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AI서버, 바닷물로 식힌다?" SK AI 데이터센터 '친환경 실험'

SK·AWS 합작 AI 데이터센터 울산, 2027년 목표 터파기 한창
LNG 데우고 남은 '찬 바닷물', 데이터센터 냉매 재활용 검토

SK AI 데이터센터 울산 구축 현장에서 SK에코플랜트가 기초 공사를 하고 있다.(SK그룹 제공)

(울산=뉴스1) 최동현 기자

"11월 터파기 공사를 마치면 12월부터 건물이 쭉쭉 올라갈 겁니다."

울산미포국가산업단지 내 SK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구축 현장. 굴삭기 5대가 퍼 올린 흙을 덤프트럭 3대가 쉴 새 없이 실어 나르는 모습을 바라보던 김인호 SK에코플랜트 공사팀장이 한 말이다. 국내 최초이자 최대 규모로 조성되는 'AI 데이터센터 울산' 공사장은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한 10월 말에도 인부들의 구슬땀으로 후끈했다.

<뉴스1>이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경주 정상회의에 맞춰 지난달 29일 찾은 SK AI 데이터센터(AIDC) 울산 현장은 이른 아침부터 부지를 평평하게 다지는 터파기와 지반에 튼튼한 기초 말뚝을 박아 넣는 파일 공사가 한창이었다. 지난 9월1일 첫 삽을 뜬 SK AI 데이터센터 울산은 2027년 말 1단계(41㎿) 가동이 목표다.

최태원의 '네 번째 퀀텀 점프'…국내 최초·최대 AIDC

'SK AI 데이터센터 울산'은 SK그룹과 미국 아마존웹서비스(AWS)가 7조 원을 공동 투자하는 100메가와트(㎿) 규모 AI 전용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총 6만 장의 그래픽처리장치(GPU)가 투입되며 24시간 항온·항습을 유지하기 위해 공기냉각과 액체냉각을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냉각시스템이 도입된다.

김재석 SK브로드밴드 인프라지원본부장은 "CPU(중앙처리장치) 기반의 클라우드 서버를 운용하는 일반 데이터센터와 달리 AI 데이터센터는 GPU, MPU(데이터 연산·처리 시스템반도체), CPU 등 다양한 컴퓨팅 사업이 결합한 고집적 서버를 운용한다"며 "AI 전용으로 설계된 데이터센터로는 국내 최초이자 최대 규모"라고 설명했다.

AI 데이터센터의 서버랙(Server Rack)은 일반 데이터센터보다 최대 10배 많은 전력을 소모하기 때문에 발열 관리와 전력 공급이 생명이다. 김 본부장은 "기존 공랭 방식은 한계가 있어 직접액체냉각(DLC)을 병행하고 있다"며 "전력 공급은 SK멀티유틸리티(MU)의 주 전력(1단계), 한국전력의 백업전력(2단계), 비상발전기의 예비전력(3단계)으로 삼중화했다"고 말했다.

SK AI 데이터센터 울산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에너지→정보통신→반도체에 이어 그룹의 4번째 미래 먹거리로 삼은 신사업이다. SK그룹은 향후 울산 AI 데이터센터 규모를 1기가와트(GW)로 확장해 동북아시아 최대 AI 허브로 만든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울산 남구에 위치한 코리아에너지터미널(KET) 해수식기화기 시설에서 시간당 1만 톤의 바닷물이 액화천연가스(LNG)가 흐르는 관을 따라 쏟아지고 있다. LNG는 바닷물을 만나 기화돼 천연가스(NG)가 되고, 바닷물은 차가운 냉열원이 된다. 2025.10.29/뉴스1 최동현 기자
LNG 데우고 버리는 '찬 바닷물'이 AI 서버 식히는 냉매로

SK AI 데이터센터 울산의 '친환경 냉열 실험'도 눈에 띈다. SK그룹은 SK가스와 한국석유공사가 합작해 울산 남구에 세운 코리아에너지터미널(KET)의 액화천연가스(LNG)의 '냉열 기술'을 AI 데이터센터 냉각 시스템에 접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KET는 극저온의 액체 상태인 LNG를 바닷물로 데워 기체 상태의 천연가스(NG)로 바꾼 뒤, 파이프를 통해 SKMU에 보낸다. SKMU는 천연가스로 전력을 생산해 AI 데이터센터에 공급한다. 여기서 LNG를 NG로 데우면서 만들어진 '차가운 바닷물'을 AI 데이터센터의 냉매(冷媒)로 사용하겠다는 아이디어다.

KET 해수식기화기에선 시간당 1만 톤의 바닷물이 폭포처럼 쏟아지며 LNG를 기화시키고 있었다. 바닷물 온도는 섭씨 20도 남짓이지만, 영하 162도의 LNG엔 펄펄 끓는 용암처럼 뜨겁다. LNG를 데운 바닷물은 차가운 냉열원이 되는데, 현재는 대부분 바다로 방류된다.

SK그룹은 이 냉열을 데이터센터의 냉각수로 재활용해 전력 소비와 탄소배출을 줄이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SK 관계자는 "LNG를 데우고 생성된 냉열원을 AI 데이터센터 냉매로 쓰는 방안에 대한 경제성을 검토 중"이라며 "실제 현실화한다면 최초의 사례가 될 것"이라고 했다.

dongchoi8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