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에 구글·아마존 가세…삼성·SK하닉, HBM 경쟁 '진검승부'

빅테크 ASIC·엔비디아 GPU 경쟁 격화…HBM 수요 더 늘어난다
공급 선점보단 기술력·공급 물량…조직 개편 들어간 메모리 3사

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SK AI서밋 2025’에서 관람객들이 엔비디아 AI 가속기 GB300에 도입되는 SK하이닉스 메모리를 살펴보고 있다. 2025.11.3/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서울=뉴스1) 원태성 기자 = 글로벌 인공지능(AI) 칩 시장에 새로운 변화가 예고되면서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3사(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간 경쟁도 새 국면에 접어들 전망이다.

엔비디아가 주도했던 AI 칩 시장에 구글과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자체 AI칩(ASIC)을 앞세워 도전에 나서면서 메모리 업계 고객이 다변화됐기 때문이다.

엔비디아가 AI 칩 시장을 주도했을 때는 한정된 수요 속 공급 선점이 중요했다면 앞으로는 메모리 공급 부족 속 '고객사별 맞춤형 제품'이 중요해지는 만큼 메모리 업체의 생산 능력과 기술력이 시장에서 경쟁력을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빅테크 ASIC·엔비디아 GPU 경쟁 격화…HBM 수요 더 늘어난다

8일 업계에 따르면 구글과 아마존, MS 등 빅테크 기업들이 자체 AI 칩(ASIC)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시장 판도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구글의 텐서처리장치(TPU) 등 최근 출시되는 빅테크의 ASIC가 엔비디아 GPU처럼 어떤 기업이든 사용할 수 있는 범용 반도체와 경쟁할 만한 수준의 성능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빅테크 기업들은 엔비디아의 GPU보다 싸면서 전력 소모는 덜 한 ASIC로 향후 엔비디아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전략이다.

현재 시장 규모는 여전히 GPU가 더 크지만 시장 성장률은 이미 ASIC 시장이 더 높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2026년 ASIC의 전년 대비 성장률이 44.6%를 기록하며 같은 기간 GPU(16.1%)를 크게 앞지를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 엔비디아와 빅테크 ASIC의 사용 비중이 6 대 4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ASIC도 기술이 개발될수록 대용량 HBM을 필요로하는 만큼 메모리 반도체 수요 자체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업체 관계자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ASIC 성능을 끌어올리기 위해선 상위 버전의 HBM을 요구할 것"이라며 "HBM 업체들은 더 많은 기회를 얻겠지만 한층 더 치열한 경쟁 구도에 놓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2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27회 반도체 대전(SEDEX 2025)을 찾은 관람객이 삼성전자 부스에서 HBM4를 둘러보고 있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가 오는 24일까지 개최하는 이 행사는 국내 최대 반도체 전문전시회로 메모리 반도체, 시스템 반도체, 장비·부분품, 재료, 설비, 센서 분야 등 반도체 산업 생태계 전 분야가 참가했다. 2025.10.22/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공급 선점보단 기술력·공급 물량…조직 개편 들어간 메모리 3사

AI 칩 시장 변화에 따라 메모리 시장 변화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HBM이 엔비디아 전유물로 여겨졌던 때와 달리 메모리 반도체 수요 자체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큰 만큼 경쟁 구도도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향후 HBM 시장은 단순히 공급 선점보다는 기술력과 공급 물량에서 업체 간 경쟁력이 결정될 것으로 전망한다.

업계 관계자는 "메모리 공급 부족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본다"며 "수요가 늘어나는 만큼 이제는 누가 먼저 공급하느냐보다는 늘어난 수요량을 맞출 캐파와 HBM 성능 차이가 시장에서 경쟁력을 입증할 것"이라고 했다.

시장 변화를 앞두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은 조직 개편을 진행하며 HBM 시장 주도권 확보에 나섰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을 총괄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은 최근 메모리사업부 산하에 ‘D램·낸드 개발을 총괄하는 '메모리 개발 담당' 조직을 신설했다. 메모리 개발 담당 조직은 기존 메모리 사업부 산하 D램 개발실에 플래시 개발, 설루션, 패키징 기능을 더해 확대 개편한 것이다.

D램과 낸드 개발을 통합하면서 지난해 7월 신설된 HBM 개발팀은 D램 개발실 산하 설계팀 조직으로 재편됐다. 이는 최근 HBM3E의 엔비디아 공급망 진입으로 기술 결함 논란을 털어낸 만큼 차세대 HBM 출시를 안정적으로 준비하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그동안 시장을 선도했던 SK하이닉스는 미국에 HBM 전담 기술 조직을 신설하며 전담 조직을 강화했다. 이는 엔비디아, 구글 등 주요 HBM 고객들이 미국에 몰려있는 만큼 고객사들에 대한 신속한 기술 지원으로 차별화하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또 고객사의 요구에 적기 대응하기 위해 HBM 패키징 수율, 품질 전담 조직도 별도 구축해 전 과정을 아우르는 HBM 특화 조직 체계를 완성했다. HBM 기술이 개발될수록 고객 맞춤형 HBM 시장 확대가 예상되는 만큼 이를 대처하기 위한 포석이다. 업계에서는 2027년 이후 커스텀 HBM 수요가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마이크론은 지난 3일 PC·노트북에 들어가는 소비자용 메모리 사업에서 29년 만에 철수를 결정했다. AI 확산으로 수요가 급증하는 서버용 메모리와 스토리지 사업에 집중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풀이된다.

마이크론이 이런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펴는 것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비교해 생산 능력이 부족하다고 평가받기 때문으로 보인다.

마이크론까지 AI 메모리 시장에서 향후 공격적으로 생산능력 극대화에 나서면서 3사 간 경쟁도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kha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