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물살 타는 석유화학 구조조정…'NCC 감축량 배분' 눈치게임 숙제

롯데케미칼·HD현대케미칼 대산 NCC통폐합…1호 자율 구조조정
"무임승차에 지원 없다" 압박 나선 정부…NCC 감축량 추후 공개

대산 석유화학단지 전경. / 뉴스1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롯데케미칼(011170)과 HD현대케미칼이 첫 번째 석유화학 자율 구조조정 방안을 마련하면서 국내 석유화학 구조 개편 작업이 본격화한다. 정부가 연말까지로 제시한 구조조정 시한을 연장하지 않겠다고 못 박으면서 울산과 여수 석유화학 단지의 구조조정 방안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하지만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의 구조조정으로 에틸렌 감축량이 어느 정도인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무임승차'를 막기 위해 3곳의 구조조정 방안이 모두 마련된 다음 지역별 감축 규모를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롯데케미칼 대산 공장 물적 분할→HD현대케미칼과 합병

산업통상부는 HD현대오일뱅크(004050)·HD현대케미칼·롯데케미칼로부터 석유화학산업 구조개편과 관련한 사업 재편 계획 승인 신청을 접수했다고 26일 밝혔다. 지난 8월 석화업계 구조재편 논의가 시작된 이후 업계의 첫 재편안이 나온 것이다.

재편안의 핵심은 통폐합이다. 먼저 롯데케미칼은 대산공장을 물적으로 나눠 HD현대케미칼(HD현대오일뱅크·롯데케미칼 합작사)과 합병한다. 이를 통해 석유화학산업의 구조적 과잉 문제로 지적돼 온 NCC 설비와 범용 석유화학 제품 설비 일부를 합리적으로 조정하기로 했다. NCC의 에틸렌 생산량을 감축하는 것이 골자다. 롯데케미칼의 생산시설이 가동 중단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NCC 생산능력(CAPA) 감축은 대산공장을 중심으로 추진된다. 현재 양사의 NCC 생산량은 대산공장이 110만 톤, HD현대케미칼이 85만 톤 수준이다. 범용 제품인 에틸렌 생산량을 줄인 대신, 고부가제품(스페셜티) 비중을 늘리는 포트폴리오 전환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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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여수 구조조정안도 급물살…무임승차 차단 과제

재계는 물밑 논의만 거듭하며 '눈치싸움'으로 일관했던 국내 석유화학 구조조정이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의 사례를 기점으로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본다.

범용 제품은 중국발(發) 공급 과잉으로 수익성이 크게 떨어지면서 '생산할수록 적자만 커지는' 골칫거리가 된 상황이다. 하지만 생산량 감축은 규모의 경제를 해치고 시장 점유율 하락을 초래할 수 있어 선뜻 총대를 메는 기업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정부도 강경한 태도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이날 여수 국가산업단지에서 "사업재편계획서 제출기한은 12월 말이며, 이 기한을 연장할 계획은 없다"면서 "이 시한을 맞추지 못한 기업들은 정부 지원에서 제외될 것이며, 향후 대내외 위기에 대해 각자도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구조조정의 핵심인 'NCC 감축량'의 배분 문제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다. 정부는 국내 에틸렌 생산량의 18~25% 수준인 270만~370만톤 감축을 요구한 바 있는데,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은 아직 구체적인 감축량을 정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110만톤 생산능력을 갖춘 롯데케미칼 공장 가동을 중단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결국 울산과 여수에서 최대 160만 톤을 감축해야 하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석유화학 구조개편) 1호가 나왔고 산업부 장관도 강경하게 메시지를 내는 만큼, 여수NCC(LG화학)와 울산NCC(에쓰오일·SK지오센트릭·대한유화)도 강한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상 3개 NCC(대산·여수·울산)가 370만 톤의 에틸렌 생산량을 나눠서 감축해야 하는데, 아직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의) NCC 감축 비중이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업계 내 갈등의 씨앗은 남은 셈"이라고 했다.

dongchoi8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