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정부 '백기사'로…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경영권 분쟁서 승기
JV 유증에 MBK·영풍 지분↓…美정부 10% 간접 보유
'안보자산' 분류 가능성…"신주발행금지 가처분" 반발
- 박종홍 기자
(서울=뉴스1) 박종홍 기자 = 고려아연의 미국 현지 제련소 건설로 MBK파트너스·영풍(000670) 연합과 고려아연(010130) 간 경영권 분쟁이 새 국면을 맞이하는 모양새다. 해당 투자 과정에서 미 정부가 고려아연 지분을 간접 보유하게 되면서 사실상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백기사 역할을 하게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 때문이다.
최윤범 회장이 '글로벌 공급망 안정화 기여'라는 명분과 함께 '경영권 방어'라는 실리까지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16일 고려아연에 따르면 회사는 전날(15일) 이사회에서 미국 내 통합 비철금속 제련소 건설 투자 방안 및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안건을 최종 의결했다. 고려아연과 미국 정부 및 방산업계가 합작법인(JV)을 세워 제련소를 설립한다는 계획이다.
JV 설립으로 미국 측과 고려아연이 출자할 금액은 약 2조 8600억 원(19억 4000만 달러)인데, 이는 고려아연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투입된다. 고려아연이 해당 금액을 확보하고 JV가 고려아연 보통주 220만 9716주를 소유하는 구조다.
고려아연은 여기에 미국의 정책금융 지원 대출과 보조금 등을 포함, 약 11조 원(74억 3200만 달러)을 투자해 제련소를 설립한다. 미국 정부가 신설 제련소에 직접 투자하지 않는 방식이다. 제련소는 고려아연이 현지 자회사를 통해 직접 경영하게 된다.
경영권 분쟁과 관련한 핵심 사안은 이번 JV 설립과 유증으로 인해 지분 구조에 변동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MBK는 지난 10월에도 206억 원을 들여 고려아연 주식 총 1만 8000주를 장내 매수했다. 여기에 고려아연의 자사주 소각이 더해지면서 MBK·영풍의 고려아연 지분율은 기존 41.25%에서 44%로 높아졌다. 최윤범 회장은 우호 세력을 포함해 32% 수준의 지분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증이 진행되면 JV는 전체 고려아연 주식의 10%가량을 확보하게 된다. 자연스럽게 MBK·영풍 측의 지분은 40% 수준으로 낮아진다. 최윤범 회장 측 지분도 29%로 내려가지만 JV 지분을 더하면 39%로 오르게 된다.
당초 내년 3월 주주총회에서 MBK·영풍은 지분 우위를 토대로 고려아연 이사회에 대한 장악력을 높인다는 구상이었다. 직무 정지된 이사 4명을 제외하고 현재 최 회장 측 11명 대 MBK·영풍 4명인 이사회 구도를 8 대 7까지로 추격할 수 있다는 계산이었으나 지분 변동으로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고려아연이 단순 사기업을 넘어 '미국의 안보 자산'으로 분류될 수 있다는 점도 MBK·영풍으로선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JV의 최대 주주는 지분 40.1%를 보유한 미국 전쟁부(국방부)이다. 미 정부가 JV를 통해 고려아연 지분 10%가량을 확보하게 되는 셈이다.
미국이 중국과의 갈등에서 주도권을 유지·확보하기 위해선 전략광물 공급망 탈중국화가 필수적이다. 고려아연의 현지 제련소 건설로 미국은 안티모니 등 희귀 금속을 보다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게 된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은 신규 제련소 설립에 대해 "미국은 생산 확대분 중 일부에 대해 우선적 매수권한을 갖게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스티브 파인버그 미 전쟁부 부장관도 "항공우주·국방·전자·첨단 제조 전반에서 병목 없는 전략광물 공급을 가능하게 하는 전력 증폭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MBK·영풍은 유상증자에 대해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겠다며 반발했다.
MBK·영풍은 전날 입장문을 통해 이번 투자에 대해 "고려아연은 미국 정부와 기업들의 출자금을 모아 JV를 신설하고 이 JV가 유증에 참여하는 매우 이례적 방식을 택했다"며 "이같은 복잡한 우회 출자 구조는 자금 조달 목적이라기 보다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우호 지분을 확보하기 위한 지배구조 개입이라는 의심을 피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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