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형벌 8403개·1/3은 '중복제재' 가능…"경영 리스크 우려"

한경협, 경제법률 형벌 조항 전수조사
"중복제재, 과도한 형사처벌 경영 리스크 …개선해야"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경제형벌 민사책임 합리화 당정협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2025.9.30/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서울=뉴스1) 박주평 기자 = 현행 경제법률에서 총 8403개의 법 위반행위가 징역, 벌금 등 형사처벌 대상이고, 위반행위의 1/3은 중복 처벌·제재를 부과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중복제재와 과도한 형사처벌이 경영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어 규제 합리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국경제인협회는 경제법률 형벌 조항을 전수조사한 결과 21개 부처 소관 346개 경제법률에서 총 8403개의 법 위반행위가 형사처벌(징역, 벌금 등) 대상이라고 9일 밝혔다.

법 위반행위에 대해 '징역 또는 벌금'을 포함한 두 개 이상의 처벌⸱제재를 부과할 수 있는 항목은 2850개(33.9%)에 달했다. 중복 수준별로는 △이중 제재 1933개(23.0%) △삼중 제재 759개(9.0%) △사중 제재 94개(1.1%) △오중 제재 64개(0.8%) 등으로 나타났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사업자 간 가격·생산량 등의 정보를 교환하는 행위만으로 담합 합의로 추정될 수 있다. 이 경우 징역과 벌금이 병과될 수 있으며 과징금과 징벌적 손해배상까지 더해 최대 사중 제재가 가능하다.

위반 정도 대비 과중한 현행 처벌 규정의 경우 비례적 제재가 요구된다. 건축법에 따르면 사전 허가 없이 도시지역에서 건축하거나 건폐율 및 용적률 기준을 위반한 경우, 형사처벌(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억 원 이하의 벌금) 대상이 될 수 있다. 점포 앞 테라스, 외부 계단 가림막용 새시 및 아크릴판 설치 등 영업 편의 목적의 경미한 구조물 변경도 법적으로는 '증축'으로 간주해 처벌 대상에 해당한다.

또 화장품법에 따르면 화장품 판매자가 직접 라벨을 제거하지 않더라도 기재·표시 사항이 훼손된 제품을 판매하거나, 판매 목적으로 보관·진열만 해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한경협은 법무 인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중소기업 또는 창업 초기 사업자에게 과도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공정거래법에 따른 지정 자료 누락 시 최대 징역 2년에 처하는 현행 법규도 합리화 필요성이 제기된다. 기업집단 지정을 위해 기업은 매년 특수관계인 현황, 주식 소유 현황 등 지정자료를 제출하는데, 이를 미제출 또는 허위 제출할 시 최대 징역 2년 또는 벌금 1억 5000만 원의 벌금에 처한다.

기업 현장에서는 실무자의 단순 업무 착오, 친족의 개인정보 제공 거부 등 의도치 않은 자료 누락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데도 이를 형사처벌로 규율하는 것이 지나치다는 의견이 많다. 대다수의 OECD 국가는 경쟁법상 담합,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등 중대 위반에 한정해 형사처벌을 운용하고 있다.

한경협은 단순 행정 의무 위반의 경우 행정질서벌 전환 등으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중복제재와 단순 행정 의무 위반까지 형사처벌로 이어지는 현 제도는 기업 활동의 예측 가능성을 저해하고 경영 리스크를 높이는 요인"이라며 "정부가 경제형벌 합리화를 추진하고 있는 만큼, 기업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획기적인 제도 개선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jup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