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한국 TV]① 中 기업이 점유율 추월…가격 경쟁 불가항력

LCD 패널 수직계열화·보급형 장악…삼성·LG와 격차 확대
85형 TV 삼성·LG보다 100만원 이상↓…TV사업 영업손실

중국기업 TCL의 163인치 마이크로 LED TV 2025.1.8/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서울=뉴스1) 박주평 기자 = 세계 시장을 휩쓸던 한국 TV가 가격 경쟁력뿐 아니라 기술력까지 갖춘 중국 기업들의 약진에 위기에 처했다. 압도적인 원가 경쟁력으로 보급형 시장을 장악하면서 중국 기업들의 시장 점유율이 삼성전자(005930)·LG전자(066570) 점유율을 추월해 격차를 벌리고 있다.

TV 점유율 韓 30.3%→29.7%…中 33.9%→35.9%

8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국 TCL(15.2%), 하이센스(14.9%), 샤오미(5.8%)의 출하량 기준 TV 시장 점유율 합계는 35.9%로 삼성전자(17.9%)와 LG전자(11.8%)의 합계(29.7%)를 6.2%포인트(p) 앞섰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 중국(33.9%)과 한국(30.3%) 간 점유율 차이 3.6%p보다 벌어진 수치다.

올해 상반기 글로벌 TV 출하량은 9250만 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 증가했으나, 중국 업체들이 출하량 증가를 주도했다. 삼성전자 출하량(1655만 대)은 전년 동기와 같았고, TCL(1408만 대)과 하이센스(1382만 대)는 같은 기간 각각 12.5%, 7.3% 증가했다. 샤오미 출하량(540만 대)도 1.1% 늘었다. LG전자 출하량(1088만 대)은 오히려 1.1%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06년 이후 지난해까지 19년 연속 세계 TV 시장 1위를 지켜오고 있지만, 중국 업체들이 급속도로 점유율을 확대하면서 2위 기업과 격차가 축소되고 있다. 세계적으로 TV 보급률이 높아지면서 과거처럼 판매량을 확대하기 어렵고, 특히 볼륨존 시장에서 중국 업체들과 가격 경쟁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가장 큰 이유는 TV 제조 원가의 절반 수준을 차지하는 LCD 패널을 중국이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0년대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각각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로부터 LCD 패널을 공급받아 TV를 생산했다. 하지만 BOE와 CSOT 등 중국 업체들이 LCD 패널을 저가로 양산하면서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모두 대형 LCD 사업에서 철수했다.

현재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중국이나 대만의 패널 업체로부터 LCD 패널을 사와 TV를 제조한다.

반면 TCL은 CSOT를 자회사로 두고 있고, 하이센스도 중국 현지에서 BOE, CSOT로부터 패널을 공급받아 제품을 생산한다. TCL과 하이센스는 패널뿐 아니라 반도체 등 핵심 부품까지 내재화했다.

85형 TV 中 제품 100만 원 이상 저렴…프리미엄 TV 시장도 위태

가격비교 사이트 '다나와'에서 2025년형 85인치 미니 LED TV(스탠드형)를 같은 조건(주사율 120H, 4K UHD) 낮은 가격순으로 검색한 결과, 삼성전자 제품이 282만 원, LG전자 제품이 400만 원인 반면 TCL 제품은 196만 원에 그쳤다.

중국 업체들의 공세에 삼성전자와 LG전자 모두 TV 사업 수익성 악화에 직면했다. LG전자의 TV 사업을 담당하는 MS사업본부는 올해 상반기 영업손실이 1868억 원으로 전년 동기(3078억 원) 대비 적자 전환했다. 1분기 영업이익 49억 원으로 적자를 면했지만, 2분기에는 영업손실이 1917억 원에 달했다. TV 판매 자체가 감소했고, 경쟁 심화에 대응하기 위한 판매가격 인하, 마케팅비 증가 등이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쳤다.

삼성전자도 상반기 영상디스플레이(VD) 사업부와 생활가전(DA) 사업부의 합산 영업이익도 5000억 원에 그쳤다. 생활가전은 수익성이 개선됐지만, VD사업부는 LG전자와 마찬가지로 실적이 하락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모두 원가 절감 등을 통해 볼륨존 공략에 공들이는 동시에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 이윤이 높은 프리미엄 제품 판매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 기업들이 미니 LED TV 등 고도화한 LCD TV를 통해 프리미엄 시장까지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어 힘겨운 싸움이 이어지고 있다.

jup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