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더 많아"…삼성·SK하닉, 구글 HBM 공급량 놓고 '신경전'

구글 TPU 확산, 엔비디아 중심 HBM 수요처 다변화 효과
삼성-SK하닉, 구글향 HBM 점유율 분석 달라…산업 전체 긍정적

구글 7세대 TPU '아이언우드'(구글 제공). ⓒ 뉴스1

(서울=뉴스1) 박주평 기자 = 구글이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AI) 칩 텐서처리장치(TPU)가 새로운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처로 떠오르면서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 간 경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특히 구글에 HBM을 얼마나 공급했는지를 두고 미묘한 신경전까지 벌이고 있다.

다만 기존 엔비디아 중심의 HBM 수요가 다변화되는 양상 자체는 양사 모두에 긍정적이라는 분석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내부적으로 구글에 공급되는 HBM 물량의 절반 이상을 점유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떠오르는 구글 TPU, HBM 수요 확대 '일조'

TPU는 범용 GPU와 달리 AI 연산에 특화된 맞춤형 반도체(ASIC)로, 구글이 AI 서비스 경쟁력 강화를 위해 브로드컴과 손잡고 설계했다. 구글은 TPU를 데이터센터에 탑재해 전력 소모를 줄이고 운영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를 보고 있다.

구글은 AI 서비스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세계 최대 ASIC 설계 기업인 브로드컴과 손잡고 TPU를 설계했다. 구글은 데이터센터에 기존 엔비디아의 GPU뿐 아니라 TPU를 탑재함으로써 전력 소모를 줄이고 비용을 절감했다.

특히 구글의 최신 거대언어모델(LLM)인 '제미나이 3.0'의 개발 기반이 된 7세대 TPU '아이언우드'는 동일 연산 수행 시 엔비디아의 주력 GPU인 'H100' 대비 최대 80%의 비용 절감 효과를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미나이를 앞세워 구글이 AI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움에 따라 TPU에 탑재되는 HBM 수요 역시 빠르게 증가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내년 8세대 TPU에는 6세대 HBM(HBM4)이 탑재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구글향 'HBM' 점유율, 엇갈린 분석

구글향 HBM 공급 물량 확보를 둘러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경쟁은 증권가의 엇갈린 분석으로 더욱 주목받고 있다.

KB증권은 지난달 26일 '구글 AI 생태계 확장 최대 수혜'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삼성전자가 북미 빅테크 업체들의 메모리 공급망 다변화 전략과 AI 생태계 확장의 직접적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음 날 또 다른 보고서에서는 8세대 TPU에 HBM4가 탑재되면서 삼성전자 HBM 공급 물량이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SK하이닉스가 선점한 엔비디아 외 수요처에서 삼성전자가 적극적으로 물량을 확대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반면 메리츠증권은 올해 구글 TPU향 HBM3E 수요의 60%를 SK하이닉스가 차지할 것으로 추정하며, 뱅크오브아메리카 역시 SK하이닉스가 현재 구글과 브로드컴에 HBM3E를 공급하는 '1순위 공급자'라고 평가했다.

정확한 공급 물량은 구글과 브로드컴만이 알 수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HBM3E를 재설계하고 하반기부터 공급을 확대하면서 구글향 HBM 점유율이 상승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 메모리 산업엔 '긍정적'…생산역량 확충

특정 기업 간의 경쟁 구도를 넘어, 구글을 비롯한 ASIC의 확산은 HBM 수요를 다변화한다는 점에서 국내 메모리 업계 전체에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된다. ASIC는 대규모 AI 인프라 증설을 주도하는 GPU를 대체하기보다는, 운영 비용 효율화 측면에서 GPU를 보완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HBM 수요 증가에 대응해 양사는 생산량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HBM 생산을 위한 청주 M15X 완공을 앞당겨 신규 생산능력을 빠르게 확보하고, 내년 자본지출 규모를 크게 늘릴 계획이다.

삼성전자 또한 60조 원 이상의 자금이 투입되는 평택사업장 P5 프로젝트 건설을 재개해 HBM과 범용 D램을 병행 생산하는 하이브리드형 '메가 팹' 역할을 맡길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엔비디아 외 또 다른 주요 HBM 수요처가 생겼고, 주요 공급 기업 3곳 중 2곳이 한국에 있다"며 "전체적으로 한국 반도체 산업이 혜택을 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jup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