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 탄소세' 도입 초읽기, K-조선 '호재'…트럼프 보복 '복병'

IMO 17일前 찬반투표…미 "세계 경제 위협" EU "채택 촉구"
친환경 선박에 연비 개선 장치 각광…'트럼프 리스크' 우려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전경(HD현대 제공)

(서울=뉴스1) 박종홍 기자 = 국제해사기구(IMO)의 해운 탄소세 논의가 이번 주 결론 날 예정이다. 미국 트럼프 정부가 찬성 국가에 대해 입항 금지 등의 보복을 예고했지만 IMO를 주도하는 유럽이 찬성 입장이어서 통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친환경 기술을 보유한 'K-조선' 입장에서는 탄소세 도입이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노후 선박 교체가 앞당겨질 수 있고 기존 선박의 친환경 엔진 개조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다만 트럼프 정부의 보복 예고로 인한 리스크는 불안 요소다.

미 "IMO 제안 명백히 거부" 장관 명의 성명…논의 분기점마다 반대 으름장

16일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미국 국무부·에너지부·교통부는 최근 장관 명의의 공동 성명을 통해 IMO의 넷 제로 프레임워크에 찬성하는 회원국 선박의 미국 입항을 차단하거나 수수료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과거에 비해 보복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것이다.

장관들은 "IMO에 제출된 제안을 명백히 거부하며, 우리 시민과 에너지 공급업체, 해운사와 고객, 관광객의 비용을 증가시키는 어떠한 조치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해당 제안은 세계 경제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IMO의 넷 제로 프레임워크는 해운 탄소세와 연료 표준제를 골자로 한다. 해운 탄소세는 5000톤 이상의 대형 선박을 대상으로 기준치 이상 배출된 탄소 1톤당 최소 100달러, 최대 380달러의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다. 연료 표준은 선박 연료의 온실가스 집약도를 단계적으로 제한해 화석연료 사용을 점진적으로 줄이겠다는 규제다. IMO는 14일부터 17일까지 해양환경보호위원회(MEPC) 2차 임시회의를 열고 회원국을 대상으로 투표를 진행한다.

미국 트럼프 정부는 IMO가 넷 제로 프레임워크를 논의할 때마다 반대 의사를 명확히 해 왔다. 과거 4월 IMO가 해양환경보호위원회 회의를 열어 넷 제로 프레임워크 방안을 논의할 당시에도 반대 의사를 내고 회의에서 철수한 바 있다.

이후 8월에는 4개 부처 장관이 공동 성명을 내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 부당하게 부담을 주거나 미국 국민의 이익을 해치는 어떤 국제 환경 협약도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통과할 경우) 시민들을 위한 구제책을 모색하거나 보복하는 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면 유럽연합(EU)은 트럼프 정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찬성의 뜻을 표했다. EU 집행위원회는 "해운 부문의 탈탄소화를 실현하고 전 세계적으로 공정한 경쟁 환경을 보장하기 위한 IMO의 야심찬 조치를 지지한다"며 "중요한 이정표인 넷 제로 프레임워크 채택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 선박은 MSC가 삼성중공업에 발주한 2만3000TEU급 컨테이너선 중 첫 번째 인도 컨테이너선(자료사진) ⓒ News1 서순규 기자
2050년까지 탄소 100% 감축 목표…'기술 우위' K-조선에 기회

업계 안팎에선 미국 트럼프 정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IMO의 넷 제로 프레임워크가 통과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탄소중립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공고한 데다 해운업계에서 유럽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IMO 역시 유럽의 입김이 강한 기구이기 때문이다.

넷 제로 프레임워크가 이번 회의를 통과하면 2027~2028년부터 해운 탄소세가 본격 시행될 예정이다. 해운업계는 단계적으로 탄소 배출을 줄여나가 2050년까지 100% 감축해야 한다.

해운 탄소세가 시행하면 친환경 선박 발주 증가로 인해 HD현대(267250)·한화오션(042660)·삼성중공업(010140) 등 국내 조선업계 수혜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장기적으로 수소·암모니아·메탄올·액화천연가스(LNG) 등 고부가가치 친환경 연료 추진선을 발주하려는 움직임이 확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노후 선대에 대한 교체도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기술력이 강조되는 만큼 중국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시기이기도 하다. 공기 저항 저감 장치나 풍력 보조 추진 장치, 항로 최적화 프로그램 등 연비를 개선하는 각종 설비를 통한 추가적인 이익을 창출할 기회도 얻을 수 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보복이 구체화할 경우 전방산업인 해운업계 전반의 심리가 위축할 수 있어 조선업계는 예의주시하는 상황이다.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미·중 간 갈등이 최근 한화오션 미국 자회사 제재라는 불똥으로 이어진 것과 같은 '트럼프 리스크' 우려는 남아있는 셈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강화하는 선박 관련 환경 규제는 점진적인 폐선 및 교체 수요로 이어질 수밖에 없어 기대되는 대목"이라면서도 "미국 정부가 계속해서 보복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예측하기 어려운 리스크가 남아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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