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가'보다 '전력망 특수' 먼저…美 생산 공장 증설 속도전

대규모 AI 데이터센터 증설에 美 낡은 전력 인프라 걸림돌
대미 투자 수혜 업종 '전력' 급부상…전력업계, 현지공장 증설 박차

효성중공업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 초고압변압기 공장 전경 (사진제공 = 효성)

(서울=뉴스1) 박기호 양새롬 기자 = 한미 관세 후속 협상으로 우리나라가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하게 되면서 전력업계가 주요 수혜 업종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미국 전역에 대규모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가 건설되면서 전력망 확충은 발등의 불이 됐다. 전력업체들은 벌써 생산 공장 증설에 속도를 내면서 전력 특수를 수주 확대로 이어간다는 전략이다.

가장 큰 기대는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의 조선업이지만 수혜가 나타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조선업종 특성상 인력 양성, 조선소 현대화 등에 있어 다소간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韓 대규모 美 투자 선행 조건 '안정적인 전력 인프라' 구축

21일 재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대미 투자 패키지 가운데 현금 투자 방식으로 확정된 2000억 달러는 우선으로 송배전망 등 대형 에너지 인프라 사업에 투입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관세 협상을 고리로 한 대미 투자의 핵심이 미국 제조업 부흥에 있기에 이를 위한 필수제인 전력 인프라를 먼저 구축하기 위한 판단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미 후속 협상으로 확정된 총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가 이뤄지고 생산시설의 원활한 가동이 이뤄지기 위해선 전력 확보가 최우선인 까닭이다. 미국은 일본이 자국에 투자하기로 한 5500억 달러 중 3320억 달러를 대형 원전, 소형모듈원전(SMR), 송전망에 집중하기로 한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지난 1960~1970년대에 구축된 미국의 전력망은 수명이 다한 상태로 교체가 시급한 수준이다. 게다가 인공지능(AI) 시대가 도래하면서 전기 먹는 하마로 불리는 데이터센터 건설 역시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중국과의 AI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 입장에선 안정적인 전력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 전력업계 관계자는 "전력망은 주기적으로 개보수를 해야 했는데 미국이 투자 없이 기존 전력망을 계속 써왔다"며 "데이터센터 등에도 막대한 전력이 필요하기에 현재 미국 전력시장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상태"라고 전했다.

특히 우리나라 제조업의 대미 투자를 위해선 전력망 구축이 먼저 이뤄져야 할 과제로 꼽힌다. 한 전력업계 관계자는 "제조업 기반의 우리 기업이 현지에 투자하려면 전력 인프라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게다가 마스가의 경우 사업이 본격화하기 위해선 법·제도적 조율이 상당히 필요한 데다 인력 구축과 조선소 현대화까지는 상당한 기일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조선소를 새로 짓느냐, 기존 조선소를 인수하느냐에 따라, 조선소 인수를 하더라도 현재 설비 상태에 따라 (가동 시기가) 천차만별"이라며 "선박 설계 시간도 길고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것도 오래 걸린다"고 전했다.

이 같은 현상으로 우리의 전력업체들이 대규모 대미 투자에 따른 수혜를 먼저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한 전력업체 관계자는 "데이터센터 건설에 따른 수주 물량이 늘어난 가운데 우리나라의 대미 투자로 전력업계에 유발되는 기대가 상당하다"고 전했다. 그는 "수급의 문제로 (전력업계의) 공급자 우위 시장이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HD현대일렉트릭의 초고압변압기.(HD현대일렉트릭 제공)
韓 전력업체 대규모 공장 증설…'북미 시장 공략' 박차

우리나라 주요 전력업체들은 대규모 공장 증설을 추진하면서 북미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효성중공업은 미국 테네시주에 있는 멤피스 초고압변압기 공장을 미국 내 최대 규모로 증설한다. 효성중공업은 멤피스 공장에 1억 5700만 달러(2300억 원)를 투자해 2028년까지 초고압변압기 생산 능력을 50% 이상 확대할 방침이다. 효성중공업은 이번 대규모 증설을 통해 설비의 '적기 공급 요구'를 충족시켜 미국 내 공급망 주도권을 확실하게 잡겠다는 계획이다.

HD현대일렉트릭은 지난해 울산공장과 미국 앨라배마 공장 1차 증설을 완료한데 이어 내년 말까지 2차 증설을 완료할 방침이다. 올해 증설을 추진했던 청주 중저압차단기 스마트팩토리 공장은 내년부터 가동에 들어간다.

초고압 변압기 시장에서 영향력을 과시하는 효성중공업, HD현대일렉트릭과 달리 LS일렉트릭은 배전기기 시장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다. LS일렉트릭은 이들 기업과 달리 미국 텍사스주와 유타주에 배전기기 설비 거점도 보유하고 있다. LS일렉트릭은 초고압 변압기 시장에도 힘을 줄 예정이다. 이를 위해 LS일렉트릭은 연내에 초고압 변압기 생산 공장인 부산 사업장의 제2 생산동 증축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LS일렉트릭 청주스마트공장 외경(LS일렉트릭 제공) ⓒ News1 최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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