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조, 12개 계열사 노조와 연대…성과급 개선 전선 확장

전삼노 4기 집행부, 삼성그룹노조와 연대 추진…험난한 임단협 예고
성과급 기준 EVA→영업익 요구…실적 부진, 타당성 물음표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 배포한 삼성전자 DS 부문 사내게시판 '나우톡' 배너(전삼노 제공). ⓒ 뉴스1

(서울=뉴스1) 박주평 기자 = 삼성전자(005930) 최대 노동조합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이 내년도 임금·단체협상(임단협) 과정에서 성과급 기준 개선을 달성하기 위해 삼성 계열사 노조들과 연대하기로 했다. 덩치를 키워 협상력을 높이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삼성전자 핵심 사업인 디바이스솔루션(DS, 반도체) 부문이 실적 부진으로 비상경영에 돌입한 상황에서 노조가 대내외 지지를 얻을지가 관건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전삼노는 최근 홈페이지를 통해 '불투명 성과급 개선 및 2026년 교섭 요구를 위한 향후 활동 계획'을 공지했다.

이달 2일 새로 출범한 전삼노 집행부가 본격적으로 내년도 임단협 채비에 나서는 것이다.

앞서 전삼노 3기 집행부는 2025년 임단협 합의 과정에서 전임직 성과인상률 이면 합의 논란으로 노조원들의 신뢰를 상실하면서 지난 6월 총사퇴했다. 이후 비상대책위원회로 전환해 새 집행부를 선출하는 선거를 진행했고, 한기박 전삼노 기흥지부장이 제4기 전삼노 위원장으로 선출됐다.

제4기 집행부가 주도할 2026년도 임단협의 최대 현안은 성과급 기준 개선이 될 전망이다. 삼성전자의 초과이익성과급(OPI)은 경제적부가가치(EVA)에 근거하는데, EVA는 세후 영업이익에서 자본비용(법인세·투자금 등)을 차감한 금액이다. EVA는 경영상 활용을 목적으로 하는 지표이기 때문에 임직원에게 공개되지 않는다.

이에 전삼노는 성과급 산정 기준을 EVA에서 영업이익으로 바꿔야 한다고 요구해 왔다. 2025년 임단협에서 반영되지는 않았지만, 노사는 성과급 개선 TF를 구성해 논의하기로 했고 지난 6월 TF 활동을 마무리했다.

메모리 반도체 경쟁사인 SK하이닉스가 연간 영업이익 10% 전액을 성과급으로 지급하고, 기존 연봉의 최대 50%(고정급의 1000%) 상한선도 폐지하기로 하면서 성과급 개선 요구는 더 거세지고 있다.

이에 전삼노는 전략적으로 삼성노조연대 합류를 추진한다. 삼성노조연대는 삼성화재, 삼성생명, 삼성디스플레이 등 12개 삼성 계열사 노조들로 구성된 조직이다. 전삼노는 이와 관련해 노조원 찬반 투표를 진행하고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한기박 전삼노 위원장은 이날 통화에서 "삼성그룹에 많은 노조가 있는데 함께 공동투쟁하려고 여러 차례 회의했고 조금 더 규모를 키우고자 한다"며 "아직 노조원의 동의를 받지는 않아 자세한 설명은 하지 못한다"고 말을 아꼈다.

이어 구체적인 성과급 개선 방향에 대해 "사측이 성과급 산정 기준을 영업이익으로 바꾸겠다고 발표하면 성과급 비율을 이야기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협상 과정이 순탄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전삼노가 새 집행부를 선출하는 동안 노조원 6000여 명이 탈퇴하며 협상력이 약화했다. 현 노조원은 2만9000여 명이다. 새 집행부가 삼성노조연대와 합류를 추진하는 것도 협상력을 보완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최근 실적이 부진한 삼성전자가 반등을 위해 전사적으로 노력하는 상황에서 노조의 성과급 요구가 대내외의 지지를 받기 힘들 수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사상 최대인 연간 23조 4673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임직원에 성과를 분배할 명분이 생겼지만,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반도체) 부문의 영업이익은 15조 1000억 원이었다. 상반기에도 SK하이닉스 영업이익은 16조 6534억 원에 달했지만, 삼성전자 DS 부문은 1조 5000억 원에 그쳤다.

최근 메모리 공급 부족에 따른 업황 개선 전망이 나오고 있는 만큼, 실적을 본궤도에 안착시킨 후 보상체제를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내년도 임단협은 해가 바뀌고 연간 실적과 성과급이 확정된 후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jup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