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군용기 '주치의' 대한항공, 아·태지역 최대 軍 정비 허브 도약

F-4·F-16 등 한·미 주력기 5500여대 정비…창정비·성능개량 기술력
UH-60 성능개량·F-16 수명연장 진행…Block-Ⅰ 수주 주목

대한항공 테크센터에서 창정비를 마치고 출고되는 미군 F-15 전투기 (대한항공 제공)

(서울=뉴스1) 박기범 기자 = 대한항공(003490)이 50년에 걸친 정비·생산 경험을 바탕으로 아시아·태평양 지역 최대 군용기 정비허브로 자리 잡고 있다. 지금까지 대한항공 손을 거쳐 간 한·미 군용기만 5500여 대. 창정비와 성능개량을 차질 없이 수행하며 미 국방부와 국내 방산 당국으로부터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1975년 시작된 군수 항공산업

26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1975년 김해공항 인근에 항공기 공장을 세우고 군용기 정비 사업에 뛰어들었다. 1976년 500MD 계열 헬기를 면허생산 해 우리 군에 납품하는 것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군수 사업의 물꼬를 텄고, 1978년 C-123 수송기와 UH-1H 헬기 창정비 사업을 수주하며 군용기 창정비 분야에 뛰어들었다.

1979년에는 미군 주력기던 F-4 팬텀 전투기 창정비를 맞으며 군용기 정비의 경험과 노하우를 축적하기 시작해 F-16, F-15, A-10, CH-53 등 미군 주력기와 우리 공군의 F-4, UH-60, P-3C, 링스 헬기 등 주요 전력의 창정비를 맡아왔다. 에어버스 A330 기종을 군용으로 개조한 우리 군의 공중 급유기 KC-330 시그너스 창정비는 민항기와 군용기에 대한 강점을 가진 대한항공의 강점을 보여준다.

창정비와 성능개량, 대한항공의 주특기

창정비는 전투기를 완전히 분해해 새 기체 수준으로 재조립하는 최고 수준의 정비로, 한 대당 3개월~1년 이상이 소요된다. 보통 5~8년 주기로 필수적이며, 한번 맡은 업체가 지속해서 '주치의' 역할을 수행한다. 대한항공은 이 분야에서 독보적 경험과 노하우를 쌓고 있다.

군용기를 최신식 설비로 전면 탈바꿈하는 성능개량 분야도 대한항공의 주특기로 꼽힌다. 1991년부터 130대가 넘는 UH-60을 조립·정비한 대한항공은 8302억 원 규모의 UH-60 '블랙호크' 성능개량 사업을 따내며 전문성을 입증했다. 대한항공은 이번 성능개량 사업을 통해 UH-60의 조종석 디지털화, 엔진, 생존·통신 장비, 전력화 지원 요소 등 개조사업을 수행한다.

대한항공은 미 공군 F-16 전투기의 수명연장(SLEP) 사업을 진행 중이다. 2022년 초도기를 성공적으로 출고했으며, 기골 보강을 통해 추가 4000시간(약 20년)을 추가로 운용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 우리 공군의 F-16 수명연장 사업도 추진되고 있어 후속 수주 가능성이 주목된다.

대한항공 테크센터에서 정비를 받고 있는 UH-60 ‘블랙호크’ (대한항공 제공)
감항인증 경험과 미래 사업

군용기 개조의 마지막 단계는 감항인증이다. 항공기가 안전하게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정부 인증 절차로, 실제 운용과 수출 경쟁력 확보에 직결된다. 대한항공은 2012년 P-3C 성능개량, 2018년 백두체계능력보강(백두) 사업을 통해 감항인증을 획득했다.

백두는 비즈니스 제트기를 군용기로 개조한 것으로, 이는 방위사업청이 추진 중인 전자전기(Block-Ⅰ) 체계개발 사업과 유사해 향후 사업 수주에 유리한 기반이 될 전망이다.

50년 가까이 한미 군용기에 대한 경험과 기술을 쌓아온 대한항공은 미 국방부가 추진 중인 '지역 거점 운영 유지 체계'(RSF) 구축의 핵심 파트너로도 적극 협력하고 있다. 국내외 방산업계에서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최대 군용기 정비허브로 묵묵히 임무를 다하고 있는 대한항공이 아시아·태평양 최대 군용기 정비허브로 도약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방위산업은 기업의 이해득실을 넘어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중대 사안"이라며 "전문성과 노하우를 살려 대한항공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을 차질 없이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한항공이 LIG넥스원과 손잡고 수주전에 돌입한 전자전기(Block-Ⅰ) 제안 형상 (대한항공 제공)

pkb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