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에 치이고 환율에 운다"…수출기업 10곳 중 3곳 '자금 악화'

수출기업 69% "고환율과 관세, 자금사정 악화에 영향"
적정 기준금리 1.8%, 환율 변동성 최소화 필요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에 수출용 컨테이너들이 쌓여있는 모습. 2025.11.14/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미국 관세에 이어 달러·원 환율이 1400원을 훌쩍 넘는 강(強)달러까지 겹치면서 국내 수출 대기업 10곳 중 3곳이 자금 압박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제인협회는 매출액 1000대 수출 제조기업 중 111개사를 대상으로 '자금사정 인식조사'를 진행한 결과, 지난해보다 자금사정이 악화됐다는 응답이 27.0%로 집계됐다고 26일 밝혔다.

이는 자금사정이 호전됐다는 응답(23.4%)보다 3.6%포인트(p) 높은 수준이다. 자금사정이 지난해와 비슷하다는 응답은 49.6%였다. 형편이 나아지지 않거나 오히려 악화한 기업이 76.6%에 달한 셈이다.

자금사정이 악화한 이유는 '매출 부진'이 40.0%로 가장 많았다. 이어 △원재료비 등 제조원가 상승(23.3%) △금융기관 차입비용 증가(11.1%) 등이 지목됐다.

자금사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리스크 요인은 '환율 상승'이 43.6%로 절반에 가까웠다. 이어 △보호무역 확대 및 관세 인상(24.9%) △미·중 등 주요국 경기둔화(15.6%) △공급망 불안(9.6%) 순이었다.

기업의 재무건전성 지표인 '부채비율'이 지난해보다 증가했다는 응답은 20.7%로 감소했다는 응답(12.6%)보다 높았다. 부채비율이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인 기업은 66.7%였다.

한경협은 "최근 환율 급등으로 수입 물가가 상승하고, 미국 관세 인상의 여파가 본격화되면서 채산성 악화로 기업들이 자금 사정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한국경제인협회 자금사정 인식 조사(한경협 제공)

기업들이 꼽은 적정 기준금리 수준은 1.80%로 현재 기준금리(2.50%)보다 낮았다. 올해 기준금리 인하(0.25bp)가 2차례 이루어졌지만, 기업들이 느끼는 부담감은 여전히 높다는 것이다.

올해 자금 수요가 전년보다 늘었다고 답한 기업은 32.4%로 줄었다는 응답(18.0%)을 크게 상회했다. 자금 수요가 가장 크게 발생한 부문은 △원자재·부품 매입(35.7%) △설비투자(30.7%),△R&D(15.3%) 순이었다.

인공지능(AI) 도입·활용을 위한 자금 수요는 전년 대비 늘어났다는 응답이 18.9%로 감소했다는 응답(8.1%)보다 두 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기업의 안정적 자금 관리를 지원하기 위한 정책 과제로는 '환율 변동성 최소화'가 29.5%로 첫손에 꼽혔다 이어 △수출·투자 불확실성 완화 노력(17.1%) △공급망 다변화를 통한 원자재 수급 안정화(16.8%) △탄력적 금리 조정(16.2%) 등이 뒤를 이었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관세 인상의 여파와 환율 고공행진이 내수 부진과 겹치며, 기업들의 자금사정 어려움이 여전하다"며 "과감한 세제 지원과 규제 완화로 기업들의 숨통을 틔우는 동시에 AI 전환 등 미래를 위한 투자 여력 확보를 지원해야 한다"고 했다.

dongchoi8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