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2차 ESS 수주 전쟁 시작, '안전성·국내 기여도'에 갈린다
'국내 기여도' 비중 확대…배터리 3사 '국내 생산' 체제 구축
화재안전 25점 상향, 기술·안전에 '가격' 경쟁력까지 치열
- 박기범 기자
(서울=뉴스1) 박기범 기자 = 정부의 2차 ESS(에너지저장장치) 중앙계약시장 입찰을 앞두고 기술·안전·국내 기여도 등 비가격 항목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화재·설비 안전성 배점이 크게 높아졌고 산업·경제 기여도 비중도 상승했다. 이에 따라 국내 배터리 3사는 안전성과 국내 생산 전략을 강조하며 수주 경쟁에 나서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전력거래소는 지난 17일 '2026년 2차 ESS 중앙계약시장 사업자 설명회'를 개최했다. 2차 사업은 지난 7월 진행된 1차 사업과 유사한 총 540메가와트(MW)로 전체 사업 규모는 1조 원대로 예상된다. 준공 기한은 2027년 12월이다.
2차 사업의 가장 큰 변화는 평가 비중 조정이다. 기존 가격평가 비중은 60%에서 50%로 축소됐고 비가격평가는 40%에서 50%로 확대됐다. 비가격평가 항목은 △계통연계 △산업·경제 기여도 △화재·설비 안전성 △기술능력 △주민수용성·사업준비도 △사업신뢰도 등 6개로 구성되며, 다각적인 평가가 이뤄진다.
특히 최근 ESS 화재 이슈로 이번 입찰에서 화재·설비 안전성 항목은 22점에서 25점으로 대폭 강화됐다. 국가정보관리원 화재 이후 ESS 배터리 화재 안전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결과로 풀이된다.
이에 LG에너지솔루션(373220)·삼성SDI(006400)·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는 입찰 경쟁에서 안전부문 기술력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상대적으로 안전도가 높은 것으로 평가되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의 강점을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차 입찰에서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배터리로 80%를 수주하며 압승을 거둔 삼성SDI 역시 안전성에서 뒤지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할 전망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배터리 안전 기술이 상향 평준화된 만큼 평가에서 큰 변별력이 없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또 다른 중요 경쟁 요소로는 국내 배터리 산업 생태계 기여도가 꼽힌다. 이번 2차 입찰에서 산업·경제 기여도는 기존 24점에서 25점으로 1점 상향됐다.
기여도는 1차 입찰 당시에도 기업 간 성패를 가른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당시 입찰에서 삼성SDI가 큰 승리를 거둔 배경으로 NCA 배터리의 국내 생산을 통한 '기여도' 공략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LG에너지솔루션이 입찰 설명회 당일(17일) 국내에서 ESS용 LFP 생산계획을 밝힌 것은 기여도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7년부터 공장을 본격 가동해 LFP를 국내에서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초기 생산 규모는 1GWh, 향후 수요에 따라 단계적으로 확대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미 해외에서 ESS용 LFP 양산 경험이 있으며, 이를 국내로 이전해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전략이다. 1차 사업에서 20% 수주에 그쳤던 만큼, 이번에는 산업·경제 기여도에서 경쟁력을 강화해 수주 확대를 노리는 모습이다.
1차 사업에서 단 한 건도 수주하지 못했던 SK온 역시 2차 입찰을 위해 국내에 LFP 생산 라인 구축을 준비하고 있다. SK온은 지난 9월 미국 플랫아이언 에너지와 1GWh 규모 ESS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ESS 전용 LFP 양산 능력을 확보했다. 국내에 LFP 라인을 구축하는 것 역시 시간 문제란 관측이다.
주요 업체들이 모두 기여도 강화에 나서면서 그 외 다른 요인도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LFP 생산을 위한 양극재를 중국에서 수입할 경우 국내에서 생산하더라도 '기여도'에서 차이점이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가격에서는 통상 LFP는 NCA보다 10~15%가량 저렴한 것으로 알려져 LG에너지솔루션, SK온이 가격 경쟁력에서 앞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반대로 삼성SDI가 1차 입찰 당시 가격을 대폭 낮췄던 것으로 알려진 만큼 가격을 두고 3사의 치열한 수싸움이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가격 경쟁 일변도가 아닌, 기술력·안전성·국내 생산 기여도를 종합적으로 갖춘 기업이 유리한 구조"라고 평가했다.
pkb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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