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유니콘 기업 13개 '세계 11위'…4년간 美 229개 늘 때 韓은 2개 증가

유니콘 되기까지 韓은 9년 소요 '더딘 성장 속도'…주요국은 7년 걸려
韓 유니콘 46%, 소비재·유통…"혁신거점 조성·리스크 분담 투자 집중"

대한상공회의소 전경 (대한상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4.17/뉴스1

(서울=뉴스1) 박기호 기자 = 혁신 성장의 척도인 유니콘 기업 보유 수가 우리나라는 13개로 세계 11위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4년 동안 미국은 229개 사를 추가로 배출했지만 우리나라는 2개 증가에 그쳤다. 또한 유니콘 기업이 되기까지 우리나라는 9년이 걸린 것으로 나타나 성장 속도가 더딜 뿐 아니라 유니콘 기업의 절반가량이 소비재·유통 분야로 '인공지능(AI)·IT 설루션'의 유망 스타트업 육성도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한상공회의소는 3일 CB Insights의 글로벌 유니콘 기업 명단을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가 유니콘 기업이 감소한 중국을 제외하면 가장 저조한 배출 양상을 보였다고 밝혔다. 유니콘 기업은 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인 비상장기업을 뜻한다.

올해 10월 기준 전 세계 유니콘 기업은 총 1276개로, 이 중 미국기업이 전체의 56.2%인 717개에 달했다. 코로나19 이후 4년간 미국 유니콘 기업은 229개 증가해 전체 증가분의 72.2%를 차지한 반면, 한국은 2개 증가에 그쳤다. 19개가 감소한 중국을 제외하면 가장 저조했다.

이스라엘과 싱가포르는 경제 규모 대비 유니콘 우등생 국가였다. 정부의 적극적 정책자금 지원과 우수한 인재를 바탕으로 투자자가 모여드는 혁신 생태계를 구축한 것으로 평가된다. 중국은 유니콘 상위 10개국 중 유일하게 감소세를 보였는데, 올해 1월부터 미국 기업의 AI, 양자컴퓨팅, 반도체 분야 중국 스타트업 투자가 금지되는 등 미중 기술 패권 경쟁과 중국 벤처시장 위축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우리나라는 유니콘 기업으로의 성장 속도도 더딘 것으로 확인됐다. 상위 10개국 전체의 평균 소요 기간은 6.97년이었지만 우리나라는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하기까지 평균 8.99년이 걸렸다. 중국이 6.27년으로 가장 빨랐고, 독일(6.48년), 미국(6.70년), 이스라엘(6.89년)의 유니콘 기업들은 평균 6년대의 시간이 걸렸다. 우리나라에선 클라우드·AI 기업인 메가존클라우드가 4.12년 만에 유니콘에 등극하며 우리나라 유니콘 중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유니콘 기업이 속한 업종 역시 우리나라는 상위 10개국과 다른 양상을 보였다. 상위 10개국의 유니콘 기업은 'AI·IT 설루션' 분야가 36.3%로 가장 높은 비중을 보였지만 우리나라 유니콘 기업은 '소비재·유통' 분야가 46.1%에 달했다.

상의는 혁신거점 도시를 집중적으로 조성하고 리스크 분담 투자 집중을 통해 유니콘 육성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한 혁신거점 도시에서 기업들이 규제받지 않고 다양한 시도를 할 여건을 만들기 위해 정책 실험의 장인 '메가 샌드박스'가 조기 도입돼야 한다고 했다. 미국은 실리콘밸리를 포함한 샌프란시스코만 주변 9개 카운티로 구성된 북부 캘리포니아 광역권을 중심으로 혁신 생태계를 구축했고 미국 유니콘 기업 717개 사 중 45.3%인 325개 사가 이 지역에 소재하고 있다.

투자 부문에선 정부의 적극적인 마중물 투자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스라엘의 경우 요즈마(Yozma) 펀드처럼 정부가 앵커 투자자로 들어가 민간 및 해외 VC 자본을 끌어들인 뒤, 초기 스타트업에 집중 투자하고, 일정 시점에 민간에 지분을 매각하는 모델이 조기에 정착해, 벤처 생태계가 빠르게 자립화됐다.

김현수 대한상의 경제정책팀장은 "제도 혁신과 풍부한 자본 유입이라는 양 축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유니콘 육성 생태계를 다시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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