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0㎞ 떨어진 하와이 무인정 韓서 조종…K-조선, 자율운항 기술 속도
HD현대, 美 안두릴과 무인수상함 설계·건조 MOU…한화·삼성 실증
정부, 관련 사업 예타 면제…6000억 투입 예정
- 양새롬 기자
(서울=뉴스1) 양새롬 기자 = 국내 주요 조선사들이 한미 조선 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인공지능(AI) 기반 자율운항 기술 확보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자율운항 선박은 AI, 빅데이터 등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운용되는 첨단 미래 선박이다. 미래 해양방산 시장에서 기술 주도권을 잡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267250)는 최근 미국 AI 방산기업 안두릴인더스트리와 자율 무인수상함(ASV) 설계·건조 및 AI 설루션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양사는 2026년까지 ASV 시제함 개발과 건조를 완료하고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 선점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미 HD현대는 사내벤처 1호 아비커스를 통해 대형 선박용 2단계(일부 원격제어) 자율운항 설루션 '하이나스 컨트롤'을 개발, 상용화에 성공했다. 이 시스템은 AI와 센서 융합을 통해 선박 주변 환경을 실시간 인지하고, 자율적으로 최적 항로를 제시·제어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안두릴과의 계약으로 HD현대의 자율운항 기술이 군함·무인정 등 방산으로 확대 적용된 것이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얼라이드 마켓 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무인수상정 시장은 2022년 9억 2000만 달러에서 연평균 11.5% 성장해 2032년 27억 달러 규모에 달할 전망이다.
2021년 자율운항시험선 한비를 통해 자율운행 실증을 진행한 한화오션(042660)도 최근 미국 AI 스타트업 해벅AI와 손잡고 해양무인체계의 자율운항 및 원격 운용 기술을 개발 중이다. 하와이 앞 바다에 대기 중인 해벅AI의 무인수상정(USV)을 한국 거제에서 원격 통제하는 기술 시연에 성공했으며, 이를 통해 기술 협업의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양사는 한화오션의 함정 건조 역량과 한화시스템의 함정전투체계·통합기관제어체계 등 기술에 해벅AI의 자율운항 소프트웨어를 결합해 실제 무인체계 제품화로 연계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중공업(010140) 역시 자체 개발한 AI 자율운항시스템 'SAS'을 활용해 1만 5000 TEU(1TEU=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으로 태평양 약 1만㎞를 승무원 개입 없이 운항하는 실증에 성공했다. SAS는 3시간마다 기상 데이터를 분석하고, 104회의 최적 가이드와 224회의 선박 자동 제어를 수행해 연료 소비 절감 및 정시 도착 성과를 냈다.
삼성중공업은 이번 실증 데이터를 기반으로 AI·사물인터넷(IoT) 통합 자율운항 플랫폼을 고도화해 글로벌 스마트십 시장 진입을 노리고 있다.
이처럼 기술 경쟁이 향후 조선사의 수익구조에 매우 중요한 분기점이 될 전망인 만큼 정부도 자율운항선박 개발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국제해사기구(IMO)는 2032년까지 자율운항선박 국제표준(MASS Code)을 제정할 계획인데 이때까지 IMO 레벨4 수준의 완전 자율운항 기술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달 초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를 계기로 내년부터 2032년까지 약 6000억 원을 투입한다.
업계 관계자는 "자율운항 기술은 IMO의 국제표준을 선점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조선업의 미래 전략 방향성이 달린 만큼, 정부가 앞으로 관련 논의에 적극 참여하는 등 지원을 이어가 주면 좋겠다"고 전했다.
flyhighro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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