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국내보다 해외투자 늘리는데 법인세 인상?…제조업 공동화 우려

경제계, 내년도 긴축 경영 예고…법인세 인상, 해외 이탈 부채질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회동하고 있다. 2025.12.1/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서울=뉴스1) 박기호 기자 = 내년도 법인세 인상 가능성이 커지면서 우리나라 제조업 공동화를 촉진할 것이라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미국 트럼프 정부의 현지 생산 확대 요구로 기업의 국내 투자는 줄고 해외 투자는 늘어날 수밖에 없는데 법인세 인상이 기업들의 해외 이탈을 부채질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의 법인세 인상은 리쇼어링(국내 복귀) 추진을 위해 법인세 감면을 적극적으로 진행 중인 글로벌 흐름과도 배치된다는 지적도 경영계에서 나온다.

과표구간별 법인세 1%p 상향 세제개편 가능성 커져

1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는 728조 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 처리 시한(12월 2일)을 하루 앞두고 쟁점 예산과 법인세 등의 예산부수법안에 대한 논의를 거듭하고 있다. 정부는 윤석열 정부에서 인하된 법인세를 과표구간별로 1%p씩 높이는 세제개편안을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 여야는 법인세에 대한 논의를 진행 중인데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일단 정부안이 국회 본회의에 자동 상정된 상태다.

법인세 인상 가능성이 커지면서 기업들은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미국 등 주요국들이 법인세를 낮춰 자국 기업의 조세 경쟁력을 높이고 외국 기업의 유치를 적극 추진하고 있는 것과 대비돼 우리 기업의 부담만 가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된다"고 했다.

법인세 인상으로 국내 투자가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는 경고도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기업 비용 부담 증가에 따른 투자 위축 및 경제 성장 저하의 가능성 등도 종합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조세재정연구원 역시 "법인세율은 경쟁국과의 차이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우리나라의 법인세 부담이 다른 나라에 비해 매우 높다면 우리 기업의 경쟁력이 낮아질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기업들이 세 부담이 낮은 국가로 자본을 이동시켜 결국 우리나라의 성장률은 낮아지고 국내 세입 기반이 약화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해외 투자 확대 불가피한 상황…법인세 인상, 韓 기업 해외 이탈 촉진?

특히 국내 기업의 해외 투자가 확대될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우리나라는 미국과의 관세 협상을 통해 우리나라가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진행하기로 했다. 기업들이 한정된 자원을 운용하기에 국내 투자는 감소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미 기업들은 내년도 긴축 경영도 예고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300인 이상 기업 최고경영자 및 임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내년도 기업 경영 계획은 '현상 유지'가 39.5%로 가장 많았는데 긴축 경영 역시 31.4%로 높았다.

국내외 투자 계획에 대한 질문에 국내 계획은 투자 축소(40%)가 해외 계획은 '투자 확대' 응답(45.7%)이 가장 많았다. 기업들의 내년도 국내 투자·고용 규모가 줄어들 가능성이 큰 셈이다.

물론 이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도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미 투자 강화에 따른 국내 투자 감소를 염려하자 삼성·SK·현대차·LG 등 국내 주요 기업 6곳이 향후 5년간 1301조 원이 넘는 초대형 투자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다만 일부 기업의 국내 투자 확대로 우리나라 제조업 공동화를 차단할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다.

경제계에선 현행 세율 유지를 촉구하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법인세율 인상 등은 기업 부담을 늘릴 수밖에 없고 이는 (우리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며 법인세율 현행 유지가 필요하다고 했다.

또한 우리나라 법인세 유휴세율이 이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은 물론 G7 평균보다 높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OECD 자료를 분석해 발간한 '법인세 유효세율 국제비교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우리나라 법인세 유효세율은 24.9%로 OECD 38개국 중 9번째로 높았다. OECD의 법인세 유휴세율 평균은 21.9%였다.

G7 국가와 비교하면 우리나라는 미국, 영국 등 5개국보다 유효세율이 높고, 일본, 독일보다는 낮았다. G7의 법인세 유휴세율 평균은 24.1%였다. 하상우 경총 경제조사본부장은 "노동 규제 강화, 해외 직접투자 증가 등으로 국내 투자 위축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법인세율 인상은 보다 더 신중하게 검토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goodda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