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기술 R&D 공들인 장비업계, HBM발 훈풍 기대감 부푼다
'고적층 HBM 필수' 하이브리드 본더, 2028년 2.8조 규모 전망
한미반도체·한화세미텍, R&D센터 설립·개발 박차…LG 도전장
- 박주평 기자
(서울=뉴스1) 박주평 기자 = 인공지능(AI) 메모리 수요를 바탕으로 반도체 슈퍼 사이클 전망이 나오면서 관련 장비를 공급하는 국내 업체들도 수혜가 예상된다. 국내 기업들은 고대역폭메모리(HBM) 제조에 필수적인 TC본더를 선제적으로 공급했고, 차세대 HBM에 요구되는 하이브리드 본더 연구·개발(R&D)에도 공들이면서 조 단위 규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7일 신영증권에 따르면 7세대 HBM(HBM4E)부터 본격화할 하이브리드 본딩의 점유율은 2028년 50%에 도달하고, 교체 수요에 따른 시장 규모는 2조 8000억 원으로 추산된다.
HBM은 TC본더를 사용해 범프(납과 같은 전도성 돌기)에 열과 압력을 가해 칩과 칩 사이를 연결해 제조한다. 한미반도체(042700)는 HBM 시장 1위 SK하이닉스(000660)에 TC본더를 독점적으로 공급하면서 시장 점유율 1위에 올랐고, 미국 마이크론에도 장비를 공급한다. 이후 한화비전(489790)의 자회사인 한화세미텍도 TC본더를 개발해 SK하이닉스 공급을 시작했다.
HBM 성능을 높이기 위해서는 최대한 많은 칩을 쌓아야 하지만, 기존 방식으로는 물리적으로 한계가 생긴다. 이에 20단 이상의 고적층칩 제조에는 별도의 범프 없이 칩을 연결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본딩 기술이 필요하고, 이를 수행하는 장비가 하이브리드 본더다. 하이브리드 본딩을 사용하면 전기신호 손실도 최소화할 수 있어 반도체 성능이 향상된다.
박상욱 신영증권 연구원은 "D램 3사의 HBM 생산능력은 2028년 월 60만 장으로전망한다"며 "하이브리드 본더 가격을 40억 원으로 추정하고, 2028년 생산되는 HBM 절반가량에 하이브리드 본딩을 적용할 경우 시장 규모가 2조 8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최근 방한한 샘 올트먼 오픈 AI 최고경영자(CEO)는 각각 삼성전자와 경북 포항시, SK하이닉스와 전남에 데이터센터를 짓기로 했는데, 이곳에도 하이브리드 본딩을 적용한 차세대 HBM이 공급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국내 장비업체들은 하이브리드 본더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미반도체는 내년 하반기 완공을 목표로 인천 서구 주안국가산업단지에 총 1000억 원을 들여 약 1만4600㎡ 규모의 '하이브리드 본더 공장'를 건설하고 있다. 이 공장에서 HBM·로직반도체(XPU)용 하이브리드 본더를 생산할 예정이다.
한미반도체는 AI 반도체 장비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AI 연구본부'도 신설했다. AI 연구본부는 반도체 장비에 AI 기술을 융합해 공정 최적화, 예측 분석, 자동화를 통한 생산성 혁신을 담당한다. AI 반도체 장비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기술력 우위를 확보하겠다는 의도다.
상대적 후발주자인 한화세미텍은 최근 차세대 반도체 장비 개발 조직인 '첨단 패키징 기술센터'를 신설했다. 이미 2021년 SK하이닉스와 협력해 1세대 하이브리드 본더 장비를 개발했고 한미반도체보다 이른 시점인 내년 초 2세대 장비인 'SHB2 Nano'를 출시할 계획이다. LG전자 생산기술원도 최근 하이브리드 본더 장비 개발에 착수해 2028년 양산을 목표로 잡았다.
박상욱 연구원은 "결과적으로 하이브리드 본딩은 기술적 진화와 함께 본더 장비 시장 자체를 수조 원 규모로 재편하며, 차세대 메모리 패키징 공급망의 판도를 바꿀 핵심 요소로 자리 잡을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jup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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