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0조 투자·비상경영 정상화"…이재용式 '뉴 삼성' 드라이브
5년간 450조 투자…3년 만에 90조↑, 발빠른 AI 수요 대응
대형 M&A 재개…사업지원실 중심 미래 성장동력 발굴
- 박주평 기자
(서울=뉴스1) 박주평 기자 = 삼성이 향후 5년간 국내에 450조 원 규모의 초대형 투자 계획을 발표하면서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회장의 '뉴 삼성' 경영이 본격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런 대규모 투자는 이 회장의 강력한 의지 없이는 수립·실행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삼성전자 비상조직으로 운영해 온 '사업지원TF'가 8년 만에 정식 조직인 '사업지원실'로 전환하고 TF를 이끌어 온 '이인자' 정현호 부회장이 용퇴한 것도 이 회장이 비상체제를 정상화하고 책임 경영에 나서는 행보로 풀이된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은 전날(16일) 향후 5년간 전국에 반도체 공장 증설, 인공지능(AI) 시설 투자 확대 등 450조 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또 5년간 6만 명을 채용하고 사회공헌사업도 강화한다.
이런 삼성의 투자·고용 계획은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한미 관세 협상 후속 민관 합동회의'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참석한 것을 계기로 발표됐다.
삼성전자는 평택사업장 2단지 5공장(P5)의 골조 공사를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2023년 공사를 시작했으나 DS 부문 적자 등 업황이 악화하자 공사를 잠정 중단한 바 있다.
최근 인공지능(AI) 메모리 반도체 수요 확대에 대응하기 위한 5공장을 2028년부터 가동하기로 방향을 잡았다. 이를 통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과 국내 반도체 생태계에서 평택사업장의 전략적 위상이 더 커질 전망이다.
이 외에도 △전남, 구미 등 AI 데이터센터 구축(삼성SDS) △냉난방공조(HVAC) 기업 플랙트의 광주 생산라인 건립 검토(삼성전자) △충남 아산 8.6세대 IT용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양산(삼성디스플레이) △고부가 반도체 패키지기판 생산능력 강화(삼성전기) 등 그룹사별 생산역량과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다각적 투자를 진행한다.
또 지난 9월 발표한 대로 향후 5년간 6만 명을 신규 채용하고, 청년실업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청년 교육 사회공헌사업도 강화한다.
특히 삼성의 5년간 450조 원 투자 발표는 삼성이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 2022년 5월 발표한 '5년간 360조 원' 투자 계획보다 90조 원 확대된 규모다. 오너인 이 회장의 적극적인 의지가 투자의 밑바탕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오너가 적극적으로 의사결정에 참여해야 대규모 투자나 인수·합병(M&A) 등이 신속하게 실행되는 것은 상식적"이라고 말했다.
삼성의 M&A도 이 회장이 사법리스크를 해소하면서 활발해지기 시작했다. 이 회장은 지난 2016년 10월 삼성전자 등기이사에 오른 후 전장·오디오 회사 하만의 M&A 계약 협상을 주도해 총 9조 원 규모의 딜을 성사시켰다.
이후 이 회장이 부당합병 의혹으로 기소되는 등 사법리스크 심화로 M&A 공백기가 발생했지만, 올해 2월 2심, 7월 상고심에서 무죄가 선고되면서 M&A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5월 미국 마시모의 오디오 사업부를 3억 5000만 달러(약 5000억 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고, 같은 달 유럽 최대 공조기업 플랙트를 약 2조 4000억 원에 인수한다고도 발표했다.
최근 비상조직으로 운영하던 사업지원 TF를 정식 조직인 사업지원실로 전환한 것도 이 회장이 '뉴 삼성'을 본격화한 신호로 풀이된다. 사업지원 TF는 지난 2017년 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던 미래전략실(미전실) 해체 이후 삼성전자와 계열사 간 사업조율, M&A, 사업전략, 인사업무 등을 담당해 왔다.
8년간 사업지원 TF 수장을 맡아 '이인자'로 불린 정현호 부회장도 용퇴하고, 정 부회장과 같은 미전실 출신의 '재무통' 박학규 사장이 초대 사업지원실장을 맡았다.
사업지원실은 전략팀, M&A팀, 피플(인사)팀, 경영진단팀 등 4개 팀 체제로 운영된다. 반도체, 모바일, 가전 등 기존 사업은 디바이스솔루션(DS)과 디바이스경험(DX) 각 부문장이 주도하고, 이 회장은 사업지원실의 보좌를 받아 신사업과 미래 전략 수립에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전망된다.
이 회장은 최근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올라 칼레니우스 메르세데스-벤츠 회장 등 글로벌 기업 CEO들과 연달아 만나고 협력 관계를 공고히 하는 등 적극적인 경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번 주에는 이재명 대통령의 G20 정상회의 계기 중동·아프리카 4개국 순방과 맞물려 아랍에미리트(UAE)를 방문해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 참석한다. 이 자리에서는 UAE가 석유 중심의 산업구조를 다변화하기 위해 투자 유치를 추진 중인 AI, 반도체 등 첨단산업 관련 논의가 중점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jup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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