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르네상스]③수주액 14조 '훌쩍'…AI 특수 날아오른 K-전력
LS일렉, 배전 기술력 차별화…선제적 美 인증 '결실'
효성重·HD현대일렉, 초고압 변압기 美 현지 생산 경쟁력↑
- 박주평 기자
(서울=뉴스1) 박주평 기자 = 효성중공업(298040), HD현대일렉트릭(267260), LS일렉트릭(010120) 등 국내 3대 전력기업이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전력 수요 급증 수혜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북미 시장에서 대규모 AI 인프라 구축에 따른 전력 수요에 노후한 전력망 교체 수요까지 더해지며 변압기, 배전반 등 기술력과 생산능력을 갖춘 한국 전력기기 기업들이 전성기를 맞이했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수주금액만 14조 원을 돌파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효성중공업, HD현대일렉트릭, LS일렉트릭 등 전력기기 3사의 올해 3분기까지 전력기기 수주액은 약 14조 3963억 원, 수주잔고는 27조 3512억 원이다.
이런 대규모 수주는 주요 빅테크 기업들의 AI 데이터센터 증설에 따른 전력기기 수요 덕분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세계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량은 2024년 415테라와트시(TWh)에서 2030년 945TWh로 2배 이상 확대될 전망이다.
구글의 경우 지난해 32.18TWh 전력을 소비해 전년 대비 27% 증가한 수치를 기록했다. AI 데이터센터 같은 대규모 수요처에 전력을 공급하려면 더 크고 많은 용량의 전력 설비가 필요하다. 더구나 미국 전력망은 대부분 1960~1970년대 건설돼 대대적인 전력 인프라 교체 수요가 발생하고 있다
LS일렉트릭은 송전된 전력을 데이터센터 등 최종 소비처에 필요한 전압으로 낮춰 공급·분배하는 배전 분야에서 특화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이런 기술력을 바탕으로 올해 미국 지역 데이터센터 사업 수주액이 8000억 원을 돌파했다. 올해 3분기까지 수주액은 2조 725억 원, 수주잔고는 3조 9308억 원이다.
LS일렉트릭이 북미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할 수 있었던 핵심 동력은 전기적 안전과 화재 위험을 평가하는 UL 인증이다. 북미 필수 인증인 UL 인증을 에너지저장장치(ESS) 핵심 구성요소인 전력변환장치(PCS)를 비롯해 각종 차단기, 배전 시스템 설비 등 전 영역에서 300여 건 획득해 국내 최대 규모로 확보했다.
국내 대기업들이 미국 투자를 확대하는 것도 긍정적 요인이다. LS일렉트릭은 지난 2022년 삼성전자 테일러 공장,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등 국내 주요 기업의 미국 현지 공장에 전력기기를 공급했으며,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주요 국내 대기업들이 대규모 투자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지 생산 역량도 강화하고 있다. 지난 4월 텍사스주에 북미 사업 복합 거점 역할을 하는 '배스트럽 캠퍼스'를 준공했다. 오는 2030년까지 이곳에 2억 4000만 달러를 추가 투자해 증설할 예정이다.
효성중공업은 초고압 변압기를 중심으로 올해 3분기 전년 대비 33.8% 증가한 2198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수주 잔고도 두둑하다. 3분기 말 기준 올해 수주액이 7조 1838억 원이고, 수주잔고는 13조 8537억 원에 달한다.
효성중공업은 글로벌 수요에 발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1000억 원을 투자해 경남 창원과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 공장의 초고압 변압기 공장을 증설했다.
특히 멤피스 공장은 미국 내에서 765㎸급 초고압변압기를 제조할 수 있는 유일한 생산 시설로, 2026년 증설이 마무리되면 생산능력이 기존 대비 2배 규모로 늘어나 AI 데이터센터 등 북미 대형 수요처에 대응할 수 있다.
효성중공업은 이미 미국 송전망에 설치된 765㎸ 초고압변압기의 절반 가까이 공급하며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최근에는 초고압직류송전(HVDC) 기술 국산화에도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HVDC는 초고압교류송전(HVAC) 대비 전력손실을 최소화해 대규모 전력을 먼 거리까지 효율적으로 송전할 수 있다.
효성중공업은 HVDC 사업에 2년간 3300억 원을 투자하며 경남 창원에 전압형 HVDC 변압기 공장을 짓고 있다. 이 공장이 준공되면 대용량 전압형 컨버터, 제어 시스템, DC 변압기 등 핵심 설비를 통합 개발·시험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추게 된다. 효성은 2GW급 대용량 전압형 HVDC 개발을 통해 독자적인 기술 주권을 확보해 나갈 계획이다.
HD현대일렉트릭은 미국 내 대형 전력 변압기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기록 중이다. 울산과 미국 앨라배마 법인에서 변압기를 생산, 국내 전력기기 기업 중 최대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다. 이 덕분에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수주액이 35억 4300만 달러(약 5조 1400억 원)을 기록했고, 전체 수주 잔고도 9조 5667억 원에 달한다.
HD현대일렉트릭은 올 하반기 미국의 한 설계·조달·시공(EPC) 기업과 대형 데이터센터에 납품되는 345㎸급 고압차단기 대규모 공급 계약을 체결하는 등 데이터센터향 수주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최근 중저압차단기에 대한 UL 인증도 획득함에 따라, 기존 강점인 초고압변압기뿐만 아니라 배전기기 분야에서도 시장을 확대할 계획이다.
또 HD현대일렉트릭은 텍사스 지역 내 인프라 투자 확대 기조에 힘입어 텍사스 최대 전력회사와 약 2778억 원 규모의 765㎸ 초고압 변압기 및 리액터 공급 계약을 체결했고, 전력 수요와 공급을 유연하게 조정하는 BESS(배터리 에너지 저장 장치) 시장에도 진출했다. 최근 미국 텍사스 200MWh급 '루틸 BESS 프로젝트'의 EPC 사업자로 선정되었는데, 계약 규모는 약 1400억 원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AI 시대 전력 인프라 투자는 필연적이며, 이는 단순한 설비 증설을 넘어 노후 전력망 현대화, 신재생 에너지 연계, AI 기반의 지능형 설루션 도입이라는 복합적인 수요를 창출하고 있다"며 "국내 기업들은 현지 생산능력 강화와 차세대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전력 수요 확대를 성장의 기회로 삼아 글로벌 사업의 도약을 이뤄낼 것"이라고 말했다.
jup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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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인공지능(AI) 시대와 미중 무역 갈등이 한국 제조업 르네상스 시대를 열고 있다. AI 구현을 위한 반도체 수요가 폭발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특수를 누리고 있다. 또 막대한 전력 수요를 충당하기 위한 소형모듈원자로(SMR)와 변압기, 전선 등을 생산하는 기업들도 슈퍼사이클(초호황)에 진입했다. 특히 미국이 중국산 제품을 공급망에서 제외하면서 기술력과 신뢰성이 보장된 한국 제조업으로 특수가 쏠리고 있다. 디지털의 정점인 AI가 ‘아날로그’ 제조업 부흥을 이끌고 있는 셈이다. 조선, 전기·전력기기, 방산, 반도체, 자동차, 철강 등 우리나라의 핵심 제조업의 강점을 집중 조명해 본다. [편집자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