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손 자유롭지만 딴짓은 어렵네…GM 슈퍼크루즈 직접 타보니

'핸즈프리' 첫 적용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IQ…판매가 2.8억 원
장거리 주행 피로감 완화 기대…전장 5.7m에 4.2톤 존재감

주행 중인 캐딜락의 풀사이즈 전기 SUV '에스컬레이드 IQ'.(한국GM 제공)

(고양=뉴스1) 이동희 기자 = 5m 70㎝의 풀사이즈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IQ'가 파주의 한 카페에서 빠져나와 고양으로 향하는 자유로에 오르자 스티어링 휠 상단에 녹색 불빛이 켜졌다. 제너럴 모터스(GM)의 '핸즈프리'(Hands free) 자율주행 기술 '슈퍼크루즈'가 활성화되는 순간이다.

2차로에서 시속 90㎞로 주행하다 서행 중인 차를 앞지르기 위해 스스로 1차선으로 옮겨 추월했고, 뒤에서 다른 차가 빠르게 다가오자 다시 2차로로 돌아갔다. 이 모든 과정은 스티어링 휠에서 손을 뗀 채 이뤄졌다.

한국GM은 지난 3일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IQ 시승 행사를 개최했다. 지난 2일부터 시작한 이 행사는 지난달 20일부터 판매를 시작한 에스컬레이드 IQ에 적용한 슈퍼크루즈 기능 등을 선보이기 위해 마련했다.

슈퍼크루즈 기능이 활성화된 모습./뉴스1 이동희 기자

슈퍼크루즈는 GM의 첨단 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이다. 운전자가 전방을 주시한(Eyes On) 상태에서 스티어링 휠에서 손을 떼고 주행할 수 있는 핸즈프리 드라이빙을 가능케 한다. 사고 시 책임 소재 등으로 미국 자동차공학회(SAE) 기준 레벨 2로 분류하지만, 업계서는 레벨 2+ 정도로 보고 있다.

GM은 이 기능을 2017년 북미에서 처음 선보였고, 이어 중국에서 도입했다. 국내 적용은 글로벌 기준 세 번째다. 한국GM은 우선 슈퍼크루즈를 3년간 무상으로 제공하고, 이후 유료 구독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구독 가격은 미정이다.

슈퍼크루즈 기능은 쉽게 사용할 수 있었다. 스티어링 휠의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버튼과 슈퍼크루즈 버튼 그리고 속도 설정을 차례로 누르자 55인치 대형 커브드 디스플레이에 운전대 모양의 아이콘이 나타났다. 흰색의 아이콘은 핸즈프리 가능한 도로에서 녹색으로 바뀌면서 슈퍼크루즈가 활성화됐다.

두 손이 자유롭지만, 딴짓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스티어링 휠 등에 탑재된 센서를 통해 운전자가 전방을 주시하고 있는지 확인한다. 10초 이상 차로를 주시하지 않으면 디스플레이를 통해 '주의 산만' 등 경고 메시지와 함께 스티어링 휠 상단에 빨간색 불빛이 들어온다. 한 차례 주의에도 계속 전방을 주시하지 않으면 슈퍼크루즈 기능은 비활성화되면서 운전자에게 직접 운전하도록 했다.

약 40㎞ 시승 구간 대부분을 슈퍼크루즈를 이용해 주행해 보니 핸즈프리 기능은 만족스러웠다. 서울~부산 등 장거리 고속 주행 시 운전 피로를 크게 덜어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 전국 약 2만 3000㎞의 고속도로 및 주요 간선도로에서 슈퍼크루즈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주행 중인 캐딜락의 풀사이즈 전기 SUV '에스컬레이드 IQ'.(한국GM 제공)

슈퍼크루즈 기능과 별개로 에스컬레이드 IQ는 기대 이하였다. 2억 8000만 원에 육박하는 판매가를 고려하면 실망스러운 부분이 차량 곳곳에 있었다. 1열을 둘러싼 대형 디스플레이 화질은 떨어졌고, 2열 캡틴 시트 조정은 전동식이 아닌 수동이었다. 차량에 기본 내비게이션이 없어 스마트폰을 이용해 애플 카플레이나 안드로이드 오토를 써야만 했다.

전반적인 주행 성능은 탁월하다. 최대 출력 750마력에 최대 토크 108.5㎏·m의 성능을 발휘해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가속하는 데 걸리는 시간(제로백)은 4.7초다. 공차 중량 4210㎏인 것을 고려하면 준수한 수준이다. 가속 성능을 배가시키는 벨로시티 버튼을 누르면 차량은 총알같이 튀어 나갔다. 승차감은 훌륭했고, 어라이벌 모드를 사용하면 좁은 공간에서도 육중한 차량을 정교하게 움직일 수 있었다.

에스컬레이드 IQ는 LG에너지솔루션이 제작한 205㎾h 대용량의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를 탑재했다. 복합 기준 1회 충전 주행거리는 739㎞다. 공인 복합 전비는 ㎾h당 3.1㎞다. 이날 주행한 실제 연비는 2㎞/㎾h로 공인 전비보다 낮았다.

yagoojoa@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