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대 기업, 자산 1억으로 220만원 번다…20년 전 대비 수익성 반토막

대한상의 보고서…2004년에는 1억으로 440만원 수익
"수익성·성장성 좋은 기업에 정책 역량 집중해야"

대한상공회의소 전경 (대한상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4.17/뉴스1

(서울=뉴스1) 박기호 기자 = 우리나라 주요 기업의 수익성이 20년 새 반토막난 것으로 나타났다. 고수익, 고성장 중심의 기업에 대한 정책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한상공회의소는 10일 'K성장 시리즈(6) 매출액 1천대 기업의 20년 수익성 추이와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2004년에는 자산 1억 원으로 420만 원의 수익을 남겼는데 2024년에는 220만 원을 버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총자산영업이익률이 4.2%에서 2.2%로 크게 떨어진 것이다. 총자산영업이익률은 영업이익을 총자산으로 나눈 지표로, 기업이 자산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해 수익을 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주지환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최근 국내 기업의 채산성이 큰 폭으로 악화한 만큼, 그간의 지원정책이 기업의 성장 역량 강화에 실질적으로 기여했는지 면밀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며 "이 같은 추세가 장기화할 경우, 기업의 투자·고용·혁신성이 연쇄적으로 둔화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경제 전반의 활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보고서에선 한계기업 보호정책은 자원배분의 비효율성만 고착시킬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생태계에서 한계기업이 10% 포인트(p) 늘면, 정상기업의 매출액 증가율(성장성)과 총자산영업이익률(수익성)은 각각 2.04%p, 0.51%p 하락한다. 대한상의는 "정책의 방점이 혁신기업보다는 한계기업의 연명에 찍히다 보니 부정적 외부효과를 양산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곽관훈 중견기업학회장은 "총자산영업이익률의 하락은 기업이 저수익·저투자라는 악순환의 늪에 빠져 있다는 경고 신호"라며 "기업의 수익성이 악화하면 신규 설비, R&D 등에 대한 재투자가 줄어 결국 국가 차원의 투자·고용이 둔화해 잠재성장률이 하락할 것"이라고 했다.

대한상의는 기업규모에 따른 역진적 인센티브 구조를 해소하고,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성장과 수익을 이뤄내는 기업에 보상을 주는 방식으로 정책을 재설계해야 한다고 했다. 대한상의는 중소기업 상장사 중 총자산영업이익률 상위 100개 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할 경우 단순히 계산하면 5조 4000억 원의 부가가치를 추가 창출할 것으로 예상했다. 5조 4000억 원의 수익 증가분은 2024년 국내 GDP의 0.24%에 달하는 수치로 0%대 저성장 기조에서 유의미한 기여분이 될 수 있다.

이종명 대한상의 산업혁신본부장은 "수익이 줄어드는 기업을 보호하기보다는 수익이 늘어나는 기업을 장려하는 것이 성장률을 제고하는 길"이라고 했다. 그는 "기업이 계단식 규제 때문에 스스로 성장을 피하는 피터팬증후군을 선택하는 모순이 사라질 수 있도록 기업 성장 정책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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