 시장을 장악했고, 글로벌 점유율 상위권을 사실상 독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중국 로봇청소기 기업들의 합산 점유율은 이미 50%를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아이로봇의 점유율이 13~14% 수준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이번 인수로 중국 점유율은 60%를 훌쩍 넘기게 된다.
국내 시장에서도 중국 브랜드 점유율은 70% 안팎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중국 기업들의 경쟁력은 단일 기술이 아닌 '속도'와 '라인업'에 있다. 로보락은 올해에만 플래그십부터 중가형까지 10종이 넘는 신제품을 쏟아냈고, 도킹 스테이션 자동화·AI 내비게이션·로봇팔 등 신기능을 빠르게 확산시키며 시장 표준을 주도하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그동안 로봇청소기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존재감이 미미했다. 기술 완성도와 브랜드 신뢰는 갖췄지만, 가격 경쟁과 출시 주기에서 중국 기업에 밀렸다는 평가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이번 CES 2026에서 반전으로 노린다.
삼성전자는 CES 2026에서 '비스포크 AI 스팀' 신제품을 전면에 내세운다. 100도 고온 스팀과 강력한 흡입력, 4㎝ 이상의 문턱을 넘는 주행 성능, 사각지대를 최소화하는 '팝 아웃 콤보' 기능 등을 통해 청소 성능을 극대화했다. 하드웨어 완성도를 기반으로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구상이다.
LG전자는 디자인과 위생, 사용 경험을 결합한 전략을 택했다. 빌트인형 '히든 스테이션'과 프리스탠딩형 '오브제 스테이션' 두 가지 형태로 출시해 공간 활용성과 인테리어 요소를 동시에 겨냥했다. 특히 로봇청소기 본체와 스테이션 모두에 스팀 기능을 적용해 차별화를 꾀했다.
양사의 또 다른 반격 무기는 '보안'이다. 중국산 로봇청소기를 둘러싼 개인정보 유출 우려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어 소비자들의 불안 심리를 파고든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자체 보안 플랫폼 '삼성 녹스(Knox)'를, LG전자는 통합 보안 시스템 'LG 쉴드(LG Shield)'를 신제품에 적용한다.
삼성과 LG의 보안 성능은 정부 인증을 통해 검증도 끝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로봇청소기에 '개인정보보호 중심 설계(PbD)' 인증을 부여했다. 설계 단계부터 개인정보 보호를 내재화했다는 점에서 중국산 제품과의 차별성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보안이 로봇청소기 경쟁의 새로운 축으로 부상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로봇청소기는 집 안 구조와 생활 패턴, 영상 정보까지 수집하는 기기인 만큼, 가격이나 성능 못지않게 데이터 신뢰도가 구매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CES 2026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나란히 로봇청소기 신제품을 공개하는 장면은 상징성이 크다. 미국 기업이 빠진 자리를 중국 기업이 채운 시장에서, 한국 기업이 '보안·신뢰·프리미엄'이라는 다른 해법을 제시하는 시험대가 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기업이 속도와 가격으로 시장을 장악했다면, 삼성과 LG는 보안과 브랜드 신뢰를 앞세운 다른 게임을 시도하는 것"이라며 "CES 2026은 글로벌 로봇청소기 시장이 가격 경쟁에서 가치 경쟁으로 이동할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무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kha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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