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10곳 중 6곳 '자사주 소각 의무화 반대'…입법시 취소·축소 80%

대한상의 설문조사…경영전략에 활용 불가·경영권 방어 약화 우려
'자사주 소각 의무화' 대신 '신규취득 자기주식 처분 공정화'로

자기주식 소각 의무화 도입에 대한 평가 (자료제공 = 대한상공회의소)

(서울=뉴스1) 박기호 기자 = 우리나라 기업의 10곳 중 6곳은 3차 상법 개정안의 골자인 '자사주 소각 의무화'에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게 될 경우 80% 이상의 기업이 자사주 취득을 하지 않거나 축소한다는 입장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12일 자기주식을 10% 이상 보유한 104개 상장사를 대상으로 '자기주식 소각 의무화 관련 기업 의견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 기업의 62.5%가 소각 의무화에 반대했다고 밝혔다. '중립적 입장'은 22.8%, '도입에 찬성한다'는 14.7%에 그쳤다.

여권에서는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담은 3차 상법 개정안이 논의되고 있고 더불어민주당은 당내 코스피5000특별위원회 차원에서 입법 작업을 추진 중이다. 현재 여권에서 발의된 상법 개정안을 보면 김현정 의원이 대표발의한 상법 개정안에선 신규 자사주는 취득 즉시, 기존 자사주는 6개월 이내 소각을, 민병덕 의원안에선 1년 이내에 소각하되 자사주가 발행주식의 3% 미만인 경우 2년 이내 소각하도록 했다.

기업들은 자사주 소각 의무화의 문제점으로 '사업재편 등 다양한 경영전략에 따른 자기주식 활용 불가'(29.3%)를 가장 많이 꼽았다. 그 뒤를 이어 '경영권 방어 약화'(27.4%), '자기주식 취득 요인 감소해 주가부양 악영향'(15.9%), '외국 입법례에 비해 경영환경 불리'(12.0%) 등의 순이었다.

자사주 소각이 의무화되면 기업의 자기주식 취득 유인은 전반적으로 축소될 것으로 전망했다. 자기주식 소각이 의무화되면 '취득 계획이 없다'는 기업이 60.6%였고 '취득계획 있다'(14.4%), '취득 검토 중'(25.0%) 등의 응답보다 훨씬 많았다.

취득계획이 있거나 검토 중인 39.4%의 기업 중에서도 향후 취득 규모를 축소하겠다는 기업이 절반을 넘은 56.2%였고 '계획대로 추진하겠다'는 기업은 36.5%, 자기주식 취득을 확대하겠다는 기업은 7.3%에 그쳤다. 자사주 소각 의무화가 입법화될 경우 사실상 응답 기업의 80% 이상이 자사주 취득을 안 하거나 축소한다는 입장인 셈이다.

자기주식 소각 의무화될 경우 문제점 (자료제공 = 대한상공회의소)

대한상의는 자사주 소각 의무화가 자본시장 활성화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상의는 다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자기주식 취득 후 1~5일간의 단기 주가수익률은 시장 대비 1~3.8%p 높고, 자기주식 취득 공시 이후 6개월, 1년의 장기 수익률도 시장 대비 각각 11.2~19.66%p, 16.4~47.91%p 높아 주가 부양 효과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현재 발의된 상법 개정안에선 향후 취득하는 자기주식뿐 아니라 이미 보유 중인 자기주식에 대해서도 일정 기간 내 소각 의무를 부과하고 있는데, 응답 기업의 67.6%는 기존 보유한 자기주식 소각에도 반대하는 입장이다. 20.3%는 기존 보유 자기주식에 대해 소각이 아닌 처분 의무만 부과하자고 주장했다.

기존 자기주식 중 '배당가능이익 내 취득 자기주식만 소각하고 합병 등 특정 목적 취득 자기주식에 대해서는 소각 의무를 배제'(23.0%)하자는 의견도 있었다. 또 '기존 보유 주식도 소각 의무 전면 부과'하자는 의견은 9.4%였다.

응답 기업의 79.8%는 자기주식 소각을 의무화하지 않는 대신 '신규 취득 자기주식에 대한 처분 공정화'에는 동의했다. 현재 신주발행 시 신기술 도입과 재무구조 개선 등 경영상 필요가 인정되는 경우에만 제3자 배정을 허용하는데, 자기주식 처분도 이에 준해 제3자에 대한 처분을 인정하자는 취지다.

상의는 해외 주요국 중 자기주식 보유 규제를 두고 있는 나라는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또한 미국, 영국, 일본 시총 상위 30위 기업 중 58개 사(64.4%)가 자기주식을 보유하고 있고 평균으로 비교해도 미국(24.54%), 일본(5.43%), 영국(4.93%)에 비해 우리나라의 보유 비중(2.95%)이 낮다고 강조했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기업 경영활동을 위축시키고 자본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자기주식 소각 의무화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goodda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