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조기 인사' 대세…키워드 '현장형 리더·기술 인재·세대 교체'

4대 그룹 사장단 인사, SK그룹 신호탄…삼성·현대차·LG도 11월 전망
AI 미래 산업 변화 속 기술 인재 전진 배치…"현장형 리더 주목"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30일 밤 서울 강남구 코엑스광장에서 지포스(GeForce) 한국 25주년을 기념해 열린 '지포스 게이머 페스티벌'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함께 올라 인사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5.10.30/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서울=뉴스1) 이동희 최동현 기자 = 올해 주요 그룹의 인사가 12월에서 11월로 당겨지고 있다. 국내 4대 그룹 중 SK그룹이 가장 먼저 신호탄을 쐈고 삼성·현대차·LG그룹도 예년보다 빠르게 정기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인사 시기가 빨라지고 있는 것은 증폭되고 있는 대내외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한 차원으로 해석된다. 미국 관세 문제가 해결의 가닥을 잡으면서 내년 본격적인 실적 회복을 위해 준비를 더욱 철저히 하겠다는 총수들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평가다.

특히 올해 인사의 키워드는 미래 경쟁력 강화를 위한 기술 인재 등용, 글로벌 경험 중시, 세대교체 바람 등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SK그룹, 이례적 10월 사장단 인사

4일 재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지난달 30일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다. 예년보다 한 달 가까이 앞당겨졌다.

이형희 SK수펙스추구협의회 커뮤니케이션위원장이 부회장으로, 정재헌 SK텔레콤(SKT) 최고거버넌스책임자(CGO)는 대표이사 사장에 각각 승진하고, SKT의 유영상 사장을 SK수펙스추구협의회 AI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임하는 등이 주요 내용이다.

앞서 SK그룹은 매년 개최하는 '최고경영자(CEO) 세미나' 이전 사장단 인사가 유력하다는 얘기가 나왔고, 이번 사장단 인사로 사실이 됐다. SK그룹은 전날(3일) 개최한 'SK 인공지능(AI) 서밋 2025' 이후 CEO 세미나를 개최할 예정이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모습. 2025.10.30/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삼성도 11월 사장단 인사 유력…현대차·LG도 '조기 인사' 검토

삼성·현대차·LG 등 나머지 4대 그룹의 분위기도 '조기 인사'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삼성전자(005930)는 이달 중하순 사장단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통상 12월 사장단 인사를 실시했으나. 지난해의 경우 11월 27일로 앞당겨 발표했다. 올해 역시 비슷하거나 더 빠르게 인사를 단행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삼성전자 사장단 인사 폭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가장 관심사는 노태문 DX부문장 직무대행(사장)의 부회장 승진 여부다. 사장단 인사에서 노태문 사장이 승진하면 정현호·전영현·노태문 '3부회장' 체제가 복원된다.

서울 서초구 양재동 현대자동차, 기아 본사 빌딩 모습. 2023.3.2/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현대차(005380)그룹은 통상 12월 중순 사장단 인사를 발표했으나, 최근 앞당기는 추세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11월 미국 관세 대응 강화를 위해 사장단 인사를 예년 대비 한달 일찍 단행했다.

올해 역시 지난해와 같이 11월 주요 사장단 인사가 유력하다. 최근 미국 관세협상이 타결된 만큼 사장단 인사 폭이 예상보다 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글로벌 사업과 소프트웨어 중심 차(SDV), 로봇, 미래항공교통(AAM) 등 부진한 신사업 분야에서 경영진 물갈이가 유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LG(003550)그룹은 지난달 말부터 연간 실적을 평가하고 내년 사업 계획과 전략을 논의하는 사업 보고회를 시작했다. 이 보고회를 바탕으로 조직 개편과 임원 인사를 실시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주력 계열사의 실적 및 업황 악화 등을 고려하면 인사 폭이 확대할 수 있다는 전망도 함께 나온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지난 9월 말 사장단 회의에서 "구조적 경쟁력 강화가 시급하다"고 말한 바 있다.

정기선 HD현대 회장이 27일 경주 엑스포공원에서 열린 APEC CEO 서밋 ‘퓨처 테크 포럼: 조선’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HD현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10.27/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HD현대, 정기선 회장 승진…신세계·CJ '전열 정비' 끝

HD현대(267250)그룹과 주요 유통그룹은 일찌감치 사장단 인사를 실시했다. HD현대는 지난달 정기선 부회장을 회장으로 선임하는 내용의 사장단 인사를 예년보다 한 달 일찍 단행했다.

가장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인 곳은 유통그룹들이다. 신세계그룹은 9월, CJ그룹과 현대백화점그룹은 10월 사장단 인사를 실시했다. 롯데그룹은 이달 중 사장단 인사를 발표하고 리더십을 재정비할 계획이다.

재계는 올해 정기 인사는 그 어느 때보다 미래 경쟁력 강화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AI를 중심으로 미래 산업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다.

이에 전문가와 기술 인재를 전면 배치하는 경향이 짙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영식 SK하이닉스 양산 총괄을 SK에코플랜트 CEO로 선임한 것이 기술 인재 전면 배치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SK AI 서밋 20 25' 키노트 세션에서 'AI Now & Next'를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5.11.3/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다른 주요 대기업 역시 올해 인사에서 기술 인재가 두각을 나타낼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 밖에 성과주의를 바탕으로 한 세대교체와 외부 출신 전문가 영입 등은 올해도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조직 슬림화와 효율성 강화 기조 그리고 세대교체 바람은 올해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면서 "불확실한 경영 환경 속에서 그 어느 때보다 현장형 리더가 주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yagoojoa@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