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B-1·ESTA 인정에 경제계 "환영"…트럼프 '돌발 변수' 복병

한미 워킹그룹 1차 협의…B1·ESTA로 설비 설치·점검 가능 확인
LG엔솔 "공장 정상화 준비"…기업들 "불확실성 여전" 신중 기류도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한미 양측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한-미 상용방문 및 비자 워킹그룹' 첫 회의를 열고 있다. (외교부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2025.10.1/뉴스1

(서울=뉴스1) 박기범 양새롬 원태성 기자 = 한미 양국이 '조지아주 한국인 구금사태'를 계기로 대미 투자 기업의 비자 제도 허점을 보완하기 위한 협의에 나서면서 국내 산업계가 안도감을 내비치고 있다. 단기 상용 비자인 B-1 비자와 무비자 전자여행허가(ESTA) 소지자도 미국 내에서 설비 설치·점검·보수 활동이 가능하다는 점이 공식 확인되면서다. 그러나 업계 일각에서는 "아직 첫발을 뗀 단계일 뿐"이라며 트럼프 행정부 특유의 돌발 변수 가능성에 대한 경계심도 여전하다.

"적법성 인정받아 재발 막을 수 있어"…업계 환영 분위기

1일 외교부에 따르면 한미 양국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한미 상용방문 및 비자 워킹그룹’을 출범하고 1차 협의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미국 측은 B-1 비자 소지자의 활동 범위를 명확히 규정, △설치(install) △점검(service) △보수(repair) 활동이 가능하다고 확인했다. ESTA 입국자도 동일 범위 내 활동이 허용됐다.

산업계에서는 이번 조치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앞선 미국 조지아주 'HI-GA 배터리컴퍼니'에서 발생한 구금 사태의 재발을 막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지난달 조지아주 배터리 공장 단속 당시 체포된 한국인 근로자 317명 중 다수가 ESTA나 B-1 비자 소지자였다.

앞선 구금 사태로 다수 직원이 구금됐던 LG에너지솔루션은 이날 의견문을 내고 "정부의 신속한 지원에 감사하다"며 "이번 합의에 따라 미국 내 공장 건설과 운영 정상화를 위해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아직 양국 간 추가적인 협의 과정이 남아 있지만, B-1비자 및 ESTA 관련 내용이 적법한 활동이었다는 것을 인정받고 불확실성이 해소된 측면이 있다"고 했다. 한미 간 대규모 협업이 예고된 조선업계에서도 "이번 합의로 한미 조선 협력이 본격화되는 시점에 현지 업무 수행이 원활해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왔다.

미국 이민세관단속국 ICE(U.S. Immigration and Customs Enforcement)가 조지아주 내 현대자동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의 한국인 직원 300여 명을 기습 단속·구금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ICE 홈페이지. 재판매 및 DB금지) 2025.9.6/뉴스1
"불확실성 여전"…트럼프 변수 경계

다만 모든 불확실성이 해소된 것은 아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앞선 단속 당시에도 비자 문제는 없다고 생각했지만 실제 구금 사태가 벌어졌다"며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며 끝까지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조지아주 현지에서는 한국인 복귀를 요청하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비자 장사'를 이어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 삼성·LG·SK 등 주요 그룹도 공식 입장은 내지 않았으나 "조심스럽다"는 기류가 감지된다.

이에 주요 기업들은 협상 결과를 조금 더 지켜본 후 관련 제도를 정비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자동차그룹 관계자는 이번 외교부 발표와 관련해 "발표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해 가이드라인을 정비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번 협의는 어디까지나 단기 조치라는 한계가 있다. 해외 구매 장비 설치·점검·보수 활동의 구체적 내역은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 외교부는 미국 측이 곧 '팩트시트'를 통해 관련 내용을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 전문 인력을 위한 별도 비자 쿼터 신설 등에 대해선 '협의가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형성하는 차원에 그친 것도 변수다. 정부는 한국 전문인력을 위한 1만5000명 규모의 E-4 비자 신설을 골자로 한 '동반자법'(PWKA) 입법을 추진 중이지만, 10여 년째 성과가 없는 상황이다. 호주·싱가포르처럼 현행 비자의 별도 쿼터를 확보하는 방안도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는 지적이다.

pkb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