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튬價 90위안 '연중 최고치'…K-배터리 실적 회복 빨라질까

9~10월 70위안서 반등…中반내권·ESS개화 영향
"성장세 재개" 전망…"낙관 어려워" 신중론도

호주 미네랄 리소스 사가 보유·운영 중인 서호주 워지나 리튬 광산. (자료사진, 포스코홀딩스 제공)

(서울=뉴스1) 박종홍 기자 = 글로벌 리튬 가격이 연중 최고치를 기록한 데 이어 앞으로도 지속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배터리 업계의 실적 회복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리튬 가격이 오르면 배터리 가격 상승과 '래깅 효과'가 겹치면서 배터리 업체들의 실적이 개선된다. 리튬 가격이 오르면 상대적으로 저렴해진 리튬을 가공해 만든 양극재와 배터리 등 제품을 높은 가격에 팔게 되는 셈이어서 수익성이 좋아지기 때문이다.

非중국산 선호 증가 영향도…中 리튬업체 "200위안 가능"

21일 한국광해광업공단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 탄산리튬 가격은 킬로그램(㎏)당 90.0위안을 기록했다. 기존 고점이었던 8월 19일 86위안을 넘어서며 연중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탄산리튬 가격은 8월 정점을 찍은 이후 하락세를 보인 바 있다. 9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70위안선이 깨지기도 했다. 하지만 10월 13일 69.70위안을 기점으로 다시 상승 곡선을 그리며 이번에 90위안 선을 찍었다.

리튬 가격 상승으로 세계 최대 생산 업체 칠레 SQM은 호실적을 거두기도 했다. SQM은 올해 3분기 4억 401만 달러의 상각 전 영업이익(EBIDTA)을 기록하며 분기 기준 2년 만의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탄산리튬 가격이 상승한 이유는 중국 정부의 반내권(과당 경쟁 방지) 기조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부 개입에 채굴을 멈췄던 중국 리튬 업체들이 최근 생산을 재개할 수 있다는 관측이 이어지고 있으나 무리한 가격 인하 경쟁은 계속해서 지양할 것이란 것이다.

여기에 글로벌 공급망 재편으로 비(非) 중국산 리튬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는 점이나,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 개화가 빨라진 점도 가격 상승 요인이라는 분석이다.

중국발 전기차·ESS 낙관론도 리튬 가격 상승에 불을 붙였다. 중국 대형 리튬 업체인 간펑리튬의 리량빈 회장은 17일 "내년 리튬 수요가 30% 늘어날 것"이라며 "탄산리튬 가격이 톤당 15만 위안을 넘어설 수 있고, 20만 위안에 달할 수 있다"고 발언했다. 킬로그램당으로 환산하면 150~200위안의 가격을 예상한 것이다.

국내에서도 리튬 가격이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 이어진다. 포스코홀딩스 관계자는 3분기 콘퍼런스콜에서 "내년 4분기 15달러(107위안) 이상까지 전망하는 업체도 많다"며 "(이차전지 소재 관련) 실적이 올해보다 상당 폭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LG에너지솔루션 미국 애리조나주 46시리즈 원통형 및 리튬인산철(LFP) 에너지저장장치(ESS) 배터리 생산 공장 조감도.(LG에너지솔루션 제공)
'래깅 효과' 기대…"IRA 보조금 종료 영향" 우려

국내 배터리·소재 업계는 리튬 가격이 실제로 상승 흐름을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리튬 가격이 상승하면 최근의 실적 회복에 속도를 붙일 수 있는 요인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LG에너지솔루션(373220)은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34.1% 증가한 6013억 원으로 집계됐다. 미국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3655억 원을 제외하고도 흑자를 냈다.

포스코퓨처엠(003670)은 같은 기간 4775% 급증한 666억 원의 영업이익을, 에코프로(086520)는 824% 늘어난 1499억 원의 영업이익을 각각 기록했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006400), SK온 등 배터리 제조사 역시 셀 가격에 리튬 시세 상승분을 반영할 수 있어 매출 증가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김현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2021~2023년 리튬 가격이 ㎏당 10달러에서 80달러대까지 상승하면서 양극재 수출 판가 역시 저점 대비 140% 이상 상승했었다"며 "내년에는 가격 소폭 상승과 판매량 반등이 맞물리며 매출 성장세가 재개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다만 내년도 실적을 낙관하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업체들은 전반적으로 미국 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데 3분기를 기점으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근거한 전기차 구매 보조금이 종료된 상황"이라며 "리튬 가격 상승만으로 실적 회복을 기대할 수 있을지는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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