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 '세대 교체' 칼…LG 두 축 '전자·화학' 수장 교체 승부수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조주완 LG전자 사장 용퇴
성과 낸 그룹사·사업부 수장 사장 승진…성과주의 기조

류재철 LG전자 신임 CEO(왼쪽)과 김봉춘 LG화학 신임 CEO(LG 제공). ⓒ 뉴스1

(서울=뉴스1) 박주평 기자 =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세대교체'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LG그룹의 두 축인 전자와 화학 최고경영자(CEO)를 모두 교체했고 신규 임원 연령대를 80년대생까지 낮췄다. 특히 성과를 낸 사업부에는 확실히 보상하는 '성과주의'도 분명히 했다.

경제계는 이번 LG그룹 인사에 대해 다소 놀랍다는 반응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이번 LG 인사와 조직개편은 앞으로 진행될 변화의 예고편"이라며 "구광모 회장이 그룹 곳곳에 변화와 혁신을 주문하고 성과로 평가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화학 신학철·전자 조주완 용퇴…젊은 리더십 실행력 강화

먼저 7년간 LG화학 대표이사로 재직한 신학철 부회장이 용퇴했다. 신 부회장은 한국3M 평사원으로 입사해 이인자까지 올라 샐러리맨 신화를 쓴 인물로,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취임한 2018년 외부 인재 1호로 영입돼 LG화학 CEO를 맡았다.

신 부회장은 이후 7년간 LG화학 CEO로 재임하며 석유화학 중심인 LG화학 사업구조의 다변화를 주도했다. 신 부회장의 용퇴로 LG그룹 내 부회장은 권봉석 LG 최고운영책임자(COO) 겸 대표이사 부회장 1명만 남았다.

신임 LG화학 CEO로 선임된 김봉춘 사장은 1968년생으로, 1957년생인 신 부회장과 11년 차이다. 소재사업 및 전략 분야에서 풍부한 경험을 쌓았으며, 석유화학 사업의 위기 속에서 사업포트폴리오 및 사업 운영 방식의 전환을 이뤄내는 중책을 맡았다.

4년간 LG전자를 이끌어 온 조주완 사장도 용퇴했다. 37년간 LG전자에 재직한 조 사장은 B2B 영역 성장, 비-하드웨어 부문 강화, 신사업 육성을 3대 축으로 삼아 LG전자를 '스마트 라이프 설루션 기업'으로 변모시키겠다는 비전을 제시하고 추진해 왔다.

조 사장에 이어 CEO로 선임된 류재철 HS사업본부장 사장은 1989년 입사 후 줄곧 생활가전 사업에 몸담아 핵심 기술개발을 주도해 왔다. 지난 2021년 생활가전 사업을 총괄하는 H&A사업본부장(현 HS사업본부장)을 맡아 가전 구독, 'UP가전(업 가전)' 등 업계 새로운 패러다임을 선도하며 글로벌 가전 1위를 공고히 했다.

LG전자 관계자는 "조주완 사장이 사업 전환의 초석을 다져놓았고 류재철 사장이 이를 기반으로 실행 속도를 높여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성과엔 확실한 보상…미래 성장동력·R&D 인재 승진 기조

이번 인사에서는 성과주의 기조도 명확했다. 문혁수 LG이노텍(011070) 대표이사는 부임 2년 만에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광학 설루션 사업을 글로벌 1위로 키운 공로를 인정받아 대표이사로 취임한 문 사장은 이후 반도체 기판 사업, 자율주행 센싱 부품 사업 등 미래 성장동력을 착실히 육성해 온 공로를 인정받았다.

LG전자 이재성 ES사업본부장과 은석휸 VS사업본부장은 각각 사장으로 승진했다.

이 사장은 1987년 입사 이래 냉난방공조 사업부에서 연구개발, 상품기획, 영업 등을 두루 거친 전문가다. 지난해 말부터 ES사업본부장을 맡아 가정/상업용 공조 사업에서 매출 성장을 이끌었고, 초대형 냉동기 칠러를 앞세운 산업/발전용 공조 사업 기회도 창출하는 등 사업 포트폴리오 고도화에 기여했다.

은 사장은 2021년부터 VS사업본부장을 맡아 B2B 사업 핵심인 전장 사업의 고속 성장을 주도했다. 특히 미국 관세, 전기차 수요 증가 둔화 등 불확실한 사업 환경에도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사업을 중심으로 한 매출 확대와 수익성 개선을 이끌었다.

이외에도 LG그룹 최초의 여성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여명희 LG유플러스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하고, 1980년대생 상무 3명을 발탁하는 등 성과주의 인사를 시행했다. 올해 최연소 임원은 1986년생인 LG CNS 클라우드데이터센터사업담당 조헌혁 상무다.

마찬가지로 최연소 전무·부사장 승진자인 LG AI 연구원 공동 연구원장 임우형 전무, LG CNS AI클라우드사업부장 김태훈 부사장도 AI 전문가로 기술 중심의 젊은 리더십을 강화했다.

jup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