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에 치이고 환율에 운다"…수출기업 10곳 중 3곳 '자금 악화'
수출기업 69% "고환율과 관세, 자금사정 악화에 영향"
적정 기준금리 1.8%, 환율 변동성 최소화 필요
- 최동현 기자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미국 관세에 이어 달러·원 환율이 1400원을 훌쩍 넘는 강(強)달러까지 겹치면서 국내 수출 대기업 10곳 중 3곳이 자금 압박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제인협회는 매출액 1000대 수출 제조기업 중 111개사를 대상으로 '자금사정 인식조사'를 진행한 결과, 지난해보다 자금사정이 악화됐다는 응답이 27.0%로 집계됐다고 26일 밝혔다.
이는 자금사정이 호전됐다는 응답(23.4%)보다 3.6%포인트(p) 높은 수준이다. 자금사정이 지난해와 비슷하다는 응답은 49.6%였다. 형편이 나아지지 않거나 오히려 악화한 기업이 76.6%에 달한 셈이다.
자금사정이 악화한 이유는 '매출 부진'이 40.0%로 가장 많았다. 이어 △원재료비 등 제조원가 상승(23.3%) △금융기관 차입비용 증가(11.1%) 등이 지목됐다.
자금사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리스크 요인은 '환율 상승'이 43.6%로 절반에 가까웠다. 이어 △보호무역 확대 및 관세 인상(24.9%) △미·중 등 주요국 경기둔화(15.6%) △공급망 불안(9.6%) 순이었다.
기업의 재무건전성 지표인 '부채비율'이 지난해보다 증가했다는 응답은 20.7%로 감소했다는 응답(12.6%)보다 높았다. 부채비율이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인 기업은 66.7%였다.
한경협은 "최근 환율 급등으로 수입 물가가 상승하고, 미국 관세 인상의 여파가 본격화되면서 채산성 악화로 기업들이 자금 사정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기업들이 꼽은 적정 기준금리 수준은 1.80%로 현재 기준금리(2.50%)보다 낮았다. 올해 기준금리 인하(0.25bp)가 2차례 이루어졌지만, 기업들이 느끼는 부담감은 여전히 높다는 것이다.
올해 자금 수요가 전년보다 늘었다고 답한 기업은 32.4%로 줄었다는 응답(18.0%)을 크게 상회했다. 자금 수요가 가장 크게 발생한 부문은 △원자재·부품 매입(35.7%) △설비투자(30.7%),△R&D(15.3%) 순이었다.
인공지능(AI) 도입·활용을 위한 자금 수요는 전년 대비 늘어났다는 응답이 18.9%로 감소했다는 응답(8.1%)보다 두 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기업의 안정적 자금 관리를 지원하기 위한 정책 과제로는 '환율 변동성 최소화'가 29.5%로 첫손에 꼽혔다 이어 △수출·투자 불확실성 완화 노력(17.1%) △공급망 다변화를 통한 원자재 수급 안정화(16.8%) △탄력적 금리 조정(16.2%) 등이 뒤를 이었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관세 인상의 여파와 환율 고공행진이 내수 부진과 겹치며, 기업들의 자금사정 어려움이 여전하다"며 "과감한 세제 지원과 규제 완화로 기업들의 숨통을 틔우는 동시에 AI 전환 등 미래를 위한 투자 여력 확보를 지원해야 한다"고 했다.
dongchoi8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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