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취' 암모니아가 친환경 연료라고?…암모니아 추진선 상용화 성큼

한화, LNG 추진 선박에 '암모니아 레디' 적용
HD현대, 내년 첫 암모니아 추진선 상용화

암모니아 추진선 조감도(HD현대 제공)

(서울=뉴스1) 박종홍 기자 = 악취의 대명사 '암모니아'가 친환경 선박 연료로 주목받고 있다. 암모니아(NH3)는 질소(N)와 수소(H)로 이뤄져 연소할 때 이산화탄소를 전혀 배출하지 않기 때문에 해운업계의 '탈탄소화' 전략에 없어서는 안 될 귀한 몸이 되고 있다. 국제해사기구(IMO)는 2050년까지 국제 해운에서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제로(0)로 하는 '넷제로'를 목표로 설정했다.

특히 암모니아는 이미 비료 원료 등으로 쓰이고 있어 대규모 생산·유통망이 갖춰져 있다. 수소 같은 새로운 연료보다 도입 비용이 저렴하고 재생에너지로 만든 '그린 수소'를 암모니아 형태로 합성해 저장·수송한 다음 다시 수소로 분해해 연료로 쓰는 것도 가능하다.

조선·해운업계는 암모니아 추진선을 건조할 뿐만 아니라 기존 액화천연가스(LNG)·액화석유가스(LPG) 선박에도 암모니아 연료를 적용하는 방안을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암모니아 선박 상용화를 둘러싼 국내 조선업계의 주도권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다만 암모니아는 유독성이 강해 안전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발화점이 높고 연소 속도가 느려 순수 암모니아 엔진 개발이 쉽지 않다.

연소 시 탄소배출 제로…해운 탄소 규제에 '주목'

18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오션(042660)은 최근 대만 해운사 양밍과 1만 5880TEU(1TEU=20피트 표준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 7척에 대한 수주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규모는 총 1조 9336억 원이다.

이번 선박은 모두 액화천연가스(LNG) 이중연료 추진 엔진을 탑재하는데, 암모니아 연료 추진으로 변경할 수 있는 '암모니아 레디' 사양으로 설계된다. LNG를 연료로 사용하다 향후 인프라가 충분히 확충되면 탄소 배출량이 없는 암모니아로 전환하겠다는 취지다. 대만에선 처음 도입하는 사례로 알려졌다.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한다는 글로벌 컨센서스에 따라 국제 해운업계는 친환경 선박 도입을 비롯해 탄소 배출을 줄일 방안 마련에 사활을 걸고 있다. 국제해사기구(IMO)는 5000톤 이상의 대형 선박을 대상으로 최소 톤당 100달러의 세금을 부과하는 해운 탄소세 제도를 10월 채택할 예정이다.

현재 친환경 선박 연료로 주로 쓰이는 LNG는 기존 연료인 벙커시유에 비해 탄소 배출량이 적지만 제로는 아닌 만큼 탄소중립 실현에는 한계가 있다.

이에 연소 과정에서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암모니아는 미래 연료로 주목받고 있다. 악취 나는 비료 원료 정도로 여겨졌던 암모니아가 미래 청정에너지로 부상하고 있는 셈이다.

다만 연소가 아닌 생산 과정에선 탄소가 배출된다. 질소 원자 1개와 수소 원자 3개가 결합한 화합물인 암모니아는 대기 중 질소와 천연가스를 분해해 얻은 수소를 원료로 쓰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천연가스 대신 물을 전기분해 해 얻은 수소를 사용하는 그린 암모니아 양산 기술 개발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천연가스로 수소를 생산할 때 발생하는 탄소를 탄소포집저장(CCS) 기술을 활용해 저감하는 블루 암모니아 방식도 주목받고 있다.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2025.8.26/뉴스1 ⓒ News1 윤일지 기자
내년 암모니아 추진선 상용화…K-조선, 가스텍 전시회 주도권 경쟁

국내 조선업계는 암모니아 레디뿐 아니라 암모니아 추진선 건조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HD현대(267250)는 지난 2023년 세계 최초로 중형 암모니아 추진선 수주에 성공했다. 벨기에 해운사 엑스마르가 발주한 액화석유가스(LPG) 운반선 2척에 암모니아 이중연료 추진 엔진을 탑재하기로 한 것이다.

해당 선박은 LPG뿐 아니라 암모니아도 운반할 수 있도록 건조해달라는 선주사 요구에 따라 설계 변경도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5월 인도될 예정으로 상용화를 목전에 두고 있다.

노르웨이 업체 회그가 중국에 발주한 자동차운반선(PCTC) 12척 중 일부에도 암모니아 이중 연료 추진 엔진이 탑재되는데, 해당 엔진은 HD현대중공업(329180)에서 제작한다.

암모니아 상용화가 다가오면서 국내 조선업체들의 주도권 경쟁도 보다 치열해지고 있다. 이달 열린 세계 최대 가스 전시회 가스텍 2025에서 HD현대는 LPG 운반선을 암모니아 이중연료로 개조하는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 영국 로이드선급(LR)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한화오션은 암모니아 가스터빈 기반 무탄소 전기 추진선으로 개발을 추진 중인 LNG 운반선 모형을 공개했다. 한화엔진(082740)은 한국선급(KR)으로부터 암모니아를 엔진이 요구하는 온도·압력·유량으로 연속적이고 안전하게 공급하는 장치인 암모니아 연료공급 시스템(AFSS)에 대한 개념승인(AIP)을 획득했다.

1096page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