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도 북한도 아니다"…韓 기업 최대 리스크 '트럼프'
'관세 폭탄'이어 약속된 보조금도 지급 안 해…'공장 급습' 절정
"주요 기업 대미 투자 리스크 커져"…"크게 실망" 여론 '싸늘'
- 박기호 기자
(서울=뉴스1) 박기호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대 경영 리스크가 됐다"
우방국을 가리지 않는 미국의 관세 정책에 이어 조지아주에서 한국인 대규모 구금 사태가 터지자 경제계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당장 이번에 단속 대상이 된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은 당초 내년부터 가동될 예정이었으나 이번 사태로 가동이 늦어질 수밖에 없게 됐다. 당연히 배터리를 공급받을 예정인 완성차 업체의 생산 일정 역시 영향이 불가피하다. 미국과의 관세 협상을 계기로 대미 투자를 계획했던 기업들 사이에서도 투자 계획을 새로 짜야 하는 것 아니냐는 회의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9일 뉴스1과의 통화에서 "주요 기업들의 대미 투자 계획이 밀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비자 문제가 주로 하청 기업에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직원들이 쇠사슬에 묶여 끌려가는 모습을 보고 누가 미국으로 가려고 하겠느냐"고 했다.
이번 사태가 빨리 종결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구금된 300여명의 한국인 근로자는 이르는 오는 11일 오후 귀국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항공은 10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에서 조지아주 하츠필드-잭슨 애틀랜타 국제공항행 전세기를 띄운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현재 미국 워싱턴에서 이들의 귀국과 재입국 불이익 최소화, 전용 취업비자 신설 등을 놓고 미국 측과 협상을 벌이고 있다.
우리나라 국민들이 귀국하면 당장의 급한 불은 끄게 되지만 대규모 대미 투자를 준비 중인 기업들은 투자를 계속해야 할 것인지, 계획을 바꿔야 할지 등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우리 기업들은 미국에 1500억 달러를 투자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투자 일정이 다소 지연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표적으로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를 위해선 우리나라의 조선 분야 숙련자들이 미국으로 건너가 인력을 양성하는 것이 급선무다. 하지만 비자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실제 주요 기업들 사이에선 미국 출장 자제 분위기가 확연하다. 다수의 기업이 필수 불가결한 상황이 아니라면 미국 출장을 보류하고 있다. 이에 업계에선 대규모 구금 사태의 배경이 된 비자 문제 해결을 정부에 촉구한 상태다. 단속을 피하기 위해선 전문직(H-1B)이나 주재원(L1·E2) 비자를 이용해야 하는데 절차를 거치는 데만 최소 3개월 이상이 걸린다. 게다가 조지아주뿐 아니라 보스턴, 시카고 등 주요 도시에서 대규모 이민자 단속 및 추방 작전이 확대되고 있어서 기업들 입장에선 비자 문제 해결 없이는 미국에서의 활동이 힘들다는 입장이다.
다만 거대한 미국 시장 공략해야 하기 때문에 예정됐던 투자를 철회하기는 어렵다는 반응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미국 투자를 철회하기는 어렵지 않겠느냐"고 했다.
우리 경제계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전 세계를 상대로 관세 전쟁을 벌였는데 우방인 우리나라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 정부와 민간이 나서 총력전을 펼칠 결과 최악은 면했지만 경제계에선 '우리가 알던 미국이 아니다'라는 반응이 많았다. 한 기업 임원은 "경제적인 면에서 봤을 때 미국의 행태는 북한이나 다름없다"며 "그간 보였던 '국제 질서의 정의'라는 미국의 이미지는 싹 없어졌다"고 말했다.
반도체 보조금 문제 역시 전임 바이든 정부의 약속을 지키지 않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미국 정부는 미국 내 반도체 설비 투자 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고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370억 달러 이상을, SK하이닉스는 38억 7000만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받을 보조금은 각각 47억 5000만 달러, 4억 5800만 달러인데 수령 자체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되레 보조금 지급 조건으로 '지분'을 요구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경제계가 경악하기도 했다.
이번 미국의 한국인 구금 사태와 관련한 우리나라 여론은 싸늘하기만 하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전날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50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투자국에 대한 지나친 조사로 미국 트럼프 정부에 크게 실망했다'는 응답이 59.2%로 '트럼프 정부의 조치를 이해한다'(30.7%)라는 답보다 두배가량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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