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유럽 증편 화물기 공백 극복 '승부수'…티웨이 불똥 우려
내년 밀라노·부다페스트 신규 취항…바르셀로나 주 5회→7회 증편 예고
화물기 전량 매각에 순화물 75%↓…"여객 노선 확대로 수익성 제고 노려"
- 김성식 기자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아시아나항공(020560)이 내년 유럽 노선을 증편한다. 화물기 매각으로 줄어든 회사 수익성을 끌어올리고자 여객 사업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그러나 유럽 취항 1년을 맞은 티웨이항공(091810)으로선 유럽 하늘길을 넓히는 아시아나항공의 행보가 자칫 출혈 경쟁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닐지 우려하는 분위기다.
5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내년 3월 이탈리아 밀라노, 같은 해 4월에는 헝가리 부다페스트에 연달아 신규 취항한다. 모두 인천발 노선으로 밀라노는 주 3회(화·목·토요일), 부다페스트는 주 2회(금·일요일) 일정으로 중대형 최신 기재 A350(311석)을 띄울 예정이다.
아시아나항공은 두 노선이 상용 여객 수요가 크다고 보고 신규 취항을 결정했다. 밀라노는 세계적인 패션과 디자인의 중심지로 명품 전시전이 활발하게 열리고 있다. 부다페스트는 중부 유럽의 정치·경제 중심지다. 최근에는 삼성SDI, SK온, 한국타이어 등 국내 기업의 헝가리 현지 공장 건설로 교류가 늘어나는 추세다.
이로써 아시아나항공의 유럽 노선은 기존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독일 프랑크푸르트 △이탈리아 로마 △스페인 바르셀로나 △체코 프라하 △튀르키예 이스탄불에, △이탈리아 밀라노 △헝가리 부다페스트를 더해 총 9곳으로 늘어나게 된다.
기존 노선도 증편한다. 인천-바르셀로나 노선은 내년 9월부터 기존 주 5회(화·목·금·토·일요일)에서 주 7회(매일)로 주 2회 운항 횟수를 늘릴 계획이다. 아시아나항공은 "다양한 유럽 여행 선택지를 제공하고 유럽 주요 도시와의 경제 교류 활성화에도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아시아나항공이 유럽 노선에 주력하는 건 화물기 공백으로 악화한 회사 수익성을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12월 대한항공(003490)에 인수되면서 유럽·일본의 경쟁당국이 요구한 기업결합 조건을 충족하고자 지난 8월부로 자사가 갖고 있던 화물기 11대를 에어제타(구 에어인천)에 전량 매각했다.
지난해 화물사업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 증가한 1조 7195억 원으로 아시아나항공 연간 매출의 24.4%를 차지했다. 화물기 매각 이후에도 여객기 하부 수하물 칸을 이용해 별도 화물을 싣는 일명 '벨리 카고' 형태로 화물 사업을 이어가고 있지만, 동종 화물기 대비 적재량은 4분의 1 수준에 그친다. 항공정보포털시스템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의 지난 9월 월간 순화물 운송량은 1만 2136톤으로 화물기 11대를 운용하던 전년 동월(4만 9812톤) 대비 75.6% 감소했다.
화물기 부재는 올해 3분기 실적부터 고스란히 반영될 전망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의 별도 기준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전년 동기 대비 62.0% 감소한 490억 원에 그쳤다. 매출은 15.9% 줄어든 1조 5800억 원으로 추정된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송보영 아시아나항공 대표이사 부사장은 내년 말 있을 대한항공과의 통합 항공사 출범 전까지 실적을 개선해야 할 임무가 있다"며 "대한항공 재직 당시 여객 전문가로 활약했던 만큼 신규 진입이 비교적 원활하면서도 수익이 보장되는 유럽 노선을 늘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제는 티웨이항공과 운항지가 겹치는 바르셀로나 노선이다. 티웨이항공은 지난해 5월 인천-자그레브(크로아티아) 노선에 취항하며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중 처음으로 유럽 하늘길을 개척했다. 같은 해 여름부터는 인천발 △로마(8월) △파리(8월) △바르셀로나(9월) △프랑크푸르트(10월) 등 유럽 4개 노선에 뛰어들었다.
이들 4개 노선은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에 따른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 조치에 의거, 양사로부터 운수권 또는 슬롯을 이관받은 곳이다. 그중 바르셀로나 노선은 대한항공이 주 4회 운항했지만, 지난해 9월 단항하면서 티웨이항공이 신규 진입할 수 있게 슬롯을 양보한 곳이다. 티웨이항공 입장에선 '형님' 대한항공이 빠진 자리를 '동생' 아시아나항공이 되찾으려 한다는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다만 아시아나항공이 대한항공의 이관 슬롯에서 항공편을 늘리더라도 공정위의 시정 조치를 위반하는 것은 아니다. 양사 기업결합에 따라 항공편이 줄어들 경우 소비자 편익이 감소할 것을 우려해 시정 조치가 단행된 것인데, 증편은 결과적으로 소비자 편익을 증대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특히 바르셀로나 노선은 남유럽 내 환승 수요가 커 아시아나항공과 티웨이항공의 탑승률이 85%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항공업계에선 증편이 되더라도 출혈 경쟁으로 이어지진 않을 거란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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