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미지 부정 평가 확대, 한미관계 전망도 비관적 흐름
- 이재상 기자
(서울=뉴스1) 이재상 기자 = 미국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1년 사이 급격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을 '위협적', '권위적', '정직하지 않다'고 보는 인식이 과반에 이르렀고, 한미 관계에 대한 현재 평가와 향후 전망 역시 부정적인 방향으로 기울었다. 한국리서치는 이러한 결과를 담은 '2025 대미인식조사'를 17일 공개했다.
현재 한미 관계를 '나쁘다'고 평가한 응답은 36%로, 지난해 7%에서 29%포인트 급증했다. '좋은 편'이라는 응답은 지난해 37%에서 올해 12%로 감소했다.
향후 1년간 한미 관계 전망도 비관적이다. '나빠질 것'이라는 응답이 34%로, 지난해 12%에서 22% 포인트 증가했다. 특히 70세 이상과 보수층에서는 1년 전까지 한미 관계에 대한 긍정 평가가 우세했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부정 평가에 무게가 실렸다. 보수층의 48%는 현재 한미 관계를 '나쁘다'고 평가했다.
미국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는 작년보다 높아졌다. 미국을 '위협적'이라고 본 사람은 51%, '권위적' 50%, '정직하지 않다' 47%로 절반 안팎에 이른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19%포인트, 23%포인트, 17%포인트 증가한 것이다.
'공격적'(42%), '억압적'(40%), '무책임'(38%), '불신'(33%) 등 다른 부정 이미지 역시 증가해, 긍정 평가를 웃돌았다.
미국을 '친구'로 인식한 비율은 39%로 '적'(8%) 이라는 응답보다 높았지만, 이 역시 절반에는 미치지 못했다. 부정적 이미지는 성별과 연령, 이념을 가리지 않고 확산됐으나, 60세 이상과 진보층에서 특히 두드러졌다.
고령층과 진보층에서는 미국 이미지에 대한 부정 평가가 전년 대비 20%포인트 이상 증가했다. 보수층은 상대적으로 긍정 이미지가 높았지만, 이들 집단에서도 일부 부정 인식이 확대되는 흐름을 보였다.
본격적인 관세 협상 타결 전에 진행된 이번 조사에서, 미국이 요구한 약 3,500억 달러 규모의 투자·보상 패키지에 대해 58%가 '과도하고 일방적인 요구'라고 답했다.
협상이 우리 경제·산업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58%가 '전반적으로 부정적 영향이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협상이 어느 국가에 유리하게 진행되고 있는지 묻는 질문에는 72%가 '미국에 더 유리하다'고 답했다.
정치 성향과 관계없이 모두 미국에 유리한 결과라는 인식이 우세했으며 진보층의 68%, 보수층의 83%가 미국에 유리한 결과라고 봤다.
미국에 대한 감정 온도를 나타내는 호감도는 50.4도로, 1년 전 57.1도보다 6.7도 낮아졌다. 관세 협상이 진행 중이던 지난 7월 조사(51.7도)와 비교해도 낮다.
다만 미국 문화콘텐츠(57.9도), 미국 상품(56.7도), 미국 사람(56.0도), 미국 기업(55.5도)에 대한 호감도는 모두 '보통 이상' 수준을 유지했다.
한편 미국과 비교한 우리나라의 역량 평가는 상승했다. 우리나라가 미국의 '시민의식' 수준을 앞선다는 평가는 지난해 35%에서 올해 45%로 증가했다. '대중문화 수준'은 35%에서 43%로, '공산품 품질' 역시 27%에서 37%로 우리나라가 앞선다는 인식이 늘었다. 사회문화적 역량에서는 우리나라가 미국을 앞선다는 인식이 지난해에 이어 더욱 강화됐다.
반면 '군사력'(77%), '경제영역 국제경쟁력'(66%), '국제사회 리더십'(63%), '과학기술 발전 수준'(56%)은 미국이 앞선다는 인식이 지난해에 이어 우세했다. 종합적으로는 66%가 미국을 더 선진국으로 평가했으나, 이는 지난해 75%보다 9%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한국리서치 이소연 연구원은 "2025년 1월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 우선주의' 기조가 강화되고, 한미 관세 협상에서 한국이 불리한 조건에 놓였다는 인식이 전반적으로 한미 관계 및 미국에 관한 비관적 평가를 강화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가 이미지와 달리 문화콘텐츠나 상품, 사람에 대한 호감도는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는데, 이는 외교·통상 현안에 대한 평가와 일상적 소비 경험이 분리되어 인식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이번 조사는 한국리서치가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2025년 10월 13일부터 15일까지 실시한 웹조사 결과다.
표본은 지역별·성별·연령별 비례할당추출 방식으로 구성했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최대 ±3.1%p다. 자세한 조사 결과는 한국리서치 정기조사 '여론 속의 여론'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alexe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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