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능 엔진 안 멈춘다…럭셔리車 '전기차+내연기관' 투트랙 계속
포르쉐, 718 박스터·카이맨 내연기관 모델 계속 출시
럭셔리카, 전동화 전략 전면 수정…수익성·충성 고객 다 잡는다
- 이동희 기자
(서울=뉴스1) 이동희 기자 = 글로벌 완성차 업체가 전동화 전략 속도 조절에 나섰다. 특히 럭셔리 브랜드는 내연기관 개발 중단을 철회하며 전기차와 내연기관 '투 트랙' 전략으로 선회하고 있다. 예상보다 전동화 전환이 지연되면서 브랜드 로열티가 높은 내연기관 차량을 계속 선보이면서 미래 모빌리티 시대를 대비하는 수익 원천을 마련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8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독일의 대표적인 스포츠카 브랜드 포르쉐는 718 박스터와 카이맨 내연기관 모델을 계속 출시하기로 했다.
앞서 포르쉐는 718 박스터와 카이맨 내연기관 모델 생산을 중단하고 차기 모델은 순수 전기차만 출시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718 박스터와 카이맨은 포르쉐의 미드십 엔진을 장착한 대표적인 스포츠카다. 브랜드 상징과도 같은 911보다 저렴하면서도 핸들링이 뛰어나 포르쉐의 입문용 스포츠카로 시장 진입 장벽을 낮춘 대표 모델이다.
포르쉐가 전동화 전략을 수정한 것은 718 박스터와 카이맨뿐 아니라 마칸도 마찬가지다.
내연기관 모델로 처음 등장했던 준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마칸은 전기차 모델 등장과 함께 내연기관 모델이 단종될 것으로 알려졌으나, 포르쉐 측은 최근 내연기관 대체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향후 출시할 플래그십 SUV 모델도 전기차는 물론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 등 다양한 파워트레인을 장착해 출시될 예정이다.
영국을 대표하는 럭셔리 브랜드 벤틀리도 전기차 전환 시기를 대폭 늦췄다. 당초 벤틀리는 2030년까지 100% 전기차 전환을 내세웠으나, 그 시기를 2035년으로 연기했고 콘티넨탈 GT, 플라잉스퍼, 벤타야 등 주요 모델도 내연기관과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모델을 함께 출시할 계획이다.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등도 전기차 전환 속도를 늦추고 있다. 벤츠는 전기차 전환 시점을 늦추는 것은 물론 내연기관 모델 투자도 지속한다고 밝혔다. 아우디 역시 2033년 내연기관차 생산 종료 등 전기차 전환 계획을 전면 철회하고 앞으로 내연기관 모델을 지속 출시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국내 프리미엄 브랜드인 제네시스도 기존 '2030년 완전 전동화' 전략을 수정했다. 전기차는 물론 하이브리드와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 등을 동시에 개발하고 있다. 제네시스는 2026년 브랜드 첫 하이브리드 모델을 선보일 계획이다.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가 전동화 전략을 전면 수정한 것은 전기차 수요가 예상보다 저조해서다. 전동화 전환에 천문학적인 비용이 투입되는데 막상 전기차 판매가 저조해 사업 운영의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다. 게다가 럭셔리 브랜드의 고성능 차종은 내연기관 마니아가 많다는 점도 전략 수정의 배경으로 꼽힌다. 충성도 높은 내연기관 모델을 꾸준히 출시해 전동화 전환에 필요한 실탄을 확보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브랜드 자체 전략 수정뿐 아니라 당국의 정책 변화도 요구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2035년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이와 관련, 올라 칼레니우스 벤츠 최고경영자(CEO)는 "EU의 계획은 현실 점검이 필요하다"며 "그렇지 않으면 자동차 업계는 벽에 부딪히기 위해 전속력으로 달려가는 꼴이 될 것"이라고 강하게 지적했다. BMW그룹의 올리버 집세 회장도 EU 정책에 대해 "잘못된 접근법"이라고 비판했다.
yagoojo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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