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XMT, 자체 개발 'DDR5' 공개…D램 공급 부족 속 존재감 넓히나

CXMT, 中 반도체 전시회서 DDR5·LPDDR5X 시제품 공개
안정성·수율 미지수…내수 바탕 기술 성장 '잠재적 위협'

CXMT가 개발한 LPDDR5X(CXMT 홈페이지 갈무리). ⓒ 뉴스1

(서울=뉴스1) 박주평 기자 = 중국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스(CXMT)가 자체 개발한 최신 D램인 DDR5와 LP(저전력)DDR5X를 공개했다. 시제품 단계에서 성능과 안정성이 입증되지 않았지만, 기업들에 보조금을 지급해 생산량 확대와 기술 발전을 유도하는 중국 정부의 정책 특성상 빠르게 기술력을 고도화해 국내 기업들의 잠재적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5일 외신 등에 따르면 중국 CXMT는 최근 중국에서 열린 반도체 박람회 'IC차이나2025'에 참가해 최신 DDR5 규격 D램 신제품을 선보였다. DDR5와 LPDDR5X는 전 세계 PC와 스마트폰, 인공지능 데이터서버 등 분야에 널리 사용되는 최신 규격의 D램이다.

CXMT DDR5, 세트 탑재 성능·안정성은 미지수

지난 2016년 설립된 CXMT는 2019년부터 당시 기준으로 최신 제품인 DDR4와 LPDDR5를 생산해 샤오미, 화웨이 등 중국 기업을 중심으로 물량을 공급하며 빠르게 성장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CXMT는 전 세계 D램 시장 점유율 5%로 4위에 올랐다. SK하이닉스(38%), 삼성전자(32%), 마이크론(23%)에는 못 미치지만, 마찬가지로 구형 D램을 생산하는 대만 난야테크놀로지(1%)의 다섯 배 수준이다.

D램 시장의 주류가 DDR4에서 DDR5로 넘어간 상황에서 CXMT의 DDR5 및 LPDDR5X 개발은 예상된 수순이다. 지난 2020년 10월 SK하이닉스가 세계 최초로 양산한 DDR5는 현재 D램 시장에서 DDR4를 대부분 대체했으며, 메모리 3사는 DDR4 단종을 추진하고 있다.

CXMT가 전시회에서 공개한 DDR5와 LPDDR5X 제품의 동작 속도는 각각 8.0Gbps, 10.667Gbps로, 삼성전자 및 SK하이닉스 제품 성능과 비슷한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CXMT 제품의 성능을 속단할 수는 없다"며 "DDR5를 탑재한 세트 제품이 나와 봐야 진정한 성능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D램이 시스템에서 중앙처리장치(CPU), 메인보드 칩셋 등과 상호작용할 때 지연시간, 유효 대역폭, 안정성 등이 핵심 평가지표다. 장시간, 고온 등 환경에서 안정적으로 작동하는지, 제품을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수율을 확보했는지도 중요하다.

내수 등에 업고 기술 급속 발전…美 장비반입 제재 '장애물'

업계에선 CXMT의 DDR5 개발 자체보다 향후 중국의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할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하고 있다. 중국은 첨단 산업을 육성하면서 국산 제품을 사용하는 기업에 대규모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기술을 빠르게 발전시켜 왔다. 내수 시장을 통해 품질을 확보한 후 압도적인 가격 경쟁력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빠르게 점유율을 확대하는 식이다. 액정표시장치(LCD), 배터리, 태양광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산업의 쌀'로 불리는 반도체 역시 중국 정부가 전략적으로 육성하는 산업으로 D램(CXMT), 낸드(YMTC), 파운드리(SMIC) 등 반도체 각 분야에서 특정 기업을 지원하며 자체 생태계를 만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많은 중국 기업이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발전해 왔기 때문에 기술 수준이 빠르게 올라가는 것에 대해 우려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글로벌 메모리 품귀 현상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CXMT가 적기에 제품을 양산할 경우 상당한 외형 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경제인협회가 매출 1000대 기업을 대상으로 한·미·일·중 기업경쟁력을 설문조사한 결과, 국내 기업 중 62.5%는 최대 수출 경쟁국으로 중국을 지목했다.

10대 주력 업종별 기업경쟁력을 100으로 보고, 중국과 비교할 때 중국은 철강(112.7), 일반기계(108.5), 이차전지(108.4), 디스플레이(106.4), 자동차/부품(102.4) 등 5개 업종에서 한국보다 경쟁력이 높고 반도체(99.3)를 비롯한 나머지 5개 업종도 5년 뒤에는 중국의 경쟁력이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됐다.

다만 다른 업계 관계자는 "미국에서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를 하다 보니 기술 수준을 향상시키는 시도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며 "그것 때문에 중국이 반도체 장비 국산화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마이크론은 네덜란드 장비기업 ASML의 극자외선 노광장비(EUV)를 도입해 10나노급 5세대(1b) D램을 생산하고 있는데, 미국 정부는 ASML EUV 장비의 중국 반입을 2019년부터 제한하고 있다. 이외 램리서치,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등 미국 반도체 장비 업체의 수출도 규제된다.

중국은 수출규제 허점을 이용해 장비를 반입하는 동시에 자국산 장비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어 국내 기업들의 지속적인 초격차 기술 확보가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jup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